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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솔매 Jul 01. 2024

장마 속에서

단편 습작

 

  지우는 나중에 뭐가 되고 싶니?

  착한 사람이요.

  아이구. 그건 돈이 안 되는데.

  착한 사람 하면 안 돼요?

  아니, 되지. 너 복 많이 받겠다.

 

네가 반듯한 자세로 숙면하는 동안 나는 지우랑 놀았다. 지우랑 노는 건 재밌었다. 지우는 비록 너를 외적으로 하나도 닮지 않았지만 성숙하고, 착한 아이였다. 지우는 다섯 살인데, 양파도 잘 먹었고 우울한 노래의 매력을 이해하는 것 같았고 천둥을 무서워하지도 않았다. 지우는 언젠가 좋은 남자가 될 것 같다.

     

  다른 꿈은 없어? 축구선수나 수족관 관리자 같은.

  으음. 비행기 조종사요.

  하늘을 나는 게 좋아? 비행기 타본 적 있어?


지우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하늘을 날면 좋을 것 같아? 내가 무심히 묻자 지우는 안면에 귀여운 미소를 띠고 고개를 당차게 끄덕거렸다. 아이구. 그래. 꼭 하늘을 나는 사람이 되렴. 하고 나는 지우의 조막만 한 머리통을 쓰다듬었다. 지우는 참 씩씩하다. 나중에 내 비행기 타러 와요. 하고 말하길래 나도 모르게 그리하겠다고 대답했다. 추적추적 밤비가 내렸다.





  야. 일어나.


나는 잠을 못 깨는 너를 발로 툭툭 찼다. 너는 미동도 없었다. 나는 한숨을 쉬며 너를 조심스럽게 흔들었다. 밥 먹어. 하고 재촉하는 내 목소리에 부스스 눈을 뜬 너는 잠시 가만히 나를 바라보았다. 자기가 왜 여기 있는지 모르겠다는 듯한 말간 표정에 울컥 화가 났다. 며칠이나 빌붙어 있는 주제에, 왜 하나도 기억 안 난다는 표정을 지어? 나는 지우의 부름이 없었다면 네 아침을 얼굴에 부어줄 뻔했다. 너는 비로소 모든 것이 돌아온 얼굴로 선선히 몸을 일으켰다. 잠은 잘 잤어? 내가 묻자 너는 고개를 저었다. 빗소리. 빗소리 때문에 잠을 설쳤어.


동그란 식탁에 둘러앉아 아침을 먹었다. 아무런 대화도 오가지 않는 식사자리엔 수저가 부딪히는 소리만 청량하게 울려 퍼졌다. 아침에도 비는 계속 내렸다. 장마였다. 지우는 먼저 다 먹고 일어나서 방으로 달려갔다. 배를 깔고 엎드려서 색칠공부를 하거나 그림책을 읽겠지. 다섯 살 지우는 괴물이 나오는 그림책을 좋아했다. 너는 깨작거리다 수저를 내려놓았다. 그만 먹게? 내가 묻자 너는 입맛이 좀 없다고 했다. 시금치는 직접 무친 거야? 너의 물음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반찬가게에서 산 거다. 너는 시금치가 간이 잘 배었다고 했다.


사 년 만에 불쑥 찾아온 너는 사 년 동안 이 집에 산 사람처럼 자연스럽게 다시 몸을 누였다. 나는 기가 찼으나 아무런 비난 없이 묵묵히 상을 치웠다. 나는 그릇을 닦으며 며칠 전에 벌어진 일들을 생각했다. 새벽 세 시의 빗소리, 쾅쾅 두드리는 노크소리, 오만한 그리운 얼굴, 처음 보는 어린 남자애, 충격과 분노, 미약한 흥분과 유리컵 깨지는 소리, 화분과 재떨이와 구둣주걱 따위만 눈에 들어오는 실연자의 폭력적인 사고방식, 나이 헛먹은 어른들의 소동에 당황한 다섯 살짜리의 처량한 울음. 아, 입양. 입양이라고! 하고 오만한 그 입술에서 답지 않은 다급한 변명이 튀어나오고 나서야 나는 뒤통수를 얻어맞은 듯 얼어붙었다. 입양? 네가 입양을 했다고.


  네가 애를 키운다고? 네가 어떻게.


지우가 울면서도 우리 얘길 다 듣고 있다는 걸 알았으면 그때 그런 말은 하지 않았을 거다.


  네가 어떻게 애를 키워. 애 망칠 일 있어?

  왜. 부모한테 사랑 못 받고 자란 인간은 애도 키우면 안 되나? 거지같이 키울 것 같아서 그래?

  아니 그런 말은 아니고. 야 이런 식으로 빠져나가지 마.

  너는 옛날부터 나를 덜떨어진 인간 취급하는 경향이 있었지. 알고 있었어.

  아니라고 그런 거. 네가 나를 망쳤잖아. 기억 안 나? 나는 너를 인간으로서 신뢰하지 못한다고.

  알아, 안다고. 내가 잘못한 거. 그래서 사죄하잖아.


나는 씻던 그릇을 탁 소리 나게 내려놓았다. 정말 유전이라는 게 있는지, 그렇게 미워하던 어머니와 같은 배우가 되겠다고 밤을 새우는 네가 정말 길거리에서 쓰러질 것 같아서 나는 하던 일도 다 그만두고 너의 뒷바라지를 했다. 물론 아무도 시키지 않은 일이었다. 하지만 나는 자진해서 너를 돌보았다. 솔직히 내가 제대로 해준 일이라고는 매끼 챙겨 먹인 것밖에 없다. 감정적 지원도 아끼지 않았다. 원래 히스테리 기질이 있는 네가 욕을 하면 욕을 듣고, 물건을 집어던지면 말없이 가서 치우고, 머리를 싸매고 쓰러지면 억지로 두통약을 먹이고, 눈물이 멈추지 않는 활화산 같은 얼굴을 차가운 물수건으로 닦아주었다. 키스도 해주었다. 아아. 바보 같은 멍청한 세월. 나는 완전히 타버려서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그때 너에게 거의 모든 열정과 감정을 헌신한 바람에, 막상 나의 일에 쏟아부어야 하는 힘과 뜨거움이 남지 않은 것이다. 왜 그랬을까. 나는 자책도 많이 했다.


  지우는? 어딨어?


너는 설거지를 끝내고 번역 작업을 막 시작한 내게 물었다. 방에서 얌전히 놀고 있어. 내가 대답했다. 너는 고개를 끄덕거리더니 벽을 향해 돌아누웠다. 어디 아파? 내가 물어도 대답이 없었다. 나는 맘대로 해라, 하는 심정으로 번역 작업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집중이 되지 않았다. 나는 노트북을 탁 덮고 일어나 시원한 보리차를 따라 마셨다. 결국 그렇게 애쓰더니 배우가 된 너는 점점 술자리가 잦아지고 집을 비우는 일이 많아졌다. 연습벌레라는 호칭은 네 것이었지만 뭔가 집중이 안 되는 듯한 모습이었다. 왜 너는 네가 그토록 바라던 무대에 섰는데도 행복하지 않은지 이해할 수 없었고, 행복해지기 위해 더 미친 듯이 연습했다. 바람도 한두 번 피웠다. 끊었던 담배를 다시 피웠고 깡소주의 씁쓸한 매력을 배웠다. 나는 가끔 너의 연습 상대가 되어주었다.


너의 애증을 한 몸에 받는 어머니란 존재가 너를 완전히 떠난 것도 그 무렵이었다. 너를 이미 한 번 버리고 떠난 어머니를 어찌어찌 다시 만나 애증의 대상으로 삼았건만, 어머니는 그것도 싫었는지 자유로운 세상으로 떠났다. 병마와의 오랜 사투 끝에 자연스럽게 숨을 거둔 너의 어머니. 배우가 되겠다는 꿈을 안고 서울행 기차를 탔지만, 그건 불행의 열차였고 삼 년 뒤 어두운 얼굴로 부른 배를 안고 고향으로 돌아온 너의 어머니. 네가 가장 성스럽게 여기는 존재이자 동시에 가장 증오하는 존재인 너의 어머니. 세상에는 다정한 모성, 뜨거운 모성, 거친 모성, 비뚤어진 모성 등등 다양한 모성애가 존재하는데, 자신의 어머니는 허름하고 초라한 모성이라던 너. 그 허름하고 초라한 모성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성이라고 믿는 너. 사랑할 수 없는 것을 사랑하려고 애쓰는 마음이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눈물겹고 숭고한 것이라고 술에 가볍게 취해 중얼거리던 너.


결국 배우가 되지 못하고 죽은 너의 어머니의 한을 풀어주려는 것처럼 미친 듯이 성장하던 너.


그 무렵에 너는 다시 한번 가랑비에 젖어들었고 결국 우린 대판 싸우게 됐다. 어찌나 격하게 싸웠던지 너도 나도 다음날 거동을 할 수 없었다. 나는 너보다 덜 다쳤지만, 가슴이 찢어지는 기분에 도저히 일어날 수 없었다. 웃긴 일이 벌어졌다. 힘없는 손길로 리모컨을 집어 들고 티비를 틀자, 말갛고 깨끗한 네가 웃고 있었다. 유산균 광고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너는 그 광고를 보며 픽 웃었다. 광고는 너의 진짜 분위기를 전혀 못 담았다. 너의 야한 분위기를 어떻게 설명할까? 나는 헤어질까 선선히 물어오는 너에게 그러자고 하면서도 그 생각을 떨치지 못했다. 저 광고에서 너 진짜 가식적이다. 내가 농담하자 너는 한 박스 보내주겠다며 능청을 떨었다.


  어디 아파?

  그냥 잠을 설친 것뿐이야.

  나보고 어쩌라는 거야. 이렇게 갑자기 찾아오면 어떡해.

  장마 끝나면 나갈게.

  그래 꼭이다.

  걱정하지 마.

  이따 창문을 벽돌로 막아버려. 그럼 빗소리 안 들릴걸.

  그래, 이따 그래야겠다.


너는 입꼬리를 당겨 웃었다.


너는 배우 생활에 잠정적 휴식기를 가진다고 했다. 가끔 연극을 보러 갔었다. 슬픔은 푸른색으로, 열정은 붉은색으로 비추던 작은 무대 위에서 너는 누구보다도 거만했고, 누구보다도 무거운 존재감이 있었다.

 




너는 가까운 지인에게 거액의 금액을 사기당했다. 그래서 살던 집을 내놓았다. 친구라고 불렀던 그 사람이 너를 배신했다. 그 사람은 어디 있는데? 내가 멍하니 질문하자 너는 어깨를 으쓱하며 "나처럼 잠적했지." 했다.


사기당한 거 밝힐 생각 없어. 괜히 시끄러워지니까. 그냥 운명이라고 생각하려고. 잠깐 쉬고 싶었는데, 뭐 이렇게라도 기회가 온 거지. 이 참에 지우랑 시간을 좀 보내려고. 이 년 가까이 일해주던 이모님도 갑자기 그만두셨거든. 하고 덤덤하게 자신의 불행을 술회하는 너를 보며 나는 묘한 감정을 느꼈다. 너와 내가 싫어하는 연민 따위의 감정이 아니었다. 나는 너를 조금 존경하는 마음이 들었는지도 모른다. 정말 아이를 키우더니, 달라졌네 싶었다. 나는 문득 왜 네가 입양이라는 선택을 했는지가 궁금했다. 나는 뜸을 들이다 무심히 물었다.


  아이를 봤을 때, 아무도 생각나는 사람이 없었으면 해서.


그래? 나는 이해한 듯한 느낌을 주려고 했지만 어색함을 느꼈다. 너는 아무래도 자신은 독신으로 살아야 하는 것 같다고 하는 것이었다. 가구를 이미 다 옮겨놓은, 초라하고 작지만, 분명히 좋은 은둔처가 되어줄 새집에 대한 이야기를 꺼낼 때 너는 기분이 좋아 보였다. 지우가 좋아해야 하는데. 지우는 나한테 불편한 거 내색을 안 해. 내가 포용해 줄 수 없다고 생각하는 걸까? 너는 사뭇 진지하게 물어왔다. 나는 잠시 고민했다. 그리고 지우가 나이에 비해 의젓한 느낌이 드는 건 사실이라고 했다. 커서 뭐가 되고 싶냐고 물었더니, 지우는 착한 사람이 되겠대. 가끔 나쁜 짓 해도 된다고 말해줘. 상처 주는 짓이랑 나쁜 짓은 다른 거니까. 나는 반쯤 농담 반쯤 진담으로 너에게 쓸모없는 조언을 해주었다. 너는 뜸을 들이더니 대꾸했다.


  그럼 내가 너한테 저지른 일들은? 전자야 후자야.

  둘 다지.

  그럼 우리 엄마가 내가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새벽에 몰래 전화기 붙들고 하소연한 건?

  그건 둘 다 아니지. 너 들으라고 한 말이 아니었잖아. 그래 굳이 따지자면, 나쁜 짓.

  말은 되는데 구분이 어렵잖아 너무.

  그러게. 구분이 어렵네.

  그럼 이건?


순간 뒷목에 소름이 오소소 돋았다. 너의 길고 날렵한 손가락이 나의 뒷목을 주무르듯이 어루만졌다. 완전히 미친 짓이지. 내가 노려보자 너는 가늘게 웃었다. 오랜만에 연기 연습 상대 좀 해줄래? 네가 물었다. 나는 작게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지우를 부르는 너의 목소리에 나는 적잖이 당황했다. 뭐하는데. 애는 왜 부르는데. 내가 당황하자 너는 도대체 머릿속에 뭐가 든 거냐고 나지막이 핀잔을 주었다. 착한 지우가 귀찮은 기색이 역력한 얼굴로 방에서 나왔다. 손에 핸드폰을 들고 있는 걸 보니 한참 만화를 보고 있었나보다. 나는 애 귀찮게 하지 말고 그냥 우리끼리 하자고, 거의 부탁에 가까운 느낌으로 말했지만 먹히지 않았다. 나에게 내보인 요사스러운 뱀의 웃음과는 완전히 다른, 자비롭고 권위마저 느껴지는 차분한 미소로 자식을 바라보는 너였다. 뭔지 모를 아우라가 느껴졌다. 지우는 연기 연습이란 걸 알고 슬쩍 흥미를 비쳤다. 나는 왠지 벗어나고 싶었으나 이미 세상에서 제일 귀여운 관객이 착석을 마친 탓에, 차마 일어나지 못하고 대본을 건네받았다.


네가 시간이 날 때마다 끼적인 다섯 살 짜리 아동을 위한 연극은 정말 특별할 것 없는 연극이었다. 바닷속 세상에 대한 이야기였고, 해양 생물들만 등장했다. 나는 일인다역을 해야 했다. 너는 주인공인 외톨이 상어 역할을 맡았는데 그건 상어라는 생물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보이는 지우의 취향을 고려한 결정이었다. 지우 너 잔인한 취향을 가졌구나, 내가 딴소리를 하자 너는 집중하라고 했다. 서툰 어른이 어떻게든 아이의 수준에 맞추려고 노력한 흔적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연극은, 약간 엉성하긴 해도 꽤 자연스러웠다. 나쁜 짓을 일삼던 외톨이 상어는 공공의 적이 되어 착하고 강한 해양 생물들에게 포위당하고 죽을 위기에 놓인다. 상어를 죽여. 상어를 죽여. 쓸데없는 마음에 휘둘리지 마. 내가 거북이가 되어 말했다. 고래도 거들었다. 슬쩍 페이지를 넘겨 결말을 확인했더니 상어는 정말 죽어버리는 것이었다. 지우는 입을 벌리고 집중하고 있었다. 나는 임의로 이야기를 바꿀까 했지만, 그건 네가 요구하지 않은 일이었기에 대본대로 상어를 찔렀다. 그때 상어는 무슨 힘이 솟았는지 작살에 몸이 관통된 채로 위로위로 질주하더니 수면 밖으로 솟구쳐 올랐다. 상어는 초승달에 안착했다. 상어는 안 죽는다. 노란 초승달 위에 길게 누워 서서히 상처를 회복하고 다시 바닷속으로 돌아가는 결말로 바뀌었다.


너는 상어가 작살로 관통당하는 고통을 겪었기 때문에 이제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을 거라고 일러주었다. 지우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하지만 영영 통증은 남을 거야. 그리고 외로울 거야. 못되게 살면 상어처럼 아프고 외로운 삶을 살아야 해. 알았니? 나는 너의 교육방식을 완전히 이해할 수 없었지만, 지우에겐 눈물이 맺힐 만큼 충격적인 방식이었던 듯하다. 왜 결말을 바꾸었어? 내가 방으로 돌아가는 지우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작게 묻자 너는 대답했다. 슬쩍 얼굴 보니까 울 것 같아서. 나는 너에게도 작살로 관통당한 흔적이 있느냐고 물었다. 너는 목을 축이며 자신은 외톨이 상어가 아니라고 대답했다. 연기일 뿐이라고. 생각해 보니 맞는 말이었다. 나의 시선은 그러나 흉터가 있을지도 모르는 너의 옆구리에 오랫동안 머물렀다.





그날 밤 너는 쏟아지는 빗소리에 혹사당하는 신경들의 원성을 겨우 다스리며 잠이 들었다. 설핏 찡그려진 미간이 바보 같아서 살살 문질러 주었더니 또 부드럽게 펴지는 것이었다. 창문을 진짜 벽돌로 막아야 하나. 나는 속으로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너를 외적으로 닮은 곳은 없지만 귀엽고 동글동글하게 생긴 지우도 옆에 있었다. 지우는 그 작고 말랑말랑한 이마를 반듯하게 누운 너의 팔에 살며시 붙이고 편안한 얼굴로 잤다. 작은 동물 같았다. 나는 지우의 부드러운 머리칼을 만지작거리다 너의 옆자리에 누웠다. 장마가 다음 주에도 강한 기세로 이어질 예정이니 실외 활동에 주의하라는 여자 기상캐스터의 목소리가 듣기 좋았다. 졸음을 부르는 부드럽고 안정된 음성이었다. 나는 일기예보를 몇 번 반복해 들었다. 핸드폰을 내려놓고 천천히 눈을 감았다.


  자?

  ......

  ......

  안 자.

  아까 자는 것 같더니.

  응. 누가 미간을 펴주는 손길에 깼지.

  악몽 꾸는 걸까 봐.

  언제적 이야기.


요즘은 악몽 안 꿔? 나는 너를 돌아보았다. 너는 그런 나를 어둠 속에서 빤히 바라보더니 고개를 돌려 눈을 감았다. 가끔. 빗소리에 묻힐 듯 말 듯한 목소리였다. 아, 아직도 가끔 꾸는구나. 나는 졸음에 잠긴 목소리로 중얼거리며 맞닿은 너의 손을 잡았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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