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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수 Oct 17. 2024

산타모니카 해변에서 라스베이거스로

2024년 8월 6일 화요일

이번 여행은 딸과의 만남이다. 딸 성장기에 딸의 필요를 채워주지 못했다. 낮에 간식을 챙겨주지 못한 것뿐만 아니라, 늦게 퇴근하는 날이 많았다. 퇴근 후 집에 돌아오면 저녁 식사 준비, 빨래 정리하는데 시간을 보내곤 했다. 딸에게 책을 읽어주거나, 놀아주는 시간을 챙기지 못했다. 지금 돌아보면 아쉬운 마음이 크다. 손잡고 놀이터도 가고, 나란히 앉아 동화책도 자주 읽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요즘 젊은 부부들이 자녀들을 챙기는 모습을 보면 참 좋다. 그렇게 하지 못해 안타까워하는 내 마음을 스스로 위로하며 달랜다.

딸과 여행하며 딸의 삶 이야기를 듣는다. 낯선 미국 땅에서 살아가는 이야기다. 미국 사람들을 만나 대화하는 모습, 딸은 저녁쯤 되면 집중력이 떨어지면서 영어 대화가 힘들어진다고 한다. 그럴 때 인터뷰를 하거나 관공서에 가는 일이 긴장된다고 한다. 주차비를 아끼려고 이리저리 바삐 움직이는  모습은 기특하고 측은하기도 하다. 자신의 꿈을 찾아 끊임없이 도전하는 딸, 나는 딸의 그 모습을 미국 여행 중에 생생하게 본다.

딸은 아침 일찍 인터뷰 준비를 했다. 네브래스카주 오마하 도시에 있는 병원 연구실이다. 그 연구실에서 딸에게 좋은 반응의 이메일을 보내주었다. 오늘 면접은 어떨까? 나는 두 손 모아 기도한다. 이제 내가 미국을 떠나기 10일 전이다. 나는 딸이 2층 방에서 인터뷰를 하는 동안 1층 식당에서 아침을 먹었다. 파프리카, 오이, 빵, 커피다.

오늘은 LA 여행 마지막 날이다. 딸은 나에게 게티센터 미술관을 보여주려고 서둘렀다. 하지만 우리는 주차장에서 거절당했다. 입장료가 무료라서 예약을 하지 않았는데, 무료라도 예약을 했어야 했다. 주차장 때문에. 미술관 정문을 들어섰다가 다시 나와야 하는 속상함이 있었지만 우리는 다시 감사하기로 했다. 딸은 또 실수한 것을 미안해했다. 나는 엄마다. 단지, 딸과 함께 있으려는 최고의 목적을 안고 미국에 온 나다. 그러기에 좋은 것을 눈앞에 두고도 뒤돌아 떠나야 하는 서글픈 상황에서도, 전혀 아무렇지 않은 마음이다. 나 자신, 내 마음이 그러한 것이 신기했다. 이곳저곳 애써 준비한 딸 마음이 갸륵할 뿐이다.

딸과 나는 UCLA 대학 주변에 있는 버거 가게에 들어갔다. 이 가게에 들어가기 위해서도 주차장을 모색해야 했다. 2시간 무료 주차장을 찾아 안심하고 주차했다. IN N OUT BURGER, 미국에서 유명한 버거 음식점이다. 점심때쯤이라서 그런지 사람들이 줄지어 서 있다. 사람들이 너무 많아, 버거를 사서 밖으로 나왔다. 딸은, 산타모니카 해변에 가자고 했다. 해변 주변에 있는 2시간 무료 주차장을 찾았다. 해변까지 조금 걸어가야 했지만, 주차비 없이 2시간 동안 바다를 즐길 수 있다.

드넓은 태평양 바다가 내 눈앞에 있다니. 산타모니카 해변은 정말 넓다. 바닷물에 발을 적시려면 200미터는 들어가야 한다. 모래사장이 마치 사막처럼 느껴졌다. 사막에 가 본 적은 없지만, 그저 모래만 끝없이 보이기에. 놀이기구도 있고, 공원도 있다. 나와 딸은 바닷물에 손을 담그러 앞으로 걸어갔다. 모래를 밟았다. 태양이 이글이글거렸다. 뜨거웠다. 타는듯한  뜨거운 햇살을 받으며, 모래 벌판에 누워있는 사람도 보았다. 한쪽은 노숙자 차림, 다른 한쪽은 비키니 차림. 딸과 나도 파도치는 바다를 바라보며 모래 위에 앉았다. 나는 청치마, 딸은 핑크색 짧은 원피스를 입었다. 치마를 입어서 자세가 불편할 수도 있었는데, 자유로운 마음으로 다리를 쭉 뻗고 앉았다. 모래 위에 점심으로 먹을 음식을 펼쳐 놓았다. 방금 전, 버거집에서 산 버거에는 단백질이 가득 들었다. 딸은 단백질과 야채가 들어간 버거를 샀다. 500밀리리터 물 한 병, 어제저녁 야구장에서 먹다 남은 치킨과 감자튀김, 숙소에 있던 파프리카와 오이 그리고 빵. 상차림이 푸짐했다. 우리는 게티센터 미술관이 아닌 산타모니카 해변에 있다. 미술관 관람을 계획했지만 계획대로 되지 않았다. 그 대신 얻은 산타모니카 해변, 딸과 나는 커다란 태평양을 바라보는 기쁨과 감격을 누렸다. 갈매기가 탐낸 다양하고 맛있는 음식도 감사함을 더해 주었다. 우리가 음식을 먹고 있는데, 갈매기 한 마리가 바로 앞에서 바라보고 있었다. 다른 갈매기 무리들은 몇 미터 떨어진 곳에 있었다. 왜, 무리 속에서 홀로 나와 있을까?

바다를 즐기러 온 가족 단위 사람들이 많았다. 다 행복한 표정이다. 그렇게 행복한 가족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내 마음 한편에 부러운 마음이 웅크리고 있는 듯, 살짝 올라온다. 딸과의 귀한 시간이 그 마음을 가려 준다.

우리는 LA 공항으로 향했다. 저녁 6시 30분 출발 비행기, 여유 있게 공항에 도착하려고 산타모니카 해변에서 일찍 나왔다. 사실, 주차 시간도 2시간이 다 되어갔다. 딸이 운전을 하다 보니, 고속도로를 달릴 때는 엄마인 내가 긴장하곤 한다. 딸은 고속도로를 달려 빨리 가고 싶어 한다.  내가 이렇게 긴장하는 것을 알고, 이번에는 딸이 일반도로로 가자고 한다. 쫓기지 않고 여유 있게 움직이는 유일한 날이었다. 일반도로를 통해 가는 동안 주변을 자세히 볼 수 있었다. 보통의 속도로 천천히 가니 마음의 긴장도 거의 없다. 딸과 대화도 많이 했다. 웃기도 하고, 노래도 불렀다. 공항에 도착하니 오후 4시다. 6시 30분까지 여유롭다. 더군다나 비행기 출발이 1시간 지연됐다고 한다. 딸은 남는 시간을 이용해 공항에서 노트북을 켰다. 나도 공책을 꺼내 이것저것 끄적끄적하며 시간을 보냈다. 우리는 공항에서 쌀국수, 커피, 빵도 사서 먹었다. 일용할 양식이 늘 있다. LA공항에서 Las Vegas로 가는 비행시간은 1시간 정도다. 라스 베가스 공항에 도착했다. 라스 베가스의 밤은 화려하고 휘황찬란하다. 공항에서 숙소까지는 우버택시로 8분 정도 거리다. 오늘 하룻밤만 지낼 숙소다. 내일은 그랜드캐년 단체 여행 시작일이다. 우리는 숙소에 짐을 내려놓고 시내로 나갔다. 내일 가이드분에게 드릴 팁을 인출하기 위해서다. 한 밤중인데도 불구하고 화려한 도시를 즐기러 온 사람들이 많다. 내일 새벽 4시쯤 일어나야 하기에, 우리는 서둘러서 숙소로 돌아와 바로 샤워를 하고 잠자리에 누웠다. 필라델피아와 뉴욕의 노숙자들, 라스 베가스의 화려한 사람들. 지구 곳곳이 그런 모습이다. 그 지구에서 산다. 어떻게 살아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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