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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노을 May 21. 2024

명탐정 코난도 울고 갈 엄마의 추리

세상은 오늘도 차별적이고 폭력적이다


사회적 기술과 눈치가 느린 ADHD아이는
 종종 100% 가해자로 전락한다.






학교에는 CCTV가 없다. 그래서 선생님이나 아들의 목격 또는 서로 충돌이 있었던 아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상황 파악을 한다. 그리고 서로 사과할 일이 있으며 사과를 주고받고 상황이 종료된다. 선생님들도 웬만으로 부모에게까지 알리지 않고 원만한 하게 상황이 종결되길 바라는 마음은 알지만 종종 ADHD 아이들은 가해자로 혼자 몰려 모든 짐과 눈총을 받고 집에 올 때가 있다.


엄마도 학교에서 직접 목격한 것이 없다. 그래서 선생님이 상황 파악하신 내용과 내 아이의 기억을 더듬어 생각해 낸 이야기를 듣는 게 전부이다. 선생님이 20명이 넘는 교실에서 개개인의 행동을 다 관찰하거나 볼 수는 없다. 하지만 나는 새 학기가 되면 선생님께 충돌이나 마찰이 생기면 두 명을 분리하고 한 명씩 이야기할 시간을 달라고 부탁드린다. 그 이유는 두 명을 함께 몰려서 이야기를 들으면 어느 쪽이 거짓말을 하거나 자신의 과오를 편집하는지 알 수 없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내 아이나 상대방 아이 모두 100% 상황을 기억하거나 바른 진술이라고 생각해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아직 미성숙한 아이들이기에 자신의 잘 못 보다 남이 잘 못한 점은 느끼고 서로 떠넘기기 식으로 서로 상대방이 잘 못 한 점만 고하는 경우도 많다. 물론 이런 상황에 의도적으로 선생님에게 혼날 것이 두려워서 아이들은 자신의 잘 못은 감추고 상대방의 과오만 이야기하는 경우도 있었다. ADHD 아이를 12년째 키우다 보니 이런 일이 생기면 참 속상하고 답답하다. ADHD 아이들은 사회적 기술 습득이 느리고 종종 눈치가 없다. 그렇기에 동급생들의 오해를 사고 미움을 쉽게 산다. 하지만 ADHD 아이도 억울하다. 친구가 먼저 놀리거나 골려 먹어서 자기도 참다가 대응을 한 것인데 종종 100% 가해자가 되어서 집에 돌아온다. 그리고 선생님은 나의 아이만 잘 못했다고 전화를 하기도 한다. 심하면 반 단톡방에 아이의 이름이 거론된다. 직접적인 마찰과 다툼이 없었어도 아이들은 자신이 목격한 일을 집에 가서 말하기 때문이다. 그럼 아이들의 말만 듣고 내 아이는 이미 금쪽이에 출현해야 할 만큼 나쁜 아이로 몰리게 된다.









일 년 동안 조용히 지냈지만 며칠 전에 모모에게 이와 같은 일이 발생했다. 아이가 하교하기 전에 아이의 담임 선생님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내용은 아이가 1교시에 수업하다가 울고 소리를 쳐서 수업에 방해 됐다는 내용이다. 대부분 엄마들은 여기까지 사실 확인을 할 시간도 없이 선생님께 사과를 먼저 드린다. 아이의 담임선생님께 사과를 드리고 자초 지종을 듣게 되었다. 같은 반 A아이가 실수로 연필심을 부러뜨렸는데 그게 그게 날아서 우연히 모모의 손등에 맞아서 상처를 냈다고 한다. 나는 선생님께 상처를 보셨냐고 물어봤다. 자세히 봐야 보일만큼 경미하다고 했다. 근데 모모가 오해를 한 것 같다고 했다. A아이가 일부러 연필을 들고 모모를 찔렀다고 생각하는지 울면서 화를 많이 냈다고 하셨다. 일단 알겠다고 아이랑 사실 확인을 해보겠다고 하고 전화를 끈고 아이가 하교하기를 기다렸다.


하교한 아이를 붙잡고 상처부터 찾기 시작했다. 아이는 친구가 미안하다고 사과했고 이미 다 끝날일이라며 오히려 내게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그때 나는 모모의 손등에 난 상처와 바지에 난 선명한 연필자국이 눈에 들어왔다.    



실제 하교한 모모의 손등과 바지의 상태는 이랬다.




선생님이 알려주신 상황은 A학생이 말한 이야기라고 한다.

연필로 그림을 그리는데 연필심이 부러져서 모모에게 날아가서 모모의 손등에 상처를 냈다고. 그래서 미안하다고 사과를 했는데도 모모가 울며 불며 큰 소리로 책임지라고 했다는 것이다. 일단 모모는 잘 울지 않는다. 그런 모모가 울었을 때는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 모모야. 이 상처 어떻게 생겼어? "

"....... 친구 연필심이 날아와서 생겼어."


...........................


A친구 이름을 말하며 그 친구와 평소에 어떻게 지냈냐고 모모에게 물었다. 여러 번 주저주저하다가 모모는 말했다.


" OO이가 색연필로 내 머리 때리곤 했어. 하지 말라고 화내면 실수야 몰랐어 이렇게 계속 말해서 내가 여러 번 용서해 줬어."


" 그건 왜 엄마에게 말해주지 않았어? "


" 엄마가 걱정할까 봐.... 그리고 엄마가 친구랑 싸우지 말랬으니까."


" 선생님께 OO이가 그래서 힘들다고 말한 적 있어? "


"응. 그렇게 말해도 선생님은 별말씀 안 하셔서.. 맨날 나 혼자 참아."


......................................






나는 화가 났다. 첫 번째로  아이가 엄마에게 자신이 맞아서 아픈 거나 속상한 것도 털어놓지 못할 만큼 내가 거리가 있는 엄마였는지 반성하게 됐고. 아이에게 미안했다. 그리고 두 번째로 A학생의 말만 듣고 나에게 전화해서 상황을 전달한 선생님 또한 야속하게 느껴졌다.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아무리 내가 명탐정이 아니라 해도 그림 그리고 있던 연필심이 부러지면서 날아와서 아이의 바지에 세 차례나 연필 자국을 만들고 손에 치고 나서 딱지가 않을 정도로 된다니.....



" 너는 선생님께 뭐라고 말씀드렸어? "


" 선생님이 다 울고 진정하면 말하자고 해서....."


"진정되고 선생님께 죄송하다고 했어. "


"뭐가 죄송한데?"


"친구가 연필 쓰다가 그런 건데 내가 오해해서 미안하다고...."


나는 멘털이 나갈 것 같았다. 아이는 자기는 친구가 연필로 나를 쳐서 연필심이 부러졌다고 생각하는데 선생님하고 OO 이는 연필심이 부러져서 날아가서 나한테 맞은 것뿐이라고 했다.  이쯤 되면 내가 너무 잘못 키운 것인지 아이는 친구와 선생님의 말이 진짜 자기가 쳐한 상황이었다고 착각까지 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나는 내가 예민한 것인지 모르겠어서 아이 아빠에게 아이 손에 난 상처를 보여 주고 연필심이 우연히 날아와서 맞아서 난 상처라 했다. 아이 아빠의 반응도 비슷했다. 그래서 아는 학부모들에게 손등의 상처를 보여주고 물어봤다. 부러진 연필심에 맞은 상처라고 말하니 하나같이 이건 물리적 힘을 가할 때만 나는 상처 같다고 말했다.


백번 내가 못 보았으니 연필심이 날아서 아이 손에 우연히 맞았다고 하자 그럼 바지에 선명하게 남은 연필자국은 어떻게 된 것일까?  연못이나 바닷가에서 물수제비라도 뜨듯 연필 심히 현란한 드리블과 기술로 아이의 바지에 세 번의 연필 자국을 긁고 하필이면 마지막 종착지가 손등에 닿은 것인가? 하필 손등에 닿았는데 손등에 깊게 파이고 상처가 난 것일까?


   




예전에 나라면 내 아이가 ADHD가 있고 눈치도 없고 잘 기억을 못 하니 어쩔 수 없다고 포기하곤 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러고 싶지 않다. 그러는 사이 아이는 모든 잘 못을 떠안고 100% 가해자가 되어 돌아온다.

수업시간이 중단될 만큼 크게 운 것은 잘 못한 일이다. 아이에게 자신의 화와 생각을 전달하는 방식을 유연하게 교육을 시키고 있지만 더 알려 줄 것이다.


하지만 아닌 건 이제 아닌 것이다. 잘 못한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을 내 아이의 이미지를 위해서 나는 오늘도 기록한다. 그리고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이 사진이 보이길 바란다. 연필심이 부러져서 날아온 것을 아이가 친구가 연필로 찌르려고 했다고 오해해서 벌어진 상처로 보이는가? 지금 이 상처가 자세히 보아야 보이는 상처인가? 매일 선생님들 앞에서 머리를 조아리고 내 아이에게 피해가 갈까 봐 숨죽이며 살던 엄마도 이쯤 되면 뿔이 났다. 아이의 ADHD 증상을 이용해서 웬만큼 무마하고 가려는 생각은 ADHD 들을 한 번 더 차별하는 일이다. 학부모들이 전화해서 민원 넣는 것이 두려운가? 나도 선생님들이 언제 내 아들에 대해서 그날 일어난 일을 알아보지 않고 오해하고 곡해할지 두렵다. 그러나 엄마의 추리와 기록은 오늘도 멈추지 않는다. 수업시간에 소란을 떨어서 수업을 방해한 아이로 아이를 남겨 둘 순 없다. 수업에 방해를 하게 되었고 죄송하지만 우리 아이는 나름의 사유가 있었노라고 말할 것이다.

3,4번의 괴롭힘 끝에 용서해 준 친구가 오늘도 조작업을 하는데 연필로 찌르는데 아이는 그냥 참고만 있어야 하는가? 잘 우는 일이 없는 아이가 왜 울었나 했더니 아이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이해가 된다. 선생님은 아이의 느닷없는 울음과 오해가 문제라고 했지만 아니다. 진짜 문제는 아이이 일어나는 문제를 담임선생님이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일방적인 아이들말만 듣고 학부모에게 전화를 하는 게 문제이다. 선생님도 모모에게 난 상처와 옷에 대해 조금만 관심이 있었다면 앞 뒤가 맞지 않는 것을 알 수 있었을 텐데 너무 안타깝다.


오늘도 나는 ADHD 아이를 키우며 내 아이가 오해받고 억울한 누명을 쓰고 올까 봐 잔뜩 가시를 세운 장미 같다. 이젠 나도 내 아이가 ADHD이기 때문에 무작청 참고 말 못 하는 엄마로 남지 않을 것이다. 제발 있는 그대로만 봐달라고 부탁하고 싶다.  오늘도 세상은 참 우리에게 차별적이고 폭력적이다.





 





이미지 출처: unsplas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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