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성 발달에 꼭 필요한 화용언어
사회성과 공감능력이 부족하다면
화용언어 발달을 체크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화용언어 부족은 사회성과 직결된다. 때와 장소 또는 맥락에 맞는 말을 해야 하는데 화용언어 스킬이 부족한 ADHD 아이들은 눈치 없이 머릿속에서 생각한 단어를 바로 입으로 뱉어버리곤 후회할 때가 있다. 아이가 아직 저학년일 경우에는 티가 덜 나거나 또래 친구들의 원성을 덜 살 수 있지만 점점 고학년이 될수록 낄끼빠빠가 되지 않으면 또래 관계에서도 배척당하는 일이 많아진다. 아이는 그런 의도로 말한 것은 아니지만 결과는 따가운 눈총을 받거나 자신을 선생님께 고자질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아이는 자신의 부족함을 보지 못하고 무엇이 잘 못 된 것인지 깨닫지 못하고 자신을 이른 친구의 반응이 억울할 뿐이다.
모모는 언어 발달이 느리지는 않았다. 센터에서도 처음부터 언어치료에 대해서는 고려하지 않지 않았다. 하지만 내가 볼 때 화용언어가 부족해 보였기에 화용언어를 배울 수 있는 문제집을 사서 알려주곤 했다. 모모는 신기하게도 나와 둘이 화용언어 문제집에 나오는 문제를 풀 때면 예문과 적절한 답문을 기가 막히게 잘했다. 하지만 유치원이나 학교 등 대그룹에 가면 잘 되지 않았다. ADHD 성향이 대 그룹이나 집단에서의 대화를 나눌 때 영향을 많이 미친다.
예를 들면 여러 명의 또래가 모였을 때는 양육자와 1:1 대화가 아니기에 아이는 많은 자극을 받고 친구들과 놀 생각에 과흥분부터 한다. 그래서 티키타카 대화를 친구들이 주고받을 때 얼른 자신도 참여하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그리고 자신의 머릿속에서 팝콘처럼 떠오르는 주제를 두서없이 말을 하고 본다. 그러다 보면 상대방의 이야기가 끝나지 않았는데 끼어든 모양새가 되어버리고 자신도 모르게 대화의 주제를 갑자기 엉뚱한 내용으로 바꾸는 꼴이 되어버린다. 그러면 함께 이야기하던 친구들은 모모를 멀리하거나 끼어들었다고 원성을 사게 된다. 모모는 자신도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면서 놀고 싶었을 뿐이지만 아이들의 반응은 냉랭하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아이들은 모모를 무리에 끼워주지 않기도 하고 모모는 그런 친구들이 나쁘다고 생각하며 억울해한다. 이런 상황들이 매일 조금씩 쌓이면 아이들끼리 오해도 생기고 아이의 사회성 발달에 많은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런 모습을 보면 속상하지만 화용언어 연습이라던지 사회성은 자꾸 부딪혀 보고 그 상황 속에서 배워 나가야 한다. 그래서 아이는 센터에서 짝치료나 그룹 사회성 치료를 받는다. 5살 때부터 받아왔으니까 많이 좋아진 것도 같지만 아직도 부족함이 보인다. 예전에는 그 부족함의 빈 공간을 채우려고 무던히도 노력을 했다. 예문을 만들어서 연극처럼 연습도 해보고 화용언어 문제집에 의존을 많이 했었다. 하지만 조바심과 완벽함은 아이에게 부담감과 스트레스를 주기에 나는 다른 방법을 생각하다가 동화책을 읽어주는 방법을 택했다. 동화책에는 다양한 상황과 환경 속에서 다양한 대사들이 나온다. 그리고 문맥과 흐름이 있어서 모모에게 도움이 많이 되었다.
모모가 혼자 책을 읽으면 좋겠지만 모모 좌뇌가 우뇌보다 많이 발달해서인지 지식책이나 WHY책만 읽는다. 지식책이나 WHY만화책에는 짧은 문장이 대부분이며 대화체가 없다. 동화책을 거부하는 아이에게 억지로 동화책을 읽게 할 수는 없다. 하지만 매일 자기 전 30~40분씩 읽어주며 대화를 하는 것은 가능했다. 물론 때로는 지치고 귀찮을 때도 있다. 하지만 이것도 몇 년 남자 않았다는 생각을 하면 아이를 위해 기꺼이 해줄 수 있다. 사춘기가 되면 엄마와 침대에 함께 누워서 아이가 동화책을 읽고 싶어 하겠는가? 때로는 우리의 상황과 상관없이 속절없이 가버리는 시간이 야속하기도 하고 이렇게 해줄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아서 서글퍼지고 조급해지는 게 엄마 마음이다.
거의 매일 동화책을 읽어주었더니 나는 거의 반 성우가 되었다. 집중력이 금방 흐트러지는 아이의 관심을 책 속으로 끌어드리려면 등장인물들에 맞는 목소리만큼 아이가 집중하게 만드는 것도 없다. 내가 봐도 실감 나게 읽어주니 좋을 것 같다. 다른 가족들이나 친구들은 요즘 오디오 북도 많으니 오디오 북을 들려주라고 말한다. 하지만 오디오 북하고 엄마가 읽어주는 것은 차이가 있다. 물론 오디오 북의 성우가 엄마보다 더 연기를 잘하고 실감 나게 읽어 줄 수는 있겠지만 오디오북의 단점은 상호작용이 빠져있기 때문이다. 동화책을 단순히 읽어주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주인공이 되어 주인공의 마음을 공감해 보는 연습이 꼭 필요하다. 또는 만약 모모가 이런 상황이었다면 어떻게 했을지 묻는 것도 중요하다. 처음에는 모르쇠로 일관하던 아이도 이젠 묻지 않아도 자신이 이런 상황이었다면 이렇게 했을 텐데 하면서 이야기를 해준다. 모모는 동화책은 읽기 싫어하지만 엄마와 동화책을 읽고 이것저것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하루 중에 제일 기다린다. 같은 주제나 이야기를 읽고 함께 주제에서 벗어나지 않고 이야기를 주고받는 것은 큰 도움이 된다.
동화책 읽어주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부부의 대화이다. 화용언어가 부족해 보인다면 가장 먼 거 부모의 대화방식을 체크해 보는 것이 좋다. 아이에게 가장 많은 영향을 끼친 사람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 가족 같은 경우는 모모아빠는 거의 묵언 수행을 하는 자이다. 그래서 원래 말수가 거의 없다. 그래서 엄마인 나는 이야기가 많지만 남편은 필요한 말만 짧게 하는 편이다. 그래서 모모의 아빠도 스스로 말을 더 길고 상호작용이 되도록 하는 연습을 한다. 모모 덕분에 아빠와 엄마의 대화도 길어지고 풍성해지고 있다. 아이를 향한 부모의 노력은 대단한 것 같다. 40년 넘게 자기 스타일대로 살아오고 습관화된 것을 아이를 위해서라면 기꺼이 변화하고 수용할 수 있다. 우리 가족은 이렇게 매일 노력하고 성장하고 있다. 어쩌면 모모에게 ADHD가 없었다면 이런 일상의 소중함을 몰랐을지도 모른다. 이렇게 하루의 많은 시간을 아이와 함께 보내고 추억을 쌓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가 ADHD 성향을 가진 것은 속상하지만 ADHD 덕분에 우린 서로가 서로를 아껴주고 곁에 있어주는 법을 배웠다. 서로 다른 모양의 세 사람이 비슷한 속도로 걸으며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고 지지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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