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6시 15분, 알람이 울렸다.
5분 후에 걸려 온 전화, 딸이다.
딸은 울고 있다.
엄마,......
울음 섞인 말소리가 미국 먼 곳에서 전해진다.
친구가 없다.
마음을 나눌, 진솔한 속마음을 털어놓을 대상이 없다.
백인 미국인이 거의 전부인 오마하.
영어 실력도 그들과 다르다.
한국인 교회에도 정서가 비슷한
언니도, 오빠도, 친구도 없다.
엄마,.......
딸, 운전 중이니?
응, 운전하고 있어!
딸, 도로 잘 봐야 해!
엄마,.......
울면서 말하는 딸이다.
눈물이 앞을 가릴 텐데,..
내 아침 출근 준비도 멈췄다.
식사도, 세수도 없다.
핸드폰 안에서 딸은 운다.
나는 마음 안에서 운다.
엄마가 겨울에 갈게!
아니야 엄마, 여기 추워.
엄마 오면 산책도 못해.
밖에 못 나가, 얼어 버려.
날 챙기는 걸 보니, 괜찮다.
엄마,..
집에 도착했어.
그래, 딸.
엄마,....
딸 목소리에 힘이 조금 생겼다.
나는 세수도 하고, 사과도 먹는다.
엄마,....
나는 파프리카도 먹고, 삶은 계란도 먹는다.
엄마,....
딸도 아삭아삭 무언가 씹는 소리다.
엄마, 이제 출근해야지?!
엄마,
걱정하지 마!
엄마, 잠은 7시간 넘게 자야 한대.
엄마, 학교 잘 다녀와!
나는 장문의 카톡 메시지를 딸에게 보냈다.
지금 겪는 어둠의 시간, 긴 터널 속 외로움.
하루하루 지치고 힘들지만,
어느 날, 딸이 준비하며 기대하던 곳에 가 있을 거라고.
딸은 지금까지도 잘 해냈고, 앞으로도 잘 해낼 거라고.
조금씩 터널을 지나가고 있다고.
터널 끝, 햇살이 기다리고 있다고.
그 터널을 딸 혼자가 아니라, 딸을 사랑하는 하나님이 함께 손 잡고 가신다고!
절망의 순간을 견디기 힘들어
삶을 포기하려는 사람들을 돕기 위한 연구를 하고 싶어 하는 딸이다.
자신에게 그런 순간이 많았기에, 그 심정을 누구보다 더 알기에
그 연구를 택했노라고 말한다.
엄마, 다시 그런 순간을 떠올리고 싶지 않아서 그런 연구를 피해왔는데
다른 연구들이 나에게 별로 관심이 없어졌어.
가장 절박한 사람들을 향한 연구를 하고 싶어.
딸은 지금 이 순간들, 외로움과 싸워야 하는 시간들을 잘 이겨낼 거다.
지치고 쓰러질 것 같은 청소년들에게 힘이 되어 주는 일을 할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