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학교에 간 이유
타인에게 의해 평가된
아이의 행동들을 믿고 계십니까?
반드시 양육자의 눈으로
직접 확인해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가끔 엄마들 단톡방에 학교에 있었던 일들이 올라오곤 한다. 반 아이들이 학교에서 있었던 일들을 집에 가서 엄마들에게 종종 이야기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들은 ADHD 아이를 키우는 양육자에게는 매우 민감하고 그들의 평가에 대해 예민하다.
' 오늘 우리 반에 어떤 남자애가 수업시간에 계속 소리를 내서 선생님께 계속 지적을 받았다고 하더라고요 '
' 오늘 한 아이가 수업 시작종이 쳤는데 돌아오지 않고 학교 밖으로 이탈을 해서 선생님이 우리 딸한테 찾아오라고 했나 봐요. 근데 그 아이가 안 간다고 소리치면서 나뭇가지로 위협까지 했다고 하더라고요.'
이런 카톡이 올 때마다 혹시 이야기의 주인공이 내 아이의 이야기는 아닌지 아이에게 확인을 하곤 한다. 때로는 내 아이 이야기도 있지만 아닐 때도 많다. 내 아이의 이야기라면 아이에게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물어보면 아이는 모르쇠로 일관한다. 자신이 행동을 해 놓고 모르쇠로 일관하면 엄마는 벽창호랑 이야기하는 것처럼 답답하다. 그래서 초반에는 아이에게 빨리 생각해 보라고 다그치고 기억이 안 난다는 게 말이 되냐면서 혼을 내기도 했다. 그러나 ADHD 특성상 단기기억이 짧거나 자신이 인지하지 못하고 충동적으로 행동한 것은 잘 기억이 나지 않을 수도 있다. 물론 그래서 다른 친구들과 같이 장난을 쳐도 선생님께 유독 눈에 띄고 혼나는 것은 ADHD 아이일 가능성이 많다. 선생님들도 아이가 의도적으로 거짓말을 하거나 회피를 하고 있다고 생각을 하시거나 선생님에 대해 반항을 하거나 도전을 한다고 오해하시는 분들도 간혹 있다. 그렇게 몇 번 선생님께 이미지가 안 좋아지고 나면 아이의 1년이 힘들다. 특히 내 자존심 때문에 또는 사회적 편견이 무서워서 아이의 상태를 오픈하지 않았을 때 이런 경우가 더 많이 일어났다. 그래서 나는 몇 년 전부터는 아이의 담임 선생님께 아이의 ADHD 진단 여부와 치료 단계 그리고 특징등을 상세히 말씀드린다. 물론 이때 아빠도 같이 동행하여 상담을 한다. 아빠는 동행하는 이유 중에 제일 중요한 이유는 아이에 대해 엄마뿐만 아이라 아빠도 관심을 가지고 열심히 약물치료 및 인지행동 치료를 하고 있다는 신뢰를 주고 싶은 부모의 마음일 것이다.
새 학기가 되면 담임선생님께 ADHD 커밍아웃을 한 후 내가 하는 일은 또 한 가지가 있다. 바로 학교에 자원봉사를 할 수 있는 기회는 다 참여를 하는 것이다. 또는 재능기부를 할만한 일이 있으면 꼭 빠지지 않고 참여를 한다. 그 이유는 합법적으로 아이가 학교에서 어떻게 생활을 하고 있는지 내가 직접 현장에 가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학기 초가 되면 생존 수영 도우미, 녹색 학부모, 사서 도우미 또는 학교 후 방법활동 등에 자원봉사를 참여한다. 처음에는 내 아이가 대그룹에서는 어떤 모습일지 내 눈으로 확인하고 싶어서 시작을 했다. 하지만 요즘은 다른 이유로 지원을 한다. 그 다른 이유는 바로 많은 아이들을 보기 위해서이다. 외동인 모모만 키우면서 모모의 행동을 볼 때면 부족한 부분이 많이 보인다. 그것이 모두 ADHD 때문이라고 오해하는 일도 많다. 하지만 학교에 가서 많은 아이들이 생활하는 것을 보면 그 나이 때 아이들의 발달이나 특징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눈이 생기게 된다. 늘 내 아이 한 명을 보았을 때는 모든 기준이 나 어릴 때 기준에서 아이의 행동을 비교해 보곤 했다. 그러다 보니 시대나 환경적 차이에서 오는 다름이 객관적으로 아이를 볼 수 없기 때문에 요즘 아이들은 어떤지, 요즘 학교에서는 얼마큼 허용이 되고 어떤 것을 중점으로 교육을 시키는지 알기 위해서 자원봉사를 지원한다. 대부분의 엄마들은 자원봉사를 하고 싶지 않아 한다. 나는 매 학기 아이 학교의 자원봉사의 여왕이 되어있다.
이번 학년에는 아이 학교에 행사가 있어 디자이너로 재능을 기부할 기회를 얻었다. 그래서 학생들뿐만 아니라 학교의 선생님이나 학부모들과 소통할 수 있는 계기가 다른 학년보다 많았다. 학생들 위주로 보다가 어른들이 속한 집단에서 디자인 회의를 하고 축제를 주관하다 보니 나는 어떤 엄마인지가 더 잘 보였다. 완벽을 추구하는 엄마 계획대로 안되면 무지 스트레스를 받는 엄마였다. 재능기부를 하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다양한 일들을 하는 것이 부담스럽기도 하고 때로는 힘이 들었지만 내가 어떤 양육자 스타일인지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기에 엄청 값진 시간이다.
나는 모모가 ADHD이기 때문에 많은 것을 실수하고 놓치는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또래 아이들을 많이 보고 자원봉사를 하다 보면 아무리 고학년 이라 해도 모든 걸 완벽하게 하는 아이는 없었다. 또 성인이 된 엄마들도 자주 까먹거나 실수하는 것을 보고 내 기준이 많이 높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의도적으로 나는 내 기준을 낮추는 연습을 하고 있다. 앞으로도 나는 계속 여러 자원봉사에 지원할 생각이다. 어떤 육아 서적보다 현장에서 아이들을 직접 보고 느끼는 것은 매우 값지다. 돈주고도 못 배울 것들이기에 힘들지만 나는 오늘도 모모의 학교에 봉사 활동을 간다. 그러면서 친하게 지내는 엄마들도 생기고 자주 보는 아이들도 생겼다. 그리고 아이도 처음에는 엄마가 학교에 오는 것을 부담스러워했지만 엄마가 디자인 한 포스터나 현수막이 학교에 걸리니 친구들에게 자랑도 하고 자존감이 조금씩 회복됨을 느꼈다. ADHD이기 때문에 핸디캡이 있다고 생각하고 나조차 아이가 창피해서 칩거하면서 지냈던 시간들이 얼마나 모모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주었는지 알게 되었다. 사회적 편견과 낙인이 무서워서 죄인처럼 조용히 산다고 살았지만 정작 그런 모습이 아이에게 더 부정적인 자아상을 심어 준 것 같아서 반성을 하게 된다.
늘 아이의 ADHD에 대해 받아들이고 인정했다고 생각했지만 머릿속으로만 인정을 하고 받아들인 것은 아닌지... 점점 학교일에 참여를 하고 많은 아이들을 보고 느낄수록 모든 아이들은 소중하고 저마다 다른 빛깔로 반짝이고 있다는 생각이 들게 되었다. 나부터 내 아이의 다름과 다영성을 인정하고 지지하는 엄마가 되어야겠다는 굳건한 마음의 용기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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