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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노을 Sep 03. 2023

관계가 틀어지고 있다는 징조

일상 곳곳에서 포착된다.




때릴 줄 알고 맞으면 준비를 하기 때문에 덜 아프다.
부모님의 할 줄 알고 있었다면 이혼도 조금 받아들이기 쉽다. 





엄마 아빠 관계가 점점 깨지는 소리



나이가 너무 유치원 생만 아니더라도 아이들은 우리 엄마 아빠가 사이가 좋은지 본능적으로 안다. 부모님 사이가 점점 멀어지는 듯할 때 일상 곳곳에서 그런 기미들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부모님이 최종 이혼을 하신 것은 나 스무 살 때 지만 실제로 사이에 금이 간 것은 더 이전일이었다. 나는 매일 서로 비난하고 싸우는 것도 참기 힘든데 언제 엄마 아빠가 최종 이혼을 하게 될지 두려움에 떨었다. 마치 누가 내 머리에 총을 겨두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차라리 죽이려면 한 번에 빨리 쏴서 죽이는 게 났다. 근데 총을 겨눈 사람은 총을 올렸다 내렸다 한다면 총을 맞을 사람은 조마조마할 수밖에 없다.









첫 번째 징조



본인 둘이 대화하면 될 것을 나를 거쳐서 대화를 한다. 예를 들면 공부하고 있는 내가 다가와서 "너네 아빠한테 밥 먹으라 그래..." 처음 한 두 번은 싸웠나 한다. 근데 그것이 시간이 길어지면 얘기가 달라진다. 처음에는 일상생활을 하라는 것부터 시작되어 가볍게 보이지만 ' 점점 내가 말해도 될 일인가? '라고 생각할 것들까지 자녀에게 대신 말할 것을 시킨다면 첫 번째 징조가 나타난 것이다. 


" 엄마 옆집 아줌마랑 1박 2일로 동해 여행 갔다 온다고 아빠한테 말해. "


" 낼모레 할머니 오시는데 아빠한테 할머니한테 전화드려서 집에 일이 있어서 안 되겠다고 못 오시게 하라 그래..."


요즘은 카톡이 있어서 얼굴을 대면하지 않고도 말할 수 있지만 내가 어린 시절에는 스마트 폰은커녕 전화기도 없었기 때문에 더 그랬다. 요즘은 팔로우를 취소를 한다던지 핸드폰에 비번을 설정해 놓는 방식으로 많이 표출되고 있는 것 같다.






두 번째 징조


예전에는 지금처럼 생활 소득이 넉넉하지 않았기에 집에 방이 필요이상으로 많지 않았다. 그래서 자녀 방에 와서 부모님이 자는 횟수가 늘거나 한 명은 거실, 한 명은 안방 이렇게 생활을 하기 시작했다면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잠버릇이나 코골이 등 없던 습관이 생겨서 서로 편리하기 위해서 그렇게 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기간이 길고 대화가 급속도로 없어졌다면 긴장을 해야 한다.







세 번째 징조


조부모님들의 잦은 방문이다. 우리 할머니는 늦은 연세까지 일을 하셨다. 엄마 아빠가 이혼할 때쯤에는 그 사이를 어떻게 해든 돌이켜 보려고 조부모님의 포함한 친지들이 자주 다녀가시곤 했다. 방문하셔서 너는 좀 들어가 있으라고 하면 거의 백발백중이다. 요즘에는 방마다 방음이 잘되고 그렇치만 예전에는 그렇지 못해서 난 다 들었다. 무슨 일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또 외가 쪽이랑 시가 쪽이랑은 어떤 입장 차이가 있는지도 덤으로 알게 됐다. 세 번째 징조가 무서운 것은 보통 부부들은 싸우면 자기들끼리 해결하지 보통 부모님 속상하실까 봐 말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혼이 다가오고 결심이 서면 친지들이 돌아가면서 집에 온다.







네 번째 징조


외출이 평소보다 잦거나 외박이 잦아진다. 그래서 아빠나 엄마를 찾으면 출장을 갔다던지 다른 가족에게 문제가 생겨서 다닐로 갔다는 이야기가 돌아온다. 그런데 집에서 나간 부모가 연락이 오지 않는다면 더 불길한 징조이다. 이미 집을 나가거나 결별을 한 이후에 아이한테 할 말이 없어서 둘러 되는 말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 엄마는 아빠가 서울로 발령이 났다고 했다. 실제 아빠가 서울 본사로 들어갔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일부러 발령 신청을 한 것이었다.







다섯 번째 징조


밖에 나갔다 돌아오면 집안 분위기가 급 싸 해짐을 느낀다. 분명 부모님 두 분이서 이야기하고 있었던 것 같은데 자녀가 들어가니 조용해지면서 각자의 위치로 헤어진다. 어른들은 표시가 아무 말하지 않으면 모를 것이라 생각하지만 부모님의 걸음걸이에도, 얼굴 표정에도, 그리고 침묵 속에 흐르는 냉기는 숨길 수 없다.






여섯 번째 징조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라는 질문은 어렸을 때나 먹힌다. 그런데 갑자기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처럼?" 느닷없이 이 질문을 던지면 흠칫할 수도 있다. 바로 만약에로 가정한 뜬금없는 소리 갖지만 엄마나 아빠가 한 번쯤은 물어본다. " 넌 만약에 엄마랑 아빠랑 한 명만 같이 살 수 있다면 누구랑 살 거야? " 나는 그 소리를 여러 번 들었다. 나는 그래서 만약에라는 질문을 믿지 않는다. 만약이라는 것은 한 번이라도 그 상황을 가정하고 생각해 봤을 때 할 수 있는 질문이기 때문이다. " 만약에 물에 빠지면 누구 먼저 구할래? "와는 전혀 다른 질문이다. 웃음기 사라진 얼굴과 흔들리는 눈빛으로 물어본다면 심각한 상태이다.






일곱 번째 징조


사람은 멀리 갈 때 또는 내가 돌아오지 못할까 봐 마지막을 정리하고 떠난다. 엄마가 필요이상으로 집을 정리하거나 뭐는 어디에 두었다는 것을 자녀에게 인지 시킨다는 것은 자기가 없을 때를 생각해서 아이에게 미리 위치를 알려주는 것이다. 난 세상에서 귀신보다 더 무서운 게 집안 곳곳이 평소보다 말끔히 청소되고 내가 익숙해하는 위치에 물건들이 놓이는 게 무섭다. 부모의 빈자리가 티 나지 않게 마지막까지 노력하는 부모님의 배려겠지만 다시 오지 않을 사람처럼 물건의 위치나 비밀 번호등을 알려준다면 경계해야 한다.








아홉 번째 징조


악플보다 무플이 더 무섭다고 했다. 그것과 아주 유사한 징조이다. 싸움과 비난 퍼붓던 둘은 살아지고 평온을 가장한 무관심일 때가 가장 위태로울 때다. 이미 서로가 입장 정리를 했고 좁혀질 기미가 보이지 않을 때 보이는 징조로 관계회복에 1%도 희망이나 가망이 남아 있지 않을 때 이렇게 행동한다. 








내가 이렇게 이 징조들을 나열하는 이유는 겁을 주기 위해서가 아니다. 왜 이런 일이 생겼는지도 모르고 하루아침에 갑자기 닥치는 것보다 점점 정리하는 부모님을 보면서 자녀도 같이 부모의 이별에 받아들이고 정리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랑의 반대는 미움이 아니라 무관심이다. 철저히 시간을 끄는 것이다. 


                                                         - 레오 버스카글리아 -








이미지 출처: unsplas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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