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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노을 Sep 01. 2023

재혼을 허락한 것은 아니었는데...

전시적 이혼 가정 자녀 시점에서 부모의 재혼이란?




아직 젊으니까 부모도 부모의 인생이 있는 거라고?






이혼에 동의했을 뿐 재혼을 허락한 건 아니었어



엄마 아빠가 빨리 이혼 도장을 찍으면 서로에게 악다구니를 쓰고 서로를 비난하던 모습을 안 봐도 될 줄 알았다. 아니, 한동안은 그랬다. 거세게 몰아친 태풍 같은 바람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 다들 넋을 놓고 앉아 있듯 조용했다. 나도 엄마도 그리고 아빠도 서로에게 안부를 묻지 않았다. 지금 괜찮을 리 없을 것을 서로 알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각자의 위치에서 각자의 속도와 방법으로 후폭풍을 해소해야 했다. 


이제 더 이상의 폭풍은 없을 것이라고 굳건히 믿으며 지금만 어떻게 지나가 보자 하는 마음으로 미친 듯이 다른 곳에 몰두하고 열두했다. 그렇게 각자의 감정 따위는 이제 깊은 수면아래로 밀어 넣고 눈앞에 주어진 환경에 각자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에 몰두했다. 









인간은 혼자 살 수 없는 걸까?



4~5년이 지났을까? 조용한 바다에 돌을 던져서 잔잔한 바다에 너울을 만들듯 그렇게 또다시 억눌렀던 나의 감정이 거세게 튀어나 올만한 일이 생겼다. 바로 부모님의 재혼소식이었다. 재혼 소식을 굳이 알릴 필요가 있었을까 하는 의문이 생겼었지만 그 의문은 금세 풀렸다. 내 호적에 팔자에도 없는 남동생이 생기게 되는 일이니 나도 알아야 하는 일이었다. 서로 행복해 보이지 않았기에 이혼에 동의를 했을 뿐 재혼을 해도 된다는 말은 한 적이 없다. 아니, 부모님의 재혼은 내가 생각해 놓은 시나리오에 없었기에 엄청 당황했다.


나도 스무 살이 넘어서 성인이었고 부모님도 성인이기에 재혼을 누구에게 허락을 받고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허락을 하지 않아도 그냥 했을 것이다. 이미 재혼은 통보에 가까웠으니... 또 한 번 상처를 받고 충격을 받은 내 지인들은 말했다. " 부모님도 아직 젊으셨고 부모님의 인생과 행복이 있다고..." 이게 무슨 개풀뜯어먹는 소리인지 난 그렇게 말해면 불같이 화를 냈다. 

' 당신네들 부모여도 이렇게 말할까?' 겪어나 보고 조언을 하시지.' 

그 당시에는 들었던 모든 위로들이 위로를 가장한 세상의 비아냥 같이 들렸다. 새로운 사람과 결혼식을 하건 동거만 하건 내가 알바는 아니다. 하지만 내 호적에 나도 모르는 성이 다른 남동생이 생기다니 이 무슨 운명의 장난인가? 다시 한번 묻고 싶다. 꼭 그렇게 20살 넘은 성인인 남자아이를 호적에 까지 올려야 직성이 풀리는 일이었는지. 나는 빨리 나의 호적을 파버리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하루라도 내 호적 서류에 쌩판 모르는 다른 사람의 아들이 내 동생인 것처럼 올려 있는 모습은 참을 수 없었다. 물론 안다. 그 얼굴도 한번 못 본 나랑은 피안 방울도 섞이지 않은 그 남자도 나와 비슷한 감정을 느낄 것을. 하지만 내 코가 석자인데 남을 이해하고 공감할 그런 사치는 내게 남아있지 않았다.


내가 성인이고 모두 끝난 지난 일 것이라고 꾹꾹 눌러 놓은 감정들이 나도 주체할 수 없듯이 올라왔다. 누가 호적을 떼보지 않고는 알 수 없는 일이라고 말하지만 또다시 자식의 생각이나 인생은 존중받지 못하는 느낌이었다. 그렇게 난 또다시 버려진 느낌이었다. 첫 번째 버려짐은 내가 동의를 한 것이지만 재혼 문제는 달랐다. 자신들의 행복을 찾기 위해 다른 사람은 무조건 희생해야 하는가?







행복은 인간을 이기주의자로 만든다

                                                                -톨스토이-









이미지 출처: unsplas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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