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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수 Oct 15. 2024

주차비와 눈물, LA다저스 스타디움

2024년 8월 5일 월요일

아침에 딸이 말했다. 다시 서울로 돌아가야 할지도 모르겠다고. 아직 어느 곳에서도 합격 소식이 없다. 연구실에서 일하기 위해 지원서를 이곳저곳에 냈지만, 아무 연락이 없다. 1차 합격 후, 면접을 본 곳도 몇 군데 있지만 떨어졌다. 딸은 영어 실력도 문제가 되는 듯하다고 한다. 그래도, 다시 오늘을 시작한다. 중부 지역, 네브라스카주 오마하 도시에 있는 병원 내 연구실이다. 딸은 도시에 있는 유명한 학교들 연구실에 지원서를 냈지만 다 떨어졌다. 대학 전공과 새로 시작한 대학원 전공 내용이 완전히 다르다. 다른 지원자들은 대학생 때부터 대학원까지 공부한 과정을 딸은 대학원 1년만 공부를 했다. 연구생을 뽑는 곳에서 누구를 선택할까? 딸이 나에게 질문하는 내용이다. 더군다나, 영어실력도 그리 빼어나지 않으니. 그런 상황을 다 아는 딸은, 유명한 대학교 연구실에 지원했다. 많은 논문들을 읽어 보고, 자신이 연구하고 싶은 분야를 지도하시는 교수님께 지원했다. 이메일로 보냈을 때, 아무런 반응도 보내오지 않는 곳도 있고, 선발 인원이 넘쳐서 다음 기회에 보자는 곳도 있단다. 하버드대학교, 스탠퍼드 대학교, 펜실베이니아 대학교(딸은 이 대학원을 졸업했다.) , 이 외에도 몇십 개의 대학 연구실에 지원했다. 딸 앞에서 숙연해진다. 이 상황에서 엄마인 나를 챙기며 완벽한 여행을 리드한다. 마음 안은 얼마나 지쳐있을까! 그 지친 마음이 여행 중에 자주 드러난다. 실수가 드러날 때마다 딸은 자책하며 운다. 옆에서 바라보는 내 가슴은 뭉클뭉클 뭉개진다. 다시, 기대를 하며 여행길에 발을 내딛는다. 

오늘은 LA다저스 스타디움에서 야구경기를 보기로 했다. 저녁 7시부터 10시까지 경기다. 

아침 일찍 비버리힐즈에 갔다. 부호들이 산다는 마을이다. 커다란 저택, 높은 담으로 둘러쳐진 집, 주변 거리가 깨끗하다. 필라델피아 거리와 상반된다. 별로 부럽지 않았다. 솔직하지 않은 마음일까! 아니다. 사실 난 딸과 함께 여행하는 지금이 가장 행복하니까! 또, 강릉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아들, 사랑스러운 강아지, 경제적으로 저축된 돈이 아무것도 없는 우리지만, 높은 담 안에 있는 사람이 부럽지 않았다. 지금 가진 것, 하루를 살아갈 수 있는 것이 감사하기만 할 뿐이다. 살아있음이 감사하다. 살아서, 마음 아파하는 딸, 아들을 위해 기도할 수 있는 것이 감사하다. 기쁠 때, 함께 기뻐할 수 있음이 행복하다. 

딸은 울었다. 길거리에서. Famers Mark에서 맛있는 음식을 나에게 사주려 한 딸, 이 마켓에 주차를 하고 음식을 사려했다. 영수증만 있으면 주차비가 무료다. 건너편 무료주차장이 있었지만, 음식을 사 먹을 생각을 하고 이 마켓에 주차를 했다. 그런데, 갑자기 이 마켓을 나와야 하는 상황이 생겼다. 급한 생각에 주차요금 징수하는 곳까지 차를 가지고 왔다. 우리 차 뒤에 다른 차가 따라왔다. 주차요금 정산을 하는 곳이다. 물한병이라도 샀으면 주차요금이 무료인데, 급하게 나오느라 그 생각을 잊었다. 나도 딸도. 우리 차 뒤에 다른 차가 따라 오고 있어서 뒤로 후진할 수도 없이 앞으로 나가야만 했다. 딸은 너무 속상해했다. 우리는 건너편 무료주차장에 다시 주차를 했다. 주차요금을 아끼려고 노력했는데, 이런 실수를 했다. 이 마켓으로 음식을 사 먹으러 걸어오면서 딸은 울었다. 자신의 실수가 어이가 없어서 자책하며. 나는 딸을 위로하느라 애써보았지만, 딸은 길거리에서 울음을 터트렸다. 몇 개월 동안 지속된 긴장, 두려움, 절망감이 딸을 정신없게 하는 듯했다. 보이지 않는 결과, 서울로 돌아가야 할지, 돌아간다면 서울에서 무엇을 해야 할지, 미국에 남는다면 어떻게 지내야 할지, 경제적인 여유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딸 마음은 무겁고 답답하다. 그 중압감이 얼마나 크랴! 

다시 힘을 냈다. 마켓에 들어가 달은 내가 좋아하는 고기를 사주었다. 정말 맛있었다. 직접 화로구이로 고기다. 샐러드도 먹었다. 2층으로 올라 가, 바깥 풍경을 구경하며 먹었다. 먹자골목 같은 곳이다. 딸은 복잡한 마음을 달래며 나에게 또 친절을 베풀어 주었다. 이렇게 여행할 수 있게 해 주어서 고맙다며 사랑스러운 목소리와 표정으로 말한다. 딸은 합격소식을 기다리는 동안 이렇게 여행하며 긴장된 마음을 풀게 된 것이 감사하다고 한다. 내가 와서 그 역할을 해주어서 고맙다고 표현하는 딸이 고맙다. 딸이 말한 것처럼 딸이 힘든 시기에 와서 함께 있다는 사실이 나에겐 기적이다. 나는 이 여행 경비를 어떻게 긁어모았는지! 약간의 대출도 있다. 오직, 딸을 만나야만 한다는 신념이 필요한 경비를 만들게 했다. 딸이 이렇게 지쳐있을 줄을 알았기에. 

저녁에 LA다저스 야구경기장에 갔다. 신났다. 텔레비전에서도 안 보는 경기다. 학교에서 발야구 경기를 학생들에게 지도한 적이 있기에, 야구경기 룰을 어느 정도 안다. 딸은 잘 모른단다. 딸에게 경기 내용을 설명해 주기도 했다. 내가 생동감 넘치는 소리와 몸짓을 하며 경기를 즐기고 있었다. 나와 딸은, 몰입했다. 경기에, 신나는 장면에, 경기에 열중하는 선수에, 환호하며 응원하는 관람객들에게 집중하며 그 물결에 휩쓸려 즐겼다. 이 시간이 지나면 밀려올 두려움과 미리 맞서 싸우기라도 하듯이. 치킨도, 팝콘도, 사이다도 먹었다. 경기가 끝나 집숙소에 돌아오니 밤 11시 30분이다. 내일은 딸이 인터뷰하는 날이다. 오마하에 있는 병원 연구실 교수님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내일 아침이다. 딸은 시골이라며 아쉬움을 표현한다. 딸과 나는, 지금까지 지내온 것처럼 앞으로 겪게 될 일도 순리대로 따라가야겠지! 하며 곤한 잠을 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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