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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획

by 수수 Nov 30. 2024

투섬플레이스 카페. 승마 배우기를 마치고 집으로 가려다 방향을 바꿨다. 오늘 승마를 하고 지인과 파스타 먹으러 갈 계획이었다. 지인과 함께 하는 점심시간을 여유롭게 하려고 오후 1시 그림 그리기도 취소하였다. 계획된 대로 안 되는 것이 인생이다. 지인이 오늘 급한 일이 생겨서 점심을 같이 못 먹는다고 하였다. 그림 그리기를 하러 갈까? 생각도 해보았다. 아니다. 오늘은 내 생일의 연장선에 놓자. 지금 내가 하면 가장 좋은 거, 생각하자. 찾았다. 집으로 향하던 네비, 한라수목원으로 다시 설정하였다. 달리는 차 안에서 살짝 위험한 느낌도 있었지만, 한라수 까지만 쓰자, 한라수목원이 뜬다. 클릭, 한라수목원 입구 쪽 빈 공터에 주차하였다. 승마바지와 티셔츠를 입은 상태라 몸이 빡빡한 틀에 갇힌 듯하였다. 오후 1시가 지난 시간, 점심을 어디서 먹을까? 선택하여야 한다. 한라수목원 입구에 있는 작은 음식점, 가지요리가 맛있었다. 그곳에서 먹어야지 생각하며 걸었다. 음식점 문 앞 의자에 대여섯 명이 앉아 있다. 기다리는 중이리라. 또 내 생각대로 아니다. 수목원에 더 가까이 걸어갔다. 커다란 음식점, 점심 특선 오후 2시까지라고 플래카드가 쭉 건물벽을 타고 늘어져 내려 있다. 이곳을 지나칠 때마다 본 문구다. 고깃집이라 무시하고 지나쳤었다. 배가 고프다. 점심을 먹지 않고 산책을 하고 나면, 오후 2시를 지나 3시쯤 될 것이 뻔하다. 점심 특선, 불고기다. 음식점으로 들어갔다. 큰 홀 한쪽은 단체 손님이다. 왁자지껄, 화기애애하다. 아마 산행 후인 듯하다. 나는 다른 쪽 홀로 안내받았다. 주문을 받으러 온 종업원은 젊은 청년, 점심특선이라고 말하자 , 다시 묻는다. 서너 번을 반복해서 점심특선이라고 말하였다. 외국인이었다. 그래도 점심특선이니, 이 음식점에서 플래카드로 광고한 것이니, 쉽게 주문이 되어야 하겠는데, 아니었다. 나는 다른 종업원을 바라보았다. 외국인 종업원도 도움을 요청하러 갔다. 다른 분이 오셨다. 점심특선으로 주세요. 점심특선요? 비빔밥이에요. 플래카드에서 못 본 비빔밥, 실내 메뉴판에도 비빔밥은 없다. 나는 다시 말하였다. 점심특선요. 저희 점심 특선은 비빔밥이에요.라고 종업원은 상냥한 미소를 띠며 말하였다. 갈비탕도 있어요.라고 덧붙여 말해 준다. 또, 내 생각대로 아니다.

비빔밥, 야채가 푸짐하다. 오히려 잘 되었다. 불고기가 좋아서 먹으려던 것이 아니었기에, 야채 비빔밥에 약간의 불고기가 추가된 비빔밥이어서 더 좋았다.

한라수목원, 각각의 나무 향기가 코를 행복하게 해 주었다. 어제까지 며칠 동안 억센 바람이 불더니, 오늘은 따사로운 햇살 가득, 바람도 없다. 산새 소리, 풀 향기, 꽃 내음, 바지가 꽉 끼어 불편했지만, 자연이 주는 선물 보따리로, 나도 자연 안에 폭 잠긴 듯하였다.

산책을 마치고 어디로 갈까? 승용차 안에서 바지를 벗었다. 승마바지, 추울까 봐 바지 내복을 입었기에 승마바지를 벗어도 차 안에서 안전하였다. 외진 곳, 빈 공터에 주차했기에, 다행히 보는 사람도 없었다. 승마를 하고 나서 갈아입으려고 준비해 온 바지를 입었다. 승마 티셔츠도 벗고 스웨터로 갈아입었다. 윗옷도 내복을 입었다. 누가 보더라도 괜찮다.

투섬플레이스, 네비에 나 온 장소가 여러 곳이다. 집에서 가깝고, 바다가 보이는 곳, 애월 하귀 투섬플레이스다. 난 지금 이곳에서 책을 읽고, 글을 쓴다.

생일 축하 선물로 여동생이 보내 준 카페 상품권을 이용하였다. 남은 금액을 몇 번을 더 이용할 수 있다. 남동생, 강릉에 계신 지인분께서 주신 카페 이용권, 나에게 가끔 특별한 분위기를 누리게 해 줄 소중한 선물이다.

오빠에게서 전화가 왔다. 생일날 맛있는 거 사 먹으라고 입금했는데 받았냐고. 오빠의 선물도 오늘 내 계획에 없던 소식이다. 벌써 카페 창밖, 바다가 보이지 않는다. 캄캄한 밤이다. 구름 한 점 없이, 파아란 하늘과 밝은 태양이 가득했던, 낮이 숨었다. 밤 뒤에 꼭 꼭. 숨바꼭질이 끝나겠지! 내일 새벽이면. 한라수목원을 산책하고, 옷울 갈아입기 전,  승용차 안에서 잠시 딸과 통화룰 하였다. 계획에 없던 통화. 30분 넘는 시간 동안, 나는 딸을 눈앞에서 본 느낌이다.

오늘 아침에 잠에서 깨어났을 때, 딸이 보내온 소식, 영하 6도 첫눈 맞으며 조깅해 보았는가! 아들이 맞대결로, 얼어붙은 땅 위에서 축구해 보았는가! 이 소식도 계획에 없던 거다. 내 계획대로 가 가장 선한 길이 아님을 알아 간다. 하지만, 나는 계획하며 살리라. 최선을 다 해, 내가 도전해 갈 수 있는 계획을.

계획대로 되고 안 되는 일들을 맞닥뜨리며, 나는 오늘 어제보다 조금 더 성숙하여졌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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