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내세우지 않는 연습

by 수수


나는 아이들에게서 일어나는 갈등 상황을 모둠 활동 할 때와 짝 활동할 때 가장 많이 보아 왔다. 서로의 의견을 모아야 하거나, 순서대로 돌아가며 한 명씩 해내야 하는 활동이다.

어떤 아이는 상대방 아이와 짝이 되기 싫다는 말을 노골적으로 말하기도 했다. 마치 그 아이 몸에 벌레라도 묻어 있어 피하고 싶다는 자세와 표정을 지으며. 그 아이와는 짝 활동을 하기 싫다며 몸을 돌려 앉기도 했다. 그 아이와 싸우거나 다툰 적도 없는데 대화를 나누어 보지도 않고 경계하는 아이도 있었다.

자리를 바꾸는 시간은 학급 모든 아이들에게 긴장되는 순간이다. 나는 자리를 바꿀 때 번호 뽑기 방법을 자주 활용했다. 자기 자리 옆에 누가 앉게 될지, 모둠 구성원이 어떻게 될지 기대하는 모습도 보인다. 자리가 정해졌을 때 환호하는 아이도 있고, 탄식하는 아이도 있었다. 상대방 아이 마음은 안중에도 없고, 자신의 기분 나쁜 감정을 그대로 쏟아내는 아이도 있었다. 마치 자신의 감정과 존재만이 가장 깊이 다루어져야 하는 듯이.

4명 아이들이 한 모둠으로 활동할 때마다 일어나는 갈등의 주된 이유는, 자신 이외에 다른 아이의 생각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마음에서 시작된다. 그 대결상황을 바로 해결하는 아이들이 있는 반면에 수업시간이 다 지나도록 그 상황을 끌고 가는 아이들도 있었다. 나는 내 억지로 해결해 주려 하지 않았다. 좋은 방법을 찾도록 도움을 주는 것으로 제한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그 과정을 스스로 겪어내기를 바랐다. 게임 순서를 정하는 작은 것부터 찌그덕 거리는 모둠도 있었다. 번호 순서대로, 가위바위보, 뽑기, 모둠 아이들 모두가 하나로 결정하지 못하고 서로 다른 방법으로 하겠다고 우기는 모습이었다. 그 모둠 아이들은 10여 분이 지나서야 순서를 정하고 게임활동을 시작했다.

“선생님, 정훈이가 방해해요.”

모둠 게임 활동 중에 한 아이가 게임을 하지 않겠다며 자기 차례인데도 꿈쩍도 하지 않고 있었다. 다른 아이들은 답답한 표정을 지으며 그 아이에게 화를 내고 있었다.

정훈이의 표정이 불만이 가득했다. 그 아이가 있는 모둠은 늘 갈등이 일어나곤 했다.

“정훈아, 무슨 일이야?”

“애들이 자꾸 빨리 하라고 재촉하잖아요.”

정훈이는 퉁명스러운 말투로 말하며 울먹였다. 정훈이는 다른 아이들보다 좀 느린 아이였다. 자기 순서가 되었을 때 낱말 카드를 바로 내어 놓지 못했다. 정훈이 차례가 될 때마다 반복되자, 다른 아이들이 정훈이에게 다그치는 말을 해버렸다. 그 말은 정훈이의 마음을 아프게 했고 울어 버렸다. 다른 아이들은 그 나름대로 속상한 이유를 말했다.

“너무 시간을 오래 끄니까 재미가 없어요.”

“정훈이가 조금 느린데, 기다려 줄 수 있는 친구 있어? 너희도 무언가 할 때 느릴 때가 있잖아. 그럴 때 누군가 기다려 주는 사람이 있으면 좋지.”

나는 그 상황을 풀어줄 방법으로 누군가 기다려 줄 친구가 있는지 물어보았다.

“아주 긴 시간도 아닌데 기다릴게요.” 한 아이가 살짝 웃으며 말했다.

“저도 괜찮아요.” 그렇게 아이들은 정훈이의 느림을 배려해 주었다.

모둠마다 갈등 상황이 조금씩 다르다. 작은 의견 차이를 바로 해결하고 게임 활동에 즐겁게 참여하는 모둠 아이들도 있었다.
나는 갈등이 일어나는 모둠 아이들에게 다가가 “누가 먼저 양보할까?”라고 말하며 먼저 배려할 누군가 나서기를 바랐다.

“제가 양보할게요.” 이렇게 맬해주는 아이가 바로 나오면 교사인 나는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그래, 다음에는 오늘 양보한 친구 생각을 먼저 존중해 주는 건 어때?”

“네, 좋아요.” 먼저 양보해 준 아이가 고마워서인지 모둠 아이들 대답이 컸다.

갈등 상황을 배려와 존중의 힘으로 해결하고 모둠 활동을 즐겁게 마무리한 모둠 아이들에게 다시 확인하곤 했다.

“양보하니까 어때?”
“좋아요?” 아이들은 누군가 양보했을 때 다른 친구들이 좋다는 걸 경험했다.
갈등 상황이 풀리지 않고 서로 고집만 내세우는 모둠이 있을 경우, 나는 그 갈등을 해결하는데 도움을 주느라 다른 모둠 활동 모습을 관찰하지 못할 때도 있었다. 이런 경우, 수업을 알차게 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으로 속상했다.

나는 학급 아이들이 자신만 내세우지 않는 아이들로 성장하기를 바라며, 팀 안에서 함께 누리는 승리의 모습이 담긴 영상들을 가끔 보여주었다. 럭비 선수들의 경기 모습, 조정경기 선수들의 모습, 난민을 돕는 사람들 모습, 함께 힘을 모아 이루어 내는 모습들이다.

혼자서는 작지만, 함께라면 짧은 시간에 큰 것을 이루어낼 수 있는 힘에 대해 경험하도록 기회를 만들기도 했다. 교실 안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이었다.

“얘들아, 선생님이 너희에게 함께 즐거움을 만끽하는 기회를 줄 거야. 해볼래?”

“네, 뭔데요? 해볼게요.”

내가 제안하는 말에 여기저기서 아이들이 동의하는 소리가 들린다. 그럼 다 된 거다.

“교실에 있는 보드 게임 도구, 학습 준비물 함을 정리할 거예요. 시간은 3분, 가능하겠지?”

“이렇게 많은 걸 어떻게 3분 안에 정리해요.”

몇몇 아이가 불가능하다며 관심 없어했다.

“할 수 있어요. 해볼게요.”

그와 다른 긍정의 반응을 하는 아이들 몇 명이 전투에 나설 기세로 말했다.

“그래, 너희는 할 수 있어.”

놀라웠다. 관심 없어 보이던 아이들도 언제 그런 반응이었냐는 듯이 모두 하나가 되었다.

정말 3분이었다. 나 혼자 정리하면 1시간도 더 걸릴 일들을 아이들은 3분 안에 다 마무리 지었다. 4학년 아이들도 2학년 아이들도 같은 모습이었다. 자신들이 해 낸 결과를 보고 뿌듯해하는 아이들 표정, 자신들이 이루어 놓았는데 스스로 놀라는 표정이었다. 이런 활동에 별 반응 없던 아이들도 홀린 듯이 함께 참여하는 것을 보게 되었다. 나는 학급 아이들이 배려와 존중, 협력의 힘을 모든 학습 활동에서 기를 수 있도록 기회를 주려고 노력했다. 아이들이 서로 함께 하는 경험을 통해서만 키울 수 있는 덕목들이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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