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아침 1교시, 모든 아이들이 교실 바닥에 쪼그리고 앉았다. 레고, 블록, 물감. 매직,...... 교실 정리 하는 날이다. 대청소. 3월부터 사용한 교실 물건, 뒤죽박죽 흐트러져 있다. 다시 제자리로 뒤돌려 놓자고, 며칠 전 아이들에게 미리 말하였다. 일주일 동안, '금요일 1교시 대청소',라고 칠판에 써 놓았다. 오늘 아침에 출근하여 그 글자를 지우려고 하였다. 학년 종업식이 아직 한 달 하고도 며칠 더 남았는데, 너무 이른 듯싶어 2주 정도 뒤에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일직 등교한 아이들이 나에게 달라붙었다. 오늘은 대청소하는 날이라고, 꼭 해야 한다며 칠판지우개를 든 내 팔을 잡는다. 조그마한 아이들이 거인에게 매달린 듯하다. 이 교실에서 나는 거인이다.
대청소 시작. 아이들은 모둠별로 모여 앉았다. 자기 모둠 구역 물건들을 다 교실 바닥에 펼쳐 놓았다. 이 아이들이 과연 정리를 제대로 할 수 있을까? 몇 시간 질질 끌게 되면 어쩌지? 하는 좁쌀만 한 걱정이 청소 시작과 동시에 사라졌다.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손을 놀린다. 미술재료, 수학교구, 놀이도구,..... 상자에 아무렇게나 섞여있던 물건들이 뒤엎어졌다. 자그마한 아이들 손놀림이다. 서로 마주 보고 앉은 아이들, 쏟아 놓은 파스텔 하나 둘 손으로 집어 다시 비워진 상자 좁은 칸칸에 끼워 놓는다. 풍선은 풍선끼리, 고무줄은 고무줄끼리 분류한다. 나는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되어 가는 상황에 감동할 뿐이다. 아이들에게 힘을 실어 주고자, 크리스마스 캐럴을 틀어 주었다. 1교시가 지나가고 쉬는 시간이 5분이나 지났다. 아이들은 쉬는 시간도 잊고 열중한다. 한 아이가 말한다. 쉬는 시간이 되었을 텐데 안내가 없으니 궁금했던 거다. 나도, 이쪽 모둠 저쪽 모둠 다니며 도와주느라 쉬는 시간 챙기는 걸 놓쳤다. 흐트러 놓았던 물건들이 다 제자리를 찾아 담겼다. 남은 물건들은 버려져야 할 모양새다. 나는 아이들에게 쉬는 시간을 말하였다. 10분 동안 휴식이다. 나는 아이들이 쉬는 동안, 버려져야 할 물건들을 쓰레기통에 넣었다.
2교시 수업 시간, 나는 이 아이들을 칭찬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하루에도 몇 번씩 수시로 아이들의 바른 행동을 칭찬한다. 아침부터 교실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만들어 준 아이들이다. 싱글벙글 웃으며 정리할 물건에 집중하던 모습. 이렇게 할까? 저렇게 할까? 서로 존중하며 묻고 대답함이 막힘이 없다. 내 방법이 옳다고 고집부리는 아이도 없다. 함께 하는 즐거움을 누릴 줄 아는 아이들 모습을 칭찬하였다.
2학년 생활을 멋지게 마무리합니다. 요즘 알림장에 써 주는 문장이다. 아이들은 해낸다. 잘 해내고 싶다는 그 의지로 콩닥콩닥 심장이 뛴다. 서로 다툴 때도 있다. 급식시간에 다 먹지 못하는 음식, 다 해내지 못한 숙제, 어떤 것도 아이들에게서 웃음을 빼앗지 못한다. 모두 함께 웃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 행동하는 아이들이다. 교실 대청소, 마음이 하나 되는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