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수수 Oct 14. 2024

그리피스 천문대에서

2024년 8월 4일 일요일

LA아침 햇살이 따사롭다. 환한 빛이다. 허리통증이 사라졌다. 아침 일찍 Venice beach에 갔다. 숙소에서 차로 5분 정도의 거리다. 골목에 주차를 하고, 골목길을 걸어갔다. 해변으로 향하는 골목길 양옆으로 잘 정리된 주택들이 있다. 주택 안에 활짝 핀 꽃들이 우리를 반겨주는 듯했다. 정겨웠다. 중년쯤 되어 보이는 부부가 서로 나란히 걸어가는 모습이 보였다. 다정한 부부의 모습을 보면, 마치 나 자신이 그렇게 하고 있는 듯한 착각을 한다. 얼마나 그런 상황을 경험해 보고 싶으면 그럴까! 해변 카페에서 아침을 먹었다. 카페 분위기가 이국적이다. 야자수도 있다. 제주도에서 늘 보던 풍경이다. 아침 공기가 차가워서인지 난로에 불도 피웠다. 따뜻했다. 아침 8시다. 아침을 먹고 나서 해변가를 걸었다. 모래사장이 끝도 없이 넓다. 바다 양옆으로 걸리는 풍경이 없다. 그저 바다뿐이다. 광활한 바다가 마치 파란 하늘의 넓이와 견주기라도 하는 듯하다. 서퍼들이 말하는, 좋은 파도가 일렁인다. 그 파도를 타려고 서퍼들이 양옆으로 층층이 줄지어 있다. 이 바다는, 제주도 이호테우 바다를 호수처럼 느껴지게 한다.

11시 예배 시간에 맞추어 지인분을 만나러 교회에 갔다. 미주평안교회, 예배실로 들어가다가 복도에서 사모님을 만났다. 성가대 가운을 입고 줄지어 예배실로 들어가는 중이셨다. 우연히 마주치다니. 예배 끝나고 만나기로 하고 예배실로 들어갔다. 사모님은 나보다 나이가 몇 살 더 많다. 예배실 의자에 목사님이 앉아 계셨다. 몇 년 전, 내가 다니던 교회 목사님이셨다. 담임목사님으로 말씀을 전하실 때, 딸이 그 말씀 듣는 것을 좋아했다. 그때를 기억하며, 뵙고 싶은 마음에 찾아왔다. 예배가 끝나고 목사님 내외분은 우리를 음식점에 데려가고 싶어 하셨다. 교인분들은, 우리가 교회에서 준비한 음식을 먹으며 같이 이야기하기를 원했다. 따스한 실랑이 끝에, 교회에서 먹기로 했다. 교인분들이 친절하게 대해 주셨다. 한국 된장 맛난 음식이어서 더욱 좋았다. 서울을 떠나 미국에 와서 며칠 있는 동안 제대로 된 한국 음식은 이번이 두 번째다. 첫 번째는 뉴저지주에 있는 교회에서였다. 교인분들은 연세가 많으셨는데, 우리에게 많은 것을 물어보시며 분위기를 어색하지 않게 해 주셨다. 식사를 마치고, 목사님 내외분은 교회 근처에 있는 카페로 우리를 데리고 가주셨다. 차와 빵을 사주셨다. 헤어질 때는 딸에게 용돈도 주시며 격려해 주셨다. 지금 딸의 상황을 다 들으시고, 다 잘될 거라고 토닥여 주셨다. 긴장된 마음이 스르르 녹아내렸다.

두 분과 헤어졌다. 뵙고 싶던 두 분과 헤어지고, 그리피스(Griffith) 천문대로 향했다. 천문대에 오르는 사람들이 많았다. 천문대 언덕 길가에 주차를 해야 했다. 3시간에 4만 5천 원 정도다. 대신 입장료는 없다. 주차를 하고 걸어 올라가는 거리도 1킬로미터가 넘는다. 천문대에서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높고 높은 탑에 올라온 듯한 아찔함. 천문대를 중심에 두고, 그 아래로 LA도시가 빙 둘러쳐져 있다. 마치 LA 도시가 지구전체인양 크다. 이렇게 큰 도시를 난생처음 본다. 밤에 오면 망원경으로 직접 별을 관찰할 수 있다고 한다. 딸이 밤에 운전하면 내가 불안해하기에, 딸은 낮에 오기로 결정했다. 안전을 위해 하나는 포기했다. 천문대에서 내려와 영화배우들이 자주 간다는 마트에 갔다. 에러 헌(Erewhon) 마켓이다. 비버리힐즈, 영화배우들이 많이 사는 곳, 부유한 자들이 사는 곳, 그곳에 자리 잡은 마트다. 다른 마트보다 2배 정도 더 비싸다. 물건을 사는 사람들 외모가 남다르다. 미국영화에 나오는 영화배우 미국인들, 세련되고 깔끔한 옷차림과 신발, 훤칠한 키에 잘 정돈된 몸매, 물건 가격에 전혀 구애받지 않는 듯한 표정. 마치 미국영화를 보고 있는 듯했다. 이 분위기에 압도당하지 않기 위해, 딸은 미리 미국에서 내 원피스를 샀나 보다. 이 마트에 그 원피스를 입고 왔다. 딸은 이런 상황을 잘 설명해 준다. 어디에 가든지, 무엇을 보든지, 딸은 항상 나에게 참새다. 사랑스러운 참새 한 마리. 쉴사이 없이 이야기해 준다. 나는 아플 여유가 없다. 허리가 기척 없이 스르르 다 나아진 이유인 듯하다. 우리는 마트에서 맛있어 보이면서도 건강에 좋은 음식을 골라 담았다. 저녁식사다. 마트에 딸린 마트 밖 테이블에서 먹었다. 카페느낌이다. 아름다운 붉은 주황 저녁노을을 바라보며 먹는 저녁, 우리는 행복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