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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사진 찍은 후

2018년 11월 29일 목요일(2018년 8월 30일 폐암 수술)

by 수수

조별모임을 하고 사람들을 만나고..

이 속에서 오직 주님의 것만 바라는 마음을 달라고 기도한다. 이 곳 형제 자매님들과 간사님들을 향한 나의 마음이 오직 주님의 마음만을 품기를 기도한다.

딸에게서 전화가 왔다. 크리스마스 때 서울에 있겠다고. 그러면~~~... 이야기 하다가... 제주도에 내려오기로 했다. 아들은 바빠서 못내려 온다.

하나님은 딸의 마음을 움직여 이 기회를 만들어 주셨다. 아들은 못오지만 이 안에서도 선하신 하나님의 계획이 있으심을 신뢰한다. 딸과 강릉에 또 놀러가기를 원한다. 하나님 감사합니다. 이 곳에 오기전 암이 발견되기 전에 가족 사진을 찍게 해주시고 또 딸 생일에 암이 발견되게 해주시고, 아들 생일 때 폐가 다 펴지게 하시고, 이 곳에 오기전에 무지개를 딸에게 보여주시고...

이 험악한 죄의 가정에 하나님은 계속 일하신다. 나의 죄가 얼마나 많던가!

하나님은 끝까지 포기하시지 않으신다. 하나님 감사합니다.


"예배드리러 다녀올게요."

요즘 산책으로 1만보 걷는다. 1시간 30분에서 2시간 정도 걷는다. 식사는 암치료에 좋다는 야채와 두부 그리고 계란, 닭가슴살, 잡곡밥 등을 먹는다. 잠은 8시간 숙제는 내가 할 수 있는 만큼만!

산책하며 소리내어 기도한 오직 주님이 원하시는 것만 가치롭게 여기고 따라가기를 힘쓰겠다던 나의 마음을 아신 걸까? 오늘 예배말씀이 예수님이 가치로워 하시는 것을 따라가는 것이 믿음임을 말씀하셨다. 오직 주님만을 바라며 맘껏 예배했다. 오직 주님만을!



제주도 열방대학에서 성경공부를 함께 하는 사람들이 정말 고마웠다. 수술 하고 1개월 정도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기숙사에서 생활하게 되었던 것이다. 암 수술 후 몸도 잘 추스리지 못하고 마음도 가라앉고 있을 때, 제주도 열방대학에서 10월초에 성경공부를 시작하는 프로그램이 있다고 딸이 소개해 주며 바로 등록하게 했다.건강이 좋지 않았는데도 함께 돌봐주시겠다고 하시며 나의 힘든 마음을 위로해 주시고 학교에 등록할 수 있게 허락해 주신 간사님들이 고마웠다.

제주도에 내려올 수 있는 기운도 없었는데 김포공항을 거쳐 제주도 열방대학까지 도착하기까지 지나가는 사람들이 짐을 옮겨 주기도 하고, 제주도에서는 목사님 내외분과 권사님이 기숙사까지 안전하게 이동시켜 주셨다. 강의를 들을 때 똑바로 앉아서 들으면 폐의 통증이 너무 심했기에 가끔씩 누워서 강의를 들을 수 있게 간사님들이 자리를 마련해 주시기도 했다. 강의 시간 중간중간 쉬는 시간마다 학교 주변을 돌며 산책으로 호흡운동을 했다.

크리스마스때 남편을 제주도에 초대했는데 그 때 딸이 제주도에 오기로 했다. 딸과 보내는 시간이 별로 없어서 안타가웠는데 제주도에 오기로 해서 기쁜 마음이었다. 제주도에 오기전 강릉에서 아들이 지내는 아파트에서 9월 한달 동안 지내는 동안 포항에서 학교에 다니던 딸이 잠깐 다녀갔다. 아들 딸은 나의 암수술이 끝나고 바로 내 짐을 준비하여 강릉으로 퇴원을 할 수 있게 해주었다. 서울에 있는 집에서는 남편의 계속되는 흡연과 도시의 매연 그리고 다른 스트레스 거리로 인해 병이 악화될 것을 생각해서였다.

병원에서 암을 발견하게 된 것은 우연한 일로였다. 입술에 있던 조그마한 좁쌀크기의 지방덩어리가 조금씩 커져서 제거하러 동네 병원에 갔는데 몇번 진료를 하더니 큰 병원에서 떼어내어야 하겠다고 서울성모병원으로 안내를 해주었다. 4월에 그 지방을 한 번 제거했는데 몇개월후 7월에 다시 생겼다. 다시 병원을 찾아 입술에 난 작은 지방덩어리를 제거했다. 그 때 내가 평소에 허스키한 목소리였는데 코 비염인 것 같다고 의사선생님이 사진 찍어 보자고 했다. 비염을 확인 한 후 수술을 하는 것이 좋다고 하여 8월 방학 때 하기로 했었다.

우리 가족이 가족 사진을 찍자고 하게 된 것은 남편이 할인 혜택을 받는 사진 촬영권을 가지고 왔기에 상의한 후 가족사진을 찍기로 했었다. 포항에 있던 딸, 강릉에 있던 아들이 서울에서 함께 만나 가족사진을 찍고 외식도 맛있게 했다. 우리 가족에게도 이렇게 가족사진을 찍을 수 있는 마음들이 모아져서 정말 해복한 시간이었다. 가족사진 찍은 날이 8월 18일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축농증 수술을 하기로 한 날이 8월 20일이었을 것이다. 병원에 가야하는데 가기 싫어서 그냥 안하겠다고 말했더니 딸이 안된다고 딸 생일 선물로 수술을 하라고 말했던 것 같다. 딸 생일이 8월 21일이다. 그래서 떠밀리다시피하여 병원에 가서 수술을 하기 위해 폐 사진을 찍었는데 사진을 바라보던 이비인후과 의사선생님이 바로 망설임없이 암이라고 말씀하셨다. 나는 그 자리에서 무어라 표현할 수 없는 마음이 되었고 눈에서는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가족에게 알리고 정밀검사를 받은 후 다시 지인의 도움으로 바로 서울대 병원에서도 동일한 암 진단을 받고 수술 날짜를 받았다.

그렇게 암과의 삶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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