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집돌스토리 Dec 15. 2022

[이직기 4] 이직 이후 새로운 시작의 어려움

이제 다 끝났다 싶을 때 생각해볼 만한 잘 보이지 않는 이직 이후

 처음 이직에 성공했을 때가 생각난다. 정장 차림의 여의도 금융맨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분위기의 IT기업을 다니는 판교인이 되는 순간이었다. 당시 전 직장에 대한 불만족이 컸던 시기라 이직 결정이 어렵지 않았다. 홀가분하게 떠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막상 송별회와 함께 정리하는 시간이 다가오자 아쉬운 마음과 동시에 변화에 대한 두려움이 조금씩 생겨났다.


새로운 환경으로 간다는 것은 언제나 어려운 일이다. 어린 시절 유난히 전학을 많이 다녔던 나였지만 여전히 모르는 사람들과 친해지는 것은 어색한 일이었다.* 이미 친해진 사람들끼리 나누는 모르는 이야기에 외부인인 내가 끼는 것은 힘든 일이었다. 게다가 회사는 학교가 아니다. 바쁜 일상에 치여있는 직장인들은 뉴페이스에게 큰 관심이 없다.

* 초등학교만 5~6개는 다녔다.



밝아 보이는 미래로 어려운 발걸음 [출처 - untamplater]





그렇다. 경력직은 외롭다.


 어디든 새로운 환경에 혼자 가는 것은 외롭지만, 공채와 동기라는 개념이 존재하는 대기업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그들은 마치 학생 때의 친구들처럼 똘똘 뭉쳐있다. 나는 사회생활 동기라는 것을 가져본 적이 없기에 그런 관계가 부러웠다. 오죽하면 경력이 짧았던 20대 때는 동기를 만들고 싶어 경력을 포기하고 대기업 신입 공채를 준비해볼까 하는 어리석은 고민도 해봤다. 지금 돌이켜보면 겨우 그런 이유로 경력을 버리지 않은 것이 천만다행이었지만.


동기와 함께 사회생활을 시작한 사람들은 직장에서 외로움 자체를 이해하지 못한다. 회사에는 늘 안정감을 주는 친구들이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들도 이직하면 이방인이 된다. 아주 사소해 보이지만 제법 중요한데 많은 사람들이 생각해보지 않는 것 같았다. 나는 이직을 고민 중인 주니어들에게 이 사실을 알려주곤 한다. 회사에 친한 사람이 없어져도 괜찮냐고, 친해지려면 더 많은 노력을 들여야 할 것이라고, 경력직은 외롭다고.

* 학생 때부터 첫 직장까지 늘 함께 시작한 친구들이 있어왔으니까


당연히 혼자 시작하는 경력직도 회사를 다니며 친한 사람들을 만들 수 있다. 나만 해도 다녔던 회사들마다 친했던 사람들과 몇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함께하고 있을 정도로 즐겁게 회사를 다녔다. 하지만 가능하다는 것과 별개로 옮긴 직후 외로움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것은 본인 몫이다.



기대에 대한 부담감


 스포츠를 보다 보면 새로운 선수를 영입했는데 기대만큼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부진한 모습을 보이는 케이스를 자주 볼 수 있다. 능력을 발휘해 훌륭한 아웃풋을 내는 데는 팀 컬러에 적응하고 기존 선수들과 팀워크를 맞추는 것도 필요하기 때문일 것이다. 직장인들의 이직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직을 한다는 것은 업무 환경부터 상사, 동료, 출퇴근, 하루 루틴까지 모든 것을 새롭게 한다는 것과 같다.


모든 것이 낯설다. 그 회사에서만 사용하는 용어와 시스템이 가득하기도 하다. 업무 효율이 기존에 비해 떨어질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빠르게 적응해야 한다. 경력직은 말 그대로 직무에 대한 경력이 있는 사람으로 바로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다. 즉, 곧바로 1인분 어쩌면 그 이상 해내길 바라는 시선들을 받게 된다. ‘입사한 지 얼마 안 됐으니까’, ‘적응기간이니까’라는 방어막은 그리 오래가지 않는다.


어떤 사람들은 친절한 말투로 ‘입사 초기에는 업무가 배정되지 않아 할 일이 많지 않으니 쉴 수 있을 때 쉬세요.’라는 말을 해주기도 한다. 불편한 마음이 조금이나마 편안해질 수 있는 말이지만 나는 생각이 다르다. 업무가 배정된다는 것은 바로 책임감을 가지고 1인분을 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그전까지 (운이 좋게도) 시간이 주어진다면, 더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


나는 크게 3가지 정도로 나누어서 빨리 파악하기 위한 노력했던 것 같다. 회사의 시스템과 문화, 사람 그리고 업무가 그것이었다. 문화고 사람이고 일만 잘하면 되는 것 아닌가라고 하기에는 회사에 대해 전반적으로 적응하지 못하면 좋은 아웃풋을 내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사람들과 함께 일할 수 있게 적응해야 한다. [출처 - Noblesse]






 이직 후의 어려움은 누구나 쉽게 짐작할 수 있기에 전달할 내용이 많지 않았다. 굳이 정리하지 않아도 되려나 고민했지만 동기들과 함께 사회생활을 시작한 사람들에게는 '동기를 잃게 된다.'는 말을 꼭 해주고 싶었다. 회사에서 프로이직러인 나에게 이직 고민을 털어놓는 주니어들이 많았다. 하나같이 동기가 없는 회사에 다녀야 한다는 것을 생각해보지 않았다. 그리고 그것을 알려주었을 때 이직을 망설이는 것을 보았다.


이직기 콘텐츠의 목적이 이직 경험이 적거나 없는 사람들에게 주관적인 팁을 전달하는 것이니 한번 이야기해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번에 이야기한 어려움들은 이미 익숙해진 곳을 떠나는 모든 사람에게 해당될 것이다. 익숙한 곳을 떠나 새로운 곳에 간다는 것은 생각보다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커리어, 도전, 보상 등의 측면에서 이직은 어려움을 극복할 만큼 충분히 가치 있을 수 있다.






이직 고민을 시작으로 회사를 고르고, 준비를 해서 이직하는 것까지 모든 과정에 대한 글이 끝났다.

마지막으로 네 번의 이직을 통해 다섯 번째 회사를 다니면서 느낀 점들과 함께 이직기 후기를 써보려 한다.






[같이 보면 좋은 이직기 시리즈]


[이직기 0] 프로 이직러의 시선으로

[이직기 1] 이직을 해야하는 이유와 상황

[이직기 2] 이직할 때 확인해야 할 필수 기준 4가지

[이직기 3-1] 이직 준비의 첫 단계

[이직기 3-2] 이직을 위한 준비들

[이직기 4] 이직 이후 새로운 시작의 어려움

[이직기 후기] 어려웠지만 뿌듯한


이직 STORY


매거진의 이전글 [이직기 3-2] 이직을 위한 준비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