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관계에 대하여
마냥 편한 관계는 없다.
당연한 관계도 없고.
우리는 무언가를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며 살아간다.
그중 가장 사람을 지치게 하고 위로받게 하는 것- 인간관계.
프리랜서 강사라는 게 아니 프리랜서라는 것 자체가 불안정하다.
매일 일정한 곳으로 출근하고 퇴근하고 같은 일을 반복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늘 고용에 대한 생각으로 불안정하기는 하지만 이런 점이 사실 매력이기도 하다.
관계해야 하는 것들에서 조금은 자유롭기 때문에.
그중 특히나 같은 사람을 만나는 경우보다 다른 사람, 새로운 사람을 만나 일하게 되는 특징이 나는 가장 좋았던 것 같다.
회사를 그만두기 전 회사에 퇴사의지를 밝혔을 때 회사에서는 고맙게도조금 쉬다가 다시 오는 게 어떠냐며 육아휴직을 권했었다.
둘째가 곧 초등입학이라 엄마손이 필요한 시기라 퇴사를 생각한 건 사실이라 아마도 회사는 내가 육아로 인해 퇴사를 결심했다고 생각하는 모양새였다.
작은 아웃소싱 회사에서 해줄 수 있는 가장 큰 배려이기도 했고 냉정하게 생각했을 때 회사 입장에서 오랜 기간 별 탈 없이 근무한 직원을 다시 뽑아 대체하는 게 생각보다 어려운 일임을 알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나의 퇴사결정은 그것보다는 다른 것,
(인간관계로 인한 것-퇴직사유로 굳이 밝히지 않았지만 공공연하게 다들 알고 있는 일)
이었으므로 퇴사의지가 확고했다.
나름의 협상 끝에 6개월 써보고도 마음이 그대로이면 퇴사한다는 조건으로 육아휴직을 썼다.
어차피 자리로 돌아오지 않을 예정이라고도 말했고 나는 6개월 후 퇴사했다.
급여가 일정 부분 나오는 6개월의 시간 동안 나는 과연 어떤 일을 계속하며 살아야 하는가 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었다.
고민에는 답이 있을 리 없었고 아까운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던 나는 그동안 배우고 싶었던 것들을 배우며 시간을 보냈다.
문화강좌를 듣기도 하고 지역 기관과 연계된 학습이나 연수를 들어 이수하고 자격증 취득을 위한 인강을 들으며 자격증을 따기도 했다. 회사에 묶여 못했던 새로운 것을 배우고 강연을 듣고 수업을 들었다.
평일 낮의 한가로움을 마음껏 즐기고 오래가지 않을 사람들을 만나 인사 나누고 필요에 의한 것이 아닌 자격증을 부담 없는 마음으로 공부했다.
퇴사가 결정된 이후 몇 개월 동안까지 거의 1년 정도 그런 시간을 보냈던 것 같다. 그러다가 수업을 듣던 기관의 어느 강사에게 들은 국가사업을 떠올렸고 '서포터스'라는 이름으로 비교적 쉽게 시작할 수 있는 프리랜서라는 직업에 발을 들이게 됐다.
일정기간의 계약, 하나의 회사뿐 아니라(감당가능하다면) 여러 건의 계약을 한꺼번에 진행할 수 있는 특징, 정해진 시간을 채우고 받는 급여, 같은 장소가 아닌 곳에서 이루어지는 일과 늘 새로운 사람과 하는 일, 불규칙적인 시간과 급여, 계약에 따라 이동시간이 많고 알아야 하는 것도 많은 일.
장점보다 단점이 많아 보이는 일이었으나 나는 그 일이 꽤 즐거웠고 한 번에 몰아서 일하고 몰하서 쉬는 형식도 좋았다. 불안정한 만큼 계약에 따라 달라지는 급여도 마음에 들었다.
처음에는 최저시급도 못 받고 봉사활동처럼 하는 일도 있었지만 그런 일들이 쌓이고 평판이 되고 이후 몇몇 개의 작지만 괜찮은 강의를 소개받아 일하다 보니 어느 정도 적정 수준의 페이를 받으며 한해에 의뢰받는 강의와 일들이 생기는, 월 급여를 가늠할 수 있는 '직업'이라고 할 수 있는 프리랜서 강사가 되어 있었다.
직장 내 인간관계에 대한 스트레스와 더 이상 발전 없는 내 모습이 싫어서 퇴사를 결심했던 지난 5년.
나는 분명 프리랜서로 자유롭고 조심스러운 삶을 살고 있다.
과연 그럼 나는 이 일을 하면서 인간관계에 대해 조금은 편안해졌을까?
일을 하는 동안 나는 정말 많은 사람들을 만난다.
무수한 사람들 속, 내 수업을 들어주는 사람(수강생)들이 있으며(짧게는 한두 시간 에서 하루 혹은 이틀만 만나는 사람) 특정 기간 동안 함께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동료 같은 사람들도 있었다.
프리랜서 강사로 들어선 내가 자리 잡도록 도와주는 고마운 사람도 있었고, 프로젝트가 끝나면 다시는 마주하고 싶지 않은 사람도 있었다. 모두 짧은 기간 동안 나와 함께 했던 이들이다.
그 안에서 내가 모르는 나를 향한 많은 평가도 들었고 나 역시 누군가를 평가하곤 했다.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과 다시는 만나고 싶지 않았던 사람.
가르치는 일이 이렇게도 즐거구 나를 깨닫게 해주는 사람과
도대체 이곳에 무엇을 배우러 온 건지 싶을 만큼 무례하고 예의 없는 사람.
믿도 끝도 없이 나를 좋아해 주는 사람과 하나하나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 사람까지 온갖 인간을 다 만나며 일하는 동안 나는 조금 성장했다.
사람사이, 사람의 관계가 조금은 자유로워졌다.
계속 유지되는 관계가 아니어도 서로가 필요해서 만나는 관계가 참 좋았다.
친밀하지 않아도 친절하고 예의와 매너를 갖추고 사람을 대하면 그 관계가 퍽 나쁘게 되지는 않는다는 것.
내가 어렵게만 생각하는 인간관계는 그 '친밀'이라는 단어에 잘못된 해석일지 모른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까! 나는 어느 순간 인간관계로 생기는 스트레스에서 자유로워졌다.
더 이상 친절과 친밀을 동일하게 보지 않고 조심스러운 마음으로 사람을 대한다.
조금 더 조심스러운 마음으로 상대를 만나고 돌아서면 깨끗이 안녕하는 것!
사람에게 받은 상처는 사람에게서 치유된다고 하지만 그만큼 사람 때문에 사람과의 관계 때문에 괴로워하던 내가 많은 사람을 만나면서도 행복할 수 있는 이유는 어쩌면 불안정에서 찾은 안정감 때문일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