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연 산문 9
나의 불안은 하늘의 구름과 같다.
한없이 맑다가도 온 세상을 삼킬 듯 어두운 먹구름이 내 세상을 드리울 때가 있다.
비구름은 거센 바람을 타고 내 뒤를 매섭게 쫓으며 돌진한다.
그럴 때면 내가 좇는 것이 무엇인지 나를 쫓는 것은 무엇인지 모든 것이 불분명해진다.
이미 내가 그 속에 있으니까.
불안을 담은 불 분명함 속 찰나의 햇빛이라도 사이를 뚫고 나오면 곧 구름은 걷히고 뜨겁게 지면이 타오르기 시작한다.
이때를 기약하기 위해 거대한 비구름이 도래할 날을 대비해 놓아야 한다. 쏟아지는 비에 젖을 수 있으니까.
물론 쏟아지는 비보다 내가 두려운 것은 가랑비와 같은 것이다.
가랑비에 옷 젖는다고 천천히 눅눅해지게 만드는 이 비는 불안과 불운을 깊숙하게 파고들 듯 스며들게 한다. 깊숙하게 스며든 것은 빨아도 불쾌한 냄새를 풍기기 마련이다.
쏟아지는 불안에 젖으면 우울이라는 감기가 찾아와 한동안을 앓을 것이다.
젖어도 되고 젖을 수 있으나, 따스한 물로 날 녹이고, 따뜻한 우유로 목을 축이고, 포근한 이불에 내 몸을 맡겨 편안한 휴식으로 적절한 보상을 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감기에 앓아누워버릴 테니까.
나는 환절기에 꼭 감기에 걸리는 편이라 젖지 않도록 만반의 준비를 한다. 크고 튼튼한 우산, 창문 닫기, 온수매트가 틀어진 침대, 내가 좋아하는 뜨거운 차와 달달한 간식.
거세게 내리는 폭우와 가랑비에 내 보금자리가 젖지 않도록, 마음에 감기가 들지 않도록 아주 단단히 준비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