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잠을 제대로 못 잤다. 비바람이 세차게 불었던 날, 그날은 잠잘 때 목이 아프지 않았다. 어제는 햇살도 화창하고 바람도 없었다. 따사로운 날씨여서 긴장을 늦춘 이유다. 카페에서 책을 읽다가 잠깐 밖에 나갔었다. 외투를 걸치지 않고 구멍이 송송 뚫린 스웨터만 입은 상태였다. 따사로운 햇살이 좋아 한참을 밖에 서 있었다. 제주도에서 2년 동안 거의 매일 바다를 보는데도, 바다가 좋다. 바다를 보며 걸었다. 10여분을 걷는 동안 목에 살짝 차가운 바람이 들어오는 느낌이었다. 다시 카페로 들어왔을 때, 카페 안 공기가 덥고 탁하였다. 밖에서 썰렁한 느낌으로 들어왔는데, 후끈한 공기로 땀이 났다. 목에 상처가 있는 듯, 침을 삼키면 아팠다. 잠을 깊이 못 자고 자꾸만 의식이 깨어났다. 새벽 3시쯤, 침대에서 일어났다. 따뜻한 물이라도 마셔야겠다고 생각하였다. 내일 병원에 가봐야지 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어깨가 아플 때도, 무릎 통증이 있을 때도, 왼쪽 뒤통수가 아플 때도, 바로 병원에 가지 않았다. 스트레칭과 걷기, 음식으로 몸을 회복시키려 애썼다. 통증이 조금씩 사라지면서 서서히 나아진다는 느낌이 들 때면, 힘이 난다.
냉장고에 있던 꿀이 떠올랐다. 커피포트에 물을 끓였다. 따뜻한 물에 꿀을 넣었다. 혼자 있을 때, 몸이 아프면 두려워지기도 한다. 부부와 같이 지내는 사람들은 얼마나 좋을까! 누군가 옆에 함께 있어서 혼자가 아닌 사람은 아파도 두렵지 않겠지? 우리 가족은 모두 혼자 지낸다. 딸은 미국에서, 아들은 강릉, 남편은 서울, 나는 제주도다. 내가 아플 때면, 내가 아파서 두려운 것보다 각각 혼자 지내고 있는 가족이 걱정된다. 나처럼 아프면 어떡하지? 꿀물을 마시고 나니, 침을 삼킬 때 목이 좀 부드러워진 듯하였다. 한 컵을 마시고 자리에 누웠다. 잠이 안 왔다. 낮에 마신 커피 때문일까? 다시 꿀물을 타 마셨다. 신기하게도 큰 통증이 사라지고, 작은 불편함만 남았다. 아들과 딸에게 얼른 알려주고 싶었다. 차가운 바람 때문에 목이 아프게 되면, 따뜻한 꿀물을 타서 마시라고.
밤새 잠을 못 자고 설치다가 일어나니 9시 30분, 아침을 먹고 외출 준비를 마치니 10시 30분이다. 일요일이다. 오늘은 가까운 교회로 갔다. 작년 9월부터 올해 2024년 1월 말까지 새벽예배를 다녔던 교회다. 오랜만에 갔는데도 어색하지 않았다. 몇 개월 살았던 동네라서 그런지, 교회 주변 놀이터와 거리가 정겨웠다. 나는 그동안 교회를 너무 먼 곳으로 다니느라 힘들곤 하였다. 좋은 사람들을 만나 함께 예배를 드리고 오게 되니, 피곤한 줄 모르고 다녔다. 왕복 2시간 운전하는 것이, 쉬어야 할 일요일에 너무 무리였다. 오늘 가까운 교회에서 예배를 드리고 나서, 몇 시간 동안 생각하였다. 그동안 잘 챙겨주고 친절하게 대해주신 함덕교회 모든 분들께 감사한 마음, 그 마음을 목사님과 전도사님, 사모님께 말씀드렸다. 아쉬워하시며, 내 선택을 축복해 주셨다.
밤새 아팠던 목 때문에 결정한 일,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영원한 것은 없나 보다. 만나면 헤어지고, 다시 새로운 사람과 영향을 주고받는다. 변화무쌍한 시대, 오늘 하루 누구와도 쉽게 약속하지 않고 잘 살아냈다. 약속을 절제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