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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노을 May 18. 2023

원수처럼 헤어질 필요는 없잖아

다시 만날 수밖에 없는 운명 공동체






원수처럼 헤어질 필요는 없다
언젠가는 다시 만날 수밖에 없는 운명이니까










첫 만남처럼 이혼도 아름답게 안녕


헤어지는 부부들은 다시는 안 볼 것처럼 감정적으로 헤어진다.  세상 꼼꼼하고 냉정하게 네 것과 내 것을 구분하고 받을 건 받고 줄 건 준다. 하지만 두 사람 사이 자녀가 있다면 원하지 않아도 이혼 이후에도 서로 만날 일은 꼭 생긴다. 우리 가족의 경우에도 그랬다. 바로 나의 결혼식에서 우리 셋은 다시 대면해야 했다. 


물론 선택은 결혼을 하는 자녀가 선택할 수 있다. 부모님 중 한 분만 오시게 할 것인지 아니면 두 분을 다 모실 것인지. 그리고 농담반 섞어서 부모역할을 해 줄 대역을 구할 수도 있다. 하지만 부모님 모두 내 결혼식에 오길 바랐다. 상견례는 엄마와 단 둘이 했고, 결혼 날짜가 잡혔을 때는 엄마 아빠를 미리 모셔 이야기를 했다. 


딸의 결혼식에 와서 까지 싸울 필요는 없지 않은가? 싸울 일이 남아있다면 무언가 미련이 남아있는 것이 아니라면 아직도 끝나지 않은 분노를 표출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아빠를 모시고 백화점에 가서 내 결혼식 때 입을 양복을 사드렸고 넥타이도 직접 골라 드렸다. 아빠도 결혼식에 불러줘서 고맙다고 이야기했다. 그렇게 우리는 암묵적으로 그날 잘해보자는 마음을 서로에게 보냈던 것 같다. 그렇게 난 아빠 손을 잡고 입장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아빠가 거부했다 해도 상관없었을 것이다. 신랑과 동시 입장을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변할 수 없는 사실 


결혼식날 나는 알게 됐다. 엄마 아빠가 이혼을 하셨어도 두 분은 변함없이 내 엄마 내 아빠임을.  그 사실은 바꿀 수도 바뀌지 않는 사실이었다. 부부가 이혼을 해서 남이 되면 끝일지 모르지만 천륜은 그렇게 해서 끊이지 않는다. 


시댁의 배려에 폐백 때 친정엄마 아빠도 폐백에 참여할 수 있었다. 그날은 남편과 나의 결혼식 사진 앨범에 고스란히 남아있다. 나는 가끔 그날 찍혔던 두 분의 사진을 본다. 어색함이나 분노의 감정은 온데간데없고 웃으며 나란히 그 사진 속에 계셨다. 그 순간만큼은 두 분도 딸의 결혼식에 나의 부모로서의 역할에 최선을 다 하신 공동체였다. 

아빠는 늘 " 내 딸이 커서 결혼시킬 생각만 해도 너무 슬프다고 " 하지만 괜찮아 아빠. 이젠 아빠만큼이나 나를 사랑하고 지켜줄 두 남자가 있으니... 내 남편 그리고 내 아들.


부모가 이혼을 했다고 해서 내가 딸이 아닌 남이 될 수 없듯 내 남편과 내 아들은 그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사위이자 손자였다. 이렇게 부모님 두 사람의 인연은 끝이 났지만 자녀관의 관계를 끝이 나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혼할 때도 다시 만나서 부모역할을 해야할 상황들이 종종 생긴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다시 안 볼 원수처럼 헤어지는 것은 두 사람이 부모의 역할을 해야 할 때에도 역할을 할 수 없는 비참한 상황이 올 수 있다.







다시 만날 또 만날 그날까지 우리 모두 건강하게 







이미지 출처 : 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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