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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수 Oct 18. 2024

낯선 사람들과 캐년 여행 시작

2024년 8월 7일 수요일

새벽 4시 30분쯤 잠에서 깼다. 나는 기내용 캐리어에, 딸은 백팩에 짐을 챙겼다. 1박 2일 동안 필요한 옷과 세면도구다. 남은 짐은 딸 기내용 캐리어 한 개와 내 백팩에 넣었다. 우리는 5시 10분쯤 호텔 로비로 내려 가 짐을 맡겼다. 내일 저녁에 찾아가기로 했다.

  내 백팩에는 만 원짜리로 130만 원이 있다. 아니, 이때에 있었는지 모른다. 미국으로 출발하기 전에 남편은 딸에게 갖다 주라며 뭉치를 준다. 매월 10만 원씩 챙긴 딸에게 줄 용돈이다. 인천공항에서 내 카드에 입금하고 이체해 준다고 하니 안된단다. 현금으로 들고 가 직접 주란다. 불편함을 말했지만 소용없다. 검색대를 통과하고라도 입금을 했으면 좋았을걸, 검색대를 지나오면 ATM기가 있다는 생각을 전혀 못했다. 결국 그 130만 원을 내 백팩에 넣었다. 딸을 만나면 잊지 않고 바로 주려고 백팩 잘 보이는 곳에 넣었다. 미국에 도착하자마자 딸에게 말했다. 바삐 움직여야 하는 상황에서 그 돈을 입금할 곳을 어찌 찾으랴! 딸은 그 돈을 다시 한국으로 가지고 가서 입금해 달라고 했다. 서울에 도착한 후, 백팩을 열어보니 돈이 들어 있던 흰 봉투마다 비어 있다. 13개의 흰 봉투 중에 3개의 봉투에 몇만 원씩  남아 있다. 그것이 전부다. 나는 깜짝 놀랐다. 어디서 잘못된 걸까? 호텔에 묵을 때 방청소를 하러 들어온 청소원이 손을 댄 걸까? 아니면 딸이 함께 지낸 학생들일까? 이 사실을 모르는 남편은 이제는 10만 원씩 입금해 준다. 우리와 너무도 다른 사고방식을 가진 남편, 지금은 떨어져 지내니 그 영향권에서 벗어났다.

  5시 30분에 호텔 정문에서 만나기로 해서 10분 일찍 내려왔는데, 봉고차가 5분 늦게 도착했다. 먼저 타기로 한 분 숙소가 정전이 되었다고 한다. 이 세상에서 살아가는 동안, 예상하지 못한 일이 언제 일어날지 아무도 모른다. 그 여자분은 방이 어두워서 간신히 준비하고 내려왔는데, 5분 늦었다고 미안해하신다. 나와 나이가 비슷한 중년 여성분이다. 대학생 딸이 미국 교환학생으로 있어 딸을 보러 미국에 왔단다. 그 여자분 딸은 라스 베가스 호텔에서 쉬고 있겠다고 엄마만 다녀오라고 했단다. 그분은 한 달 동안 미국에서 딸과 지내고 있단다. 나와 딸이 주차장에서 뒤돌아 온 미술관도, 그 여자분은 딸과 다녀왔다고 한다. 나와 비슷한 또래여서 말 걸기가 편했다. 그분이 창가에 앉고 딸이 옆에 앉았다. 딸이 그 분과 대화를 잘해서 안심이 되었다. 함께 여행하는 사람들끼리 대화가 없으면 여행이 불편하다. 함께 여행하는 사람들이 누굴까? 하고 살짝 긴장하고 있었는데, 스스럼없이 딸에게 대화를 걸으셔서 고마웠다. 세 번째로 차에 탄 사람들은 여자 청년 2명이다. 미국에서 석사공부할 때 만난 선후배란다. 둘은 친구처럼 보였다. 그중 한 명은 한국으로 돌아갔다가 이번 여행에 왔고, 다른 한 명은 미국에서 계속 박사과정을 공부한다고 한다. 선배라는 분은 말수가 적고 차분한 느낌이다. 박사과정을 공부하는 후배 분은 씩씩하고 당당한 모습이다. 네 번째로 차에 오른 사람은 여자 청년 한 명이다. 대학 졸업 후, 호주에서 일하는 중에 여행을 왔다고 한다. 다섯 번째로 탑승한 두 여자 청년은 자매다. 언니는 대학졸업 후 캐나다에서 일하고, 동생은 부산에서 대학을 다닌다고 한다. 두 자재 중 언니는 매우 활발하다. 동생은 얌전하다. 마지막으로 승차한 가족, 젊은 부부와 두 자녀다. 미국 이민 후, 일본식당당을 운영하시며 수시로 가족 여행을 다닌다고 한다. 돈에 욕심을 부리지 않고, 자녀들이 어렸을 때 많은 경험을 해주고 싶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가이드 분이자 운전자 분이다. 모두 12명이 봉고차에 탑승했다. 서로 만난 적이 전혀 없는 12명이다. 즐거운 여행 분위기를 만들어 주려고 애쓰시는 가이드 분, 서로의 기분을 챙겨주려고 노력하는 11명의 여행객들이 만났다. 

 1박 2일 동안 캐년 여행이 시작됐다. 지구 전체를 다 가진 듯한 땅 캐년, 차로 달려도 달려도 끝이 안 보인다. 하루종일 달렸다. 허허벌판 광야에 버거가게도 있다. 우리는 버거가게에서 점심을 먹었다. 12명이 우리가 됐다. 지구의 모습이 처음 드러났을 때의 풍경인 듯한 감동, 캐년을 지나가면서 웅장하고 광활한 광경에 놀라 벌어진 입이 다물어지질 않는다. 우리는 저녁에 숙소에 도착했다. 숙소에 도착하기 전에 마트에 들러서 먹고 싶은 과일을 사라고 했다. 딸과 나는, 함께 여행하는 사람들과 식사할 때 나누어 먹으려고 다양하게 샀다. 그 허허벌판 대지에 마트도 있다. 우리 팀 가이드 분과 다른 팀 가이드 분이 삼겹살을 구워 주었다. 정말 맛있었다. 식사 후, 과일도 접시에 담아 몇 군데로 나누어 놓았다. 낯선 사람들과 이렇게 행복한 여행을 하다니! 우리는 식사 후, 캠프 화이어처럼 불을 피운 후 불 위에 마시멜로도 구워 먹었다. 고소했다. 타닥타닥 소리 내며 타는 장작불을 바라보며 빙 들어앉았다. 길쭉한 나무 꼬챙이에 마시멜로 한 개씩 끼워 불에 구운 후, 입으로 가져간다. 나와 내 또래 분은 먼저 숙소로 들어왔다. 딸과 젊은 분들은 더 남아 이야기했다. 지구 한편, 낯선 미국 당에 모인 한국인 12명, 서로의 마음을 챙기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따스한 마음이 흘러 다른 이를 기쁘게 해 준다. 그 마음들이 원을 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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