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의 기쁨도 잠시
임신 중 다시 찾아온 불청객 공황장애
임신 3개월 차 접어들자 입덧도 생기고 자궁이 커지고 있는 것인지 아랫배도 콕콕 아프기 시작했다. 한국도 아니고 산부인과도 우리나라 산부인과와도 차원이 달랐기에 임신 전 기간에 나타나는 증상을 나는 네이버 카페에나 인터넷 검색에 의존해야만 했다. 임신을 하고 호르몬 체계에 변화가 생기고 몸에 변화도 생겼다. 임신과 출산이라는 책을 정독을 해서 임신 주수나 개월 수마다 나타날 수 있는 여러 신체적 변화에 대해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나는 종종 공황장애 증상과 임신 증상 사이에서 혼란이 왔다. 배가 아플 때도 식은땀이 날 때도 숨이 차질 때도 나는 임신 증상인지 공황장애 증상인지 분별할 수 없게 되자 두려움과 걱정은 밀물처럼 밀려왔고 결국 공황은 임신한 내게 다시 찾아왔다.
한국 산부인과처럼 병원 진료가 자유롭지 않았기에 어떤 증상이 생기면 병원에 갈 엄두는 못 내고 참아야 했다. 임신 중 공황장애가 다시 왔으니 약을 먹을 수 없다는 생각이 나를 압박해 왔다. 하루가 멀다 하고 들락 거리던 네이버 카페나 인터넷 서핑으로 얻어낸 정보들은 때로는 정확하지 않거나 위협적이었다. 큰 병이면 어쩌지? 아이가 잘 못 되면 어쩌지? 한국에라도 가야 하나? 별 생각이 다 들었고 마음은 자꾸만 두 방망이질 쳤다.
타국에서 친정엄마나 지인들의 도움도 없이 앞으로 남을 임신 7개월의 기간이 정말 길게 느껴졌고 그럴 때마다 나는 또 숨이 막혀 왔다. 쓰러질 것 같거나 미칠 것 같은 공황발작을 겪어야 했다.
불면증의 시작과 비이성적 사고
언제 기습적으로 공황발작이 올지 몰라 나는 낮에도 밤에도 잠을 이루지 못했다. 잠을 자지 못하니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비이상적 사고들이 나를 지배했다. 남편과 산책을 할 때에도 '저 정도 스피드의 차에 뛰어들면 한 번에 죽을 수 있을까? ' 또는 ' 금문교에서 사람들이 자살을 많이 한다던데 나도 금문교에 가서 뛰어내리면 편히 저세상으로 갈 수 있나? '등등의 생각이 나도 모르게 내 머릿속을 꽉 채웠다. 티가 날 정도로 배가 불러오고 그럴수록 목에 이물감도 느껴지고 일상생활을 하는 것이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임신과 출산이라는 큰 산을 피해 어디론가 도망가 버리고 싶은 생각까지 들었다.
임신 5개월쯤에는 임신증상보다 공황장애 증상이 나를 지배할 때 산부인과 의사 선생님은 내게 인지행동 치료를 권하셨다. 미국이기에 영어로 진행되는 인지행동 치료가 나에게 얼마나 도움이 될 것인가 회의 적이었다. 한국말로도 설명하기 힘든 증상과 내가 가지고 있는 관념적인 생각을 영어로 표현하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까워 보였다. 심지어 사고방식이나 문화까지 다른 미국의 인지행동 치료사가 나를 이해해 줄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 다음 편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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