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너도 알아서 잘하는 것

알잘딱깔센

by 김초하


지속적으로 한 장소에서 같은 사람과 일하지 않는 게 프리랜서인지 모른다.

그게 이 일의 장점이자 단점이지만!



여러 사람과 일하다 보면 역시나 사람에게 지친다.

처음 하는 일, 알아서 잘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그래도 일터에 왔으면 자기 할 몫은 해내면 참 좋은데,

그렇지 않은 사람이 생각보다 많다.

강의를 나가다 보면 혼자 일 할 때도 있지만

일회성으로 사업단이나 주최 측에서 정해준 아르바이트생들

혹은 보조강사라는 이름의 사람들과 함께 일 하는 경우들이 자주 있다.

나이도 성별도 재각각인 그 사람들 중 꽤 높은 비중으로

시간을 때운다(채운다)는 생각으로 와 있다.

(아닌 경우도 있다!)

그런 사람과 한 팀이 되어 일을 하다 보면

차라리 그냥 혼자 일하는 게 나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책임감을 가지고 일하는 것까지는 바라지 않는데,

그래도 지금 여기 본인이 왜 와있는지 정도는 알고 있어 주면 좋겠다.

불평불만은 많고 챙겨야 할 권리는 참 많은데

마땅히 해내야 할 본인의 일은 전혀 알고 있지 않은 사람들.



내가 만난, 다시는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들은 주로 이런 말들을 자주 한다.


1. 시키는 것만 하는 거 아닌가요?(=그냥 있으면 된다던데요?!)
-그냥 그러고 있을 거면 굳이 왜 왔는지, 뭘 시킨 건지는 알고 있는 건지 매우 궁금함.
그리고 정말 그냥 있으라고 돈을 주고 불렀는가 하는 의문이 든다.

2. 이게 뭐가 문제죠?
-문제가 있으니 말을 꺼내면 꼭 되묻는다. 강사가 수업하는데 앞문으로 다니며 학생들과 잡담을 하는 게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면 어디서부터 뭘 알려줘야 할까? 새삼 당연함이 더 이상 당연하지 않다는 생각에 말을 잃게 된다.

3. 제가요? 굳이? 지금이요?
-전 보조인데요, 전 알바인데요, 그건 제가 할 일 아닌 거 아닌가요?
-딱 맞게 왔는데요, 일찍 오면 일찍 가도 되나요?
-지금이요? 오늘 들었으니 다음부터 하면 되는 거 아닌가요?
끝없는 의문형의 대답들. 난 정말 이게 제일 힘들었다.


보조강사를 매칭하는 사업단에게 교육을 받은 건지 안 받은 건지, 애초에 일에 대한 이해도가 있었는지는 차치하고라도

정말 일 하러 온 사람이 맞는지 의심스러운 말과 행동들을

정말 모르겠다는 얼굴로 할 때 나는 새삼 내 직업에 감사한다.

개선 없을 사람에게 질문하지 않고

다시 보지 않을 사람에게 요구하지 않는다.

나는 내 일을 하고 그들은 그들의 시간을 보내게 둔다.

친밀하고 친절하게 성의를 다해 인간관계를 다져야 하는 직장이 아님을 감사하며 마음을 내어주지 않게 된다.

나도 내 말을 맘을 아껴 너무 인색해 보이지 않을 정도의 관계.

그런 관계여도 괜찮으니까!


일회성이 주는 자유 혹은 여유가 있다.

인간관계에 늘 긴장도가 높은 내

낯선 사람을 매번 만나는 일은 힘든 일일 줄 알았는데,

그 관계를 지속하지 않아도 됨이, 계속해서 잘하려고 잘 지내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됨이 묘한 여유를 준다.


오늘, 지금 내 일만을 최선을 다하면 되는 관계.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그래도, 우리 인간적으로 일하러 왔으면

알잘딱깔센

알아서 잘딱 깔끔하고 센스 있게!!



물론 아주 가끔 계속 보고픈 관계와 헤어짐은 조금 아쉽다.

이전 03화풍경에 압도당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