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 후 책상에 앉아 컴퓨터를 켰다.
안경이 없다. 어제 출장연수에 가지고 갔다가 집에 놓고 왔다.
안경이 없어서 곤란해하는 내 모습을 본 아이.
선생님, 안경 없어서 어떻게 해요?
그러게, 어떻게 하지?
선생님 눈 찡그리면 주름살 생겨서 안 되는데요.
한 아이가, 주름살이 생긴다고 걱정해 준다.
그럼, 어쩌지?
제 안경 빌려드릴까요? 참 안되지. 자신의 조그마한 안경을 빌려준다며 다가온다.
선생님, 안경이가 집에 있어요?
응, 집에 있어.
얘들아, 안경이가 집에서 뭐 하고 있을까? 나는 아이들이 어떻게 말할지 궁금하였다.
선생님, 안경이가 집 어디에 있어요? 소파에 있어요?
응, 거실 소파에 있어.
난 사실 원룸에서 지낸다. 거실도 소파도 없다.
거실 겸, 부엌, 방이다. 아이들은 안경이 거실 소파에 있냐고 묻는다.
얘들아, 안경이가 뭐 하고 있는지 상상해 볼래?
안경이가 거실 소파에서 텔레비전을 보고 있을 것 같아요.
안경이가 오늘 쉬고 싶었나 봐요.
오늘 아침 내 안경이가 없다. 아이들이 걱정할까 봐 눈을 찡그리지 않고 가볍게 뜬다.
안경이 이야기로 시작된 아이들과의 아침 인사다.
동화 속에 살고 있는 듯한 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