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밤 (사실저녁)에 하는 생각
3개월 계약의 한 달이 흘렀다.
계절의 변화가 뚜렷하게 느끼는 요즘이다.
일찍 떠오르는 태양에
종일 해가 질 것 같지 않던 여름은 이미 끝났고
더디 오던 어둠이, 저녁이 성큼 다가온다.
다섯 시 무렵이면 석양이 지던 이곳이
여섯 시도 채 되기 전에 어두컴컴해진다.
다 똑같은 계절의 변화에
새삼스레 이곳에서, 유독! 어둠의 속도가 빠르다고 느끼는 것은
해가지면 지면 으레 이 켜지던 건물의 불빛이 없기 때문이다.
소위 시골이라 부르고 인구소멸 도시에 탑 5에 속하는
이곳의 저녁은 그런 이유로 몹시 길다.
한 달 전과 똑같은 시간을 근무하지만,
어쨰서인지 해가지고 퇴근을 하다 오면 아주 오래 일한듯한 착각에
연장근무를 하는 기분이 든다.
요 몇 년간 짧게 일하는 게 패턴화 되어있다 보니
오랫동안 한 자리에 출퇴근하는 이 시간이 어색한데
해가지고 어두워 퇴근하는 요즘은 약간 낯설기까지 하다.
나는 오래 머무르는데도
어두워진 시골길에 덩그러니 자리한 이 시설을
굳이 방문하는 사람도 없는 요즘,
이런저런 밀려오는 생각을 정리하기에 좋은 시간이다.
나는 프리랜서로 주로 강의 회차로 계약하고 일을 한다.
국가사업에서 모집하는 강사채용 공고
혹은 기업의 강사공고를 보고 내가 가능한 분야에 지원해서 일을 한다.
같은 사업이나 비슷한 종류의 일들을 몇 차례 수행하자
해당 분야의 일이 생기면 연락을 받고 가능여부를 서로 판단 후 일하기도 한다.
이런 류의 강의를 제공받는 사람들은 누구일까?
연령층은 특정할 수 없다.
전 연령을 대상으로 하는 기초교육을 하기도 하고
한 주 혹은 2~3일 동안 특정 집단(초등 중등 고등 일반)에게
조금 전문적인 수업을 제공하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수업이 이루어지는 장소는
기관이나 학교 노인정 아동센터등 실내지만
아주 드물게 거리수업도 있다.
수업을 하기 위한 역량 개발이 꼭 필요한 직종이고
누군가를 위해 그리고 나를 위해
끊임없이 공부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 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그런 스펙이나 노력이 아니다.
나 같은 강사에게 돈을 들여 채용한 고용주가 바라는 것은
'별일 없이 잘 마무리하고 오는 것.'
그것뿐이었다.
외부 초빙 강사에게 일을 주는 업체에서 바라는 것이
잘 가르치고 가르치는 대상이 뭔가를 알게 하는 것이 아님을
처음 깨달았던 초보 강사시절
나는 씁쓸했고 교육을 위한 수업이 아니라는 것이 부당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현장을 몇 번 겪고 같은 일들을 하다 보니
이제는 조금을 알 것도 같다.
교사는 감사한 직업이고, 가끔은 아주 감사한 직업이에요.
학생에게 뭘 가르치려고 하지 않는다면 말예요.
-김기태 <보편교양> 중
교권이 무너졌다는 이 세상에,
정규 교육도 더 이상 교육이 아닌 서비스업이라는 우스갯 소리가
더 이상 우스갯 소리가 아닌 이 시점에
나 같은 프리랜서 강사는 문제없이 임무를 수행하는
그저 외주(단기계약 혹은 일용직?!)
그 자체임을 깨닫자 한결 마음이 가벼워졌다.
그래, 그래서 나는 프리- 아니던가!!!
가을밤(사실저녁)에 하는 생각은 너무 어둡지 많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