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방의 눈을 맞추며

by 수수


“선생님, 억울해요.”

3학년인데도 눈물을 잘 흘리는 아이 민수였다.

“휘준이가 저에게 화를 내요. 제가 휘준이를 밀치지 않았는데 일부러 밀쳤다고요.”

민수는 억울하다며 금방이라도 화가 폭발할 분위기였다.

“민수가 저를 분명히 밀치고 지나갔어요. 미안하다고 사과도 안 했어요.”

휘준이는 휘준이 나름대로 속상하다고 토로했다.

교실 안에서 이런 상황은 수시로 일어났다. 30여 개의 책상과 의자가 줄 맞추어 있는 좁은 교실 공간이었다. 줄을 맞추어 놓았다고는 하나 이지 저리 들쭉날쭉 삐져나와 있기도 했다.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에 그 사이를 지나가다 보면 몸이 책상에 부딪히기도 하고, 책상 옆에 걸려 있는 가방에 걸려 넘어지기도 했다. 통로를 두 명이 같이 지나가려면 거의 몸과 몸이 닿을 수밖에 없다.

“얘들아, 교실이 좁아서 서로 부딪힐 수 있으니까 살살 다녀야 해.”

내가 자주 하는 말이었다.

나는 민수와 휘준이를 불렀다.

“우리 대화를 나누어 보자. 어떤 상황인지 천천히 말해보는 거야. 누가 먼저 말할까?”

“제가 먼저 말할게요.”

억울하다던 민수가 잔뜩 격앙된 목소리로 먼저 나섰다. 흥분된 표정이었다.

“그래, 민수가 먼저 말하자. 천천히 말하는 거야.”

“난, 너를 밀치지 않았어. 그냥 지나가다가 부딪혔는데 네가 나를 더 세게 밀쳤잖아.”

민수는 나와 휘준이를 바라보지 않고 교실 다른 곳을 바라보며 말했다. 화를 내는 말투였다. 민수의 말이 끝나자마자 휘준이도 뒤 받아쳤다.

“네가 밀치고 지나갔잖아.”

휘준이의 눈은 날카롭게 민수를 째려보듯 바라보았다. 다시 싸움판이 벌어질 기세였다.

나는 두 아이에게 말을 멈추라고 했다.

“얘들아, 이제부터 내가 하는 말을 잘 듣고 그대로 따라 해야 해. 말을 할 때는 상대방을 바라보기, 사실을 말하고 그 사실 때문에 마음이 어땠는지 말하기, 다른 사람이 말을 할 때는 상대방 얼굴을 바라보며 잘 듣기, 들으며 상대방 마음을 생각하기, 상대방 이름을 불러주며 말하기, 할 수 있겠지? 그러면 다 오해가 풀릴 거야. 한번 해보자.”

나는 경청에 대해 말했다. 다른 사람이 말을 할 때 바르게 듣는 자세다. 들으며 상대방 상황과 마음을 공감해 주기다.

두 아이는 내가 요구한 대로 따라 했다. 상대방이 이야기할 때 끼어들려고 하면 멈추게 했다. 반드시 상대방이 말을 마치면 그 아이의 상황을 공감해 주는 표현을 하도록 했다. 이름을 부르지 않고 바로 말하려면, 먼저 이름을 다시 부른 다음에 할 말을 하도록 했다. 그때 자신의 마음이 어땠는지 감정을 표현하도록 했다. 그렇게 몇 번을 주고받다 보니 아이들 표정이 누그러져 있었다.

“아, 그랬구나! 미안해”

“내가 오해해서 미안해”

서로 미안해,라고 말하며 입가에 웃음을 머금고 화해했다. 나는 아무도 꾸중하지 않았다. 내가 판단하지도 않았다. 그저, 서로의 말을 경청하고 공감하며 소통하는 자리를 마련해 준 것뿐이었다.

“얘들아, 기분이 어때?”

“좋아요.”

“어떻게 했더니 이렇게 오해가 풀렸어?” 나는 아이들에게 한 번 더 확인시켜 주었다.

“친구가 말할 때는 기어들지 않고 얼굴을 바라보면서 잘 들어요. 친구의 감정도 들어주고요.” 두 아이는 서로 앞서기라도 할 것처럼 동시에 말했다. 상대방의 이야기를 잘 듣겠다는 의지로 서로 눈을 맞추고 이야기하면, 대화가 더 잘 풀린다는 것을.



4학년 아이들 사이에 있었던 일이다.

“무슨 일이 있었어?” 나는 서로 화가 나서 씩씩거리는 두 아이를 번갈아 바라보며 말했다.

“지훈이가 저에게 짜증 나,라고 말했어요.”
“아니야. 내가 언제 그랬어. 그냥 혼잣말처럼 말한 거라고.”

이런 비슷한 상황들은 학급에서 수시로 일어나는 일들이었다.

나는 두 아이가 마주 보며 앉도록 내 책상 옆에 자리를 마련해 주었다.

“그럼 다시 천천히 말해 보자.” 나는 상대방의 입장을 생각하며 들어야 한다고 말하며, 하나씩 이끌어 갔다.
“지훈아, 네가 짜증 나,라는 말을 할 때 서연이만 옆에 있었지?”
“네.” 지훈이는 별 것 아니라는 듯이 툭 던지듯 대답했다.
“그럼 그 말을 누가 들은 사람은 누구지?” 나는 다그치지 않고 평온한 목소리로 지훈이를 바라보며 말했다.
“서연이요.” 지훈이는 머뭇거리다가 간신히 대답을 했다.
“그렇지. 옆에 서연이만 있었잖아. 그럼 서연이가 그 말이 자신에게 한 말이라고 생각하는 건 있을 수 있지?” 지훈이는 내 눈을 피해 다른 곳을 바라보았다. 대답을 피했다.

지훈아, 내 눈을 바라보며 대답을 해보자.

나는 두 아이가 서로 대화하도록 기회를 주었다. 둘 다 서로 눈을 피하려고 했다. 그럴 때마다 서로의 눈을 바라보고 상대방의 말에 공감하는 반응을 하며 듣도록 했다. 경청하는 연습이었다. 상대방이 말을 할 대에는 그 말하는 사람을 존중하는 마음으로 끝까지 듣도록 했다. 상황을 말하고 난 뒤에는 그때의 감정도 말하면 좋다고 했다. 다음부터는 상대방이 어떻게 해주면 좋은 지도. 하나씩 차분하게 가르쳐 주면 아이들은 그 분위기로 학급에서 생활했다. 나는 학급분위기를 아이들과 함께 만들어 가는 것을 좋아했다. 해마다 학년 말이 되면 아이들 정서와 내 정서가 닮은 곳이 많음을 보게 되었다.

이런 상황들을 아이들과 함께 겪어내며 나에게도 대화하는 힘이 키워졌다. 상대방의 눈을 바라보며 존중하는 마음으로 듣고, 상대방의 행동이나 말을 긍정적으로 해석하려는 의지다.

‘바라보자. 듣자. 공감하자.’
나는 이 세 가지 말을 내 의자 뒤쪽 칠판 한편 가장자리에 적어 두었다. 나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내가 아이들 마음을 상하게 하는 말이나 행동을 하지 않기 위해서였다.

어느 아이가 나에게 와서 말을 하든지 먼저 잘 들어주자,라는 다짐이었다. 바쁘다는 이유로, 내 생각과 다르다는 이유로 말을 중간에 자를 때가 있었던 나였기 때문이었다.

“안 돼.”라는 말이 앞서기보다, 다 듣고 나서 아이의 감정을 먼저 공감해 주고 왜 안 되는지를 천천히 이해시켜 주려는 내 의지였다. 나는 아이가 나를 찾아와 말을 걸 때, 눈을 맞추지 않은 채 하던 일을 계속하면서 “말해 봐”라고 했던 때가 많았다.
나는 나를 변화시켜 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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