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다 나이를 먹었다는 증거지!
일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일까?
같이 일하는 사람과 일하는 곳의 환경 나는 이 두 가지가 가장 중요하다.
특히 매일 출근하는 일은 더욱더 그렇다.
회사에서 퇴사 후 프리랜서가 되기로 결심한 뒤
사실 나에게는 정시 출근 정시 퇴근은 조금 낯선 단어였다.
정해진 시간에 도착하고 끝나는 시간이 퇴근인, 시간으로 계약하는 강사로 살아서 인지
아침 출근 저녁 퇴근이 많이 어색해졌다.
이번 계약은 정시출근 정시퇴근이 있는 일이었다.
강의하는 시간은 월차나 주말 혹은 공휴일 근무로 대체가 될 수 있어서
몇 개 없는 강의를 포기하지 않아도 되는 조건이어서 출퇴근이 부담이어도
거리가 조금 먼 소멸지역이었어도 계약을 했다.
(거리가 멀다 보니 약간의 교통비 지원도 있음.)
그렇게 나는 군에서 위탁으로 운영되는 곳의
일정 구역을 관리하는 일을 하게 되었다.
나 외에 고정으로 관리하는 담당자가 1명뿐인
조용한 곳으로 알고는 있었지만,
생각보다 더 조용했다.
이곳은 전 연령을 대상으로 하는 체험 및 교육 공간이지만
이미 이 지역에는 이러한 시설들이 많이 있고, 인구수는 적었으며
이곳을 방문하는 이용객의 만족도는 어린이들이 압도적으로 높지만,
어린이들만 어린이 스스로 오기에는 접근성이 매우 좋지 않다.
그런 저런 이유들로 매우 한산하다.
여름과 겨울 방학, 그리고 주말을 제외하면 이용객은 정말 많지 않았고
가끔씩 열리는 특강이, 단체 방문을 제외하면 평일은 정말 조용했다.
프리랜서 강사를 시작하며 지역을 이동하는 일이 많고
처음시작하고는 일을 크게 가리지 않고 하다 보니
늘 정신없고 바빴다.
새벽에 출발해서 운전을 해서 도착하고 수업하고 숨 돌릴 틈 없이 다른 장소로 이동
그리고 또 수업하고 밤이 되면 집에 돌아오곤 했다.
그렇게 하루에 두 세건 일을 몰아서 하고 수업이 없는 날은 수업 준비를 위한 자료조사나
다른 수업도 맡아 볼 욕심에 공부도 하느라 지난 3년은 쉴 틈 없이 보냈다.
꼭 강의가 아니어도 일정이 맞으면 짧은 프로젝트 사업도 참여하며 영역을 넓히는 나날이었다.
프리젝트 사업은 안정적인 급여가 만족스럽지만 짧은 기간에 이뤄내야 하는 성과가 분명했기 때문에 강의보다 훨씬 더 내 시간을 쓸 수 없었다.
그런데 이번 단기 계약은 조금 특별하다.
일 자체도 정신없이 흘러가지 않고, 그간 해왔던 일의 집합체처럼 순조롭다.
그리고 무엇보다 출근해서 보는 풍경이 힐링 그 자체이다.
이미 도시에 살고 있지 않지만 조금 더 시골인 '군'단위에서 일해서 그런지
계절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환경이다.
주변이 일단 논으로 둘러 쌓여있고 4차선 도로 논둑으로 가끔 어르신들의 보행보조차나 경운기가 보인다.
비가 오면 초록의 논에서 익어가는 벼들이 뿜어내는 생명력을 느낄 수 있다.
바람이 불면 흔들리는 벼들의 노래를 들을 수 있다.
일하는 건물 주차장 뒤편은 과수원이다.
복숭아 나뭇잎의 색깔이 변하고 열매가 열리고 익어가는 수확하는 모습도 보이고
그 밭에서 뛰어노는 고양이 가족들도 볼 수 있다.
평화로움 그 자체의 풍경에 나는 압도되었다.
일 하는 건물 사방 통창으로 보이는 그 풍경만으로도 나는 지금이 계약이,
아니 이 일터가 너무 좋다.
아마도 딱 겨울즈음 이별하게 될 일터지만 사계절을 오롯이 느끼고 그만두게 될 이곳이.
그런데
요즘 하는 일은 어때?
프리랜서는 할만해?
라고 누가 물었다.
내가 (위에 적은 ) 이런 점들이 좋아라고 답하자
시큰둥하게 말했다.
그거, 너 나이 먹어서 그래.
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