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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집돌스토리 Nov 14. 2022

[이직기 3-2] 이직을 위한 준비들

회사만 나를 선택하는 게 아니다. 나도 회사를 선택하는 것이다.

 학교 다닐 때는 시험을 보는 것이 정말 싫었다. 두 달을 주기로 돌아오는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는 매번 나를 지치게 했고, 봐야 할 책과 강의자료는 산더미처럼 쌓여 그 존재만으로도 부담이 되었다.

하지만 지나고 보니 학창 시절의 시험은 쉬운 것이었다. 공부해야 할 것이 정해져 있었으니까. '무엇을' 열심히 해야 하는지가 명확하다는 것만으로도 난이도가 많이 낮아진다.

그렇다면 이직을 잘하려면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이직을 성공적으로 하고 싶어 하는 주변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들은 질문은 "무엇을 해야 할까?"였다. 준비는 해야겠는데 뭘 해야 할지 모르겠는 사람들이 많았다. 업종마다 회사마다 직무마다 모두 다르겠지만, 크게 분류하면 서류-시험-면접*으로 이어지는 케이스가 가장 많다. 세 가지 모두 다 중요하지만 이 글은 면접에 포커스해서 이야기해보려 한다. 특히 면접의 기술적인 부분보다는 내가 경험하며 느꼈던 것들을 위주로 사전에 생각해보고 갖춰야만 하는 마인드에 대해서이다.

* 실제 합격까지는 레퍼런스 체크, 건강검진, 처우 협의과정도 거쳐야 하고 면접만 해도 기술면접, 인성면접 등등 다양한 과정을 거칠 수도 있다.



한 단계 한 단계 퀘스트를 깨는 느낌이다. 생각보다 퀘스트가 많다. [출처 - pixabay]






이직 프로세스 3단계



서류 

 

 지원자의 첫인상은 이력서와 지원서이다. 이 과정은 앞서 이야기했던 '나를 나타내기'가 잘 되어있다면 한결 수월하다.* 다만 이력서 관리를 잘해두었다고 하더라도 추가로 신경 쓰면 좋은 것들이 있다. 회사와 직무에 맞춰 모든 지원서를 차별적으로 만드는 것이다. 같은 사람의 이력서지만 조금은 다른 사람처럼 느껴질 정도면 좋다고 생각한다. 거짓말로 지어내며 전혀 다른 이야기를 써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큰 틀에서는 나를 나타내고 있어야 하지만 표현 방법을 달리할 필요가 있다.

* [이직기 3-1] 참조


가급적 회사와 팀이 원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 그 회사에서 자주 사용하거나 Job Discription에 자주 언급된 단어를 활용하면 좋다. 같은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할지라도 전혀 다른 느낌의 문장이 될 수 있다. 여러 개의 장점 중 그 회사에 어필이 될만한 장점을 첫 번째로 꺼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같은 내용이더라도 강조할 핵심 포인트를 다르게 가져가면서 지원할 회사와 직무를 타겟팅하면 서로 다른 시각을 가진 모든 회사에게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다.



시험


 경력직에게 있어 시험을 보는 채용은 사실 많지는 않다.* 시험보다는 기술면접이라는 방법을 통해 역량과 경험을 확인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원자의 실제 역량을 확인하는 시험에 대해서는 내가 느낀 노하우는 따로 없었다. 평소에 업무와 성장을 대하는 태도가 대충대충이 아니었다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열심히 공부하자.

* IT기업에서의 개발자 대상 채용에서는 코테라고 불리는 코딩 테스트를 대부분 실행한다.



면접


 가장 중요한 한 가지만 기억하면 된다. “나도 면접을 통해 회사를 고르는 것이다.” 심플하지만 사실 어렵다.


지원자도 회사를 알아보고 선택한다는 생각으로 면접을 봐야 한다. 나의 경우에는 이런 마인드를 갖게 된 이후 면접을 더 여유롭게 진행할 수 있었고, 더 좋은 결과들을 이끌어 냈다. 그래서 후배들에게 면접에 대한 조언을 해줄 때 꼭 저 마인드를 주입시켜주기 위해 노력한다.* 이런 마인드는 두 가지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 그렇다고 건방진 태도로 면접을 보는 것은 안된다.


첫 번째. 자신감 상승

 보통의 면접자들은 위축되어있다. 속된 말로 쫄아있다. 그래서는 본인의 장점을 어필하지 못할 뿐 아니라 상황과 분위기에 맞춰 본인의 생각과 태도 심지어는 경험과 역량까지도 평소와 다르게 지어내기도 한다. 이런 경우 압박면접을 만나면 이리저리 대답하다가 일관성을 잃게 되기 쉽다. 면접에 앞서 자기 자신에 대한 깊은 고민을 통해 스스로를 파악한 후에 내가 어떤 사람인지, 왜 이 직무에 잘 맞는지를 보여준다는 생각을 가지면 왠지 자신감이 생긴다. 자신감 결여로 안 맞는 곳에 억지로 잘 보일 필요는 없다.


두 번째. 맞지 않는 회사 미리 걸러내기

 사람들이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간과하는 것 중 하나가 그 회사와 나의 핏이 잘 맞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그저 어디든 받아만 준다면 어떤 힘든 일이 있더라도 참아낼 각오가 있는 게 아니라면 아무 곳이나 들어가면 안 된다. 나와 맞는 회사와 직무에 맞춰 이직을 선택하는 것은 굉장히 중요하다. 잘 맞지 않는 회사에서 이상한 업무를 하는 것만큼 힘든 것이 없다. 지원자도 면접을 통해 이 회사가 나와 맞는 곳인지를 짧은 시간 안에 파악해야 한다.



지원자도 회사를 알아볼 날카로운 안목이 필요하다. [출처 - Unsplash]



나의 경험

 면접이 지원자도 회사를 알아보는 기회라고 처음 느꼈던 사례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려 한다. 2020년 1월 창업했던 회사를 그만두고 새로운 커리어를 위해 좋은 회사를 찾고 있었다. 그때의 나는 작은 규모의 스타트업에서 일한 직후였기 때문인지 대기업에 대한 욕구가 있었고 그에 맞춰 여러 대기업들의 면접을 보고 있었다. 그중 한 곳이 이런 마인드를 배우게 해 준 하나금융그룹이었다.


두 분의 면접관의 면접은 제법 좋은 방향으로 흘러갔다. 데이터 분석이라는 직무와 내 경험들이 잘 맞았기에 일하는 데는 무리가 없어 보였다. 하지만 면접을 보는 내내 어딘가 불편했다. 큰 틀에서는 나를 있는 그대로 나타내고 있었지만 세세한 부분에서 회사에 억지로 맞추며 잘 보이려 하는 모습이 보였다. 일 하는 데는 문제가 없겠지만 그런 모습의 나는 즐겁지 않을 것 같았다. 그때부터 내가 궁금한 것을 역으로 물어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내 불편함이 사실이었다는 것을 확인했다.

* 이때는 경험이 부족해 무작정 질문했는데, 지나고 보니 썩 좋은 모습으로 보이진 않았을 것 같다. 요령이 필요하다.


며칠 뒤 걸려온 전화의 메시지는 합격이었지만 나는 이후 프로세스를 중단했다. 면접을 통해 그 회사의 직무는 나와 맞지 않는 곳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한 번 경험을 하고 나니 이후의 면접들도 회사와 나의 핏을 맞춰본다는 생각으로 임하게 되었다. 자연스럽게 더 자신감이 생겼고 결과적으로 좋은 기회를  통해 원하는 곳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내가 면접 볼 때 준비하는 것들

 내 MBTI는 ESFJ이다. 그중에서도 J의 성향이 가장 강하다. 계획과 준비가 철저한 성향이라는 이야기다. 면접 준비도 그러했다. 가능한 모든 것을 준비하려 했는데 주로 어떤 것들이었는지 기억을 더듬어 정리해보았다.


기본

 업무에 필요한 역량에 대한 것들은 기본이다. 그동안의 업무와 프로젝트들을 전부 되짚었고 관련해서 나올만한 질문들을 미리 생각하고 다시 공부했다. 아무리 직접 했던 것들이라도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잊혀지기 때문에 한번 쭉 확인해 보는 것이 도움이 되었다.


인성면접 스타일의 질문들도 미리 답변을 준비했다.* 예를 들자면 나는 이직이 잦은 편이니 퇴사와 이직 사유 등에 대한 질문은 꼭 나왔다. 예상 질문에 대한 답변을 생각만 하는 것이 아니라 말해봐야 한다. 생각과 직접 말하는 것은 정말 큰 차이가 있어서 막상 말하려 하면 말이 꼬이며 잘 안되기도 한다. 발표 준비를 하듯 여러 번 질문에 답을 해보며 입에 익혔다.

* 나올 수 있는 질문이 다 비슷비슷하기 때문에 면접 이후 질문받았던 것들을 메모하고 복기하면 다음 면접 준비에 큰 도움이 된다.


추가

 여기서부터는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은 부분이다. 우선 그 회사에 대해 알아봤다. 제일 먼저 회사의 홈페이지를 구석구석 살펴보고 사업보고서와 지속경영보고서 같은 정리된 문서를 모조리 읽었다. 내가 지원한 팀 혹은 직무가 아니더라도 제품과 서비스를 알아보려 했고, 지원한 분야라면 더더욱 자세히 읽었다.


그 후에는 관련 뉴스를 찾아 읽었다. 이때 지원하는 부서/서비스와 관련된 뉴스를 읽다 보면 면접에 나올 것 같은 분을 미리 추측할 수도 있다. 실제로 한 번은 임원면접을 보러 들어가며 생각했던 분이 앉아계신 것을 보고 내적 친밀감에 좀 더 편하게 면접을 본 적도 있다. 그러고도 시간이 남으면 그 업계와 경쟁사의 뉴스도 찾아보며 큰 그림을 파악하려 했다.


전부 기억나지는 않지만 미리 알아볼 수 있는 모든 것들을 준비했는데 사실 대부분의 경우에서 큰 도움이 되지 않을 정도로 과한 준비였다. 하지만 회사와 친숙해지면서 드물게 회사에 대한 질문을 받았을 때 당황하지 않고 여유롭게 대답할 수 있었고, 나와 잘 맞는 곳인지를 파악하는데도 큰 도움이 되었다.






 이직 과정을 성공적으로 마쳤다면 마지막으로 신경 써야 할 것이 있다. 바로 지금 회사를 잘 마무리하는 것이다. 여기까지가 이직 준비라고 생각한다. 가끔 떠난다고 마지막 정리를 엉망으로해 평판을 망쳐놓는 경우가 있는데 생각보다 세상은 좁다. 떠나는 마당에 나쁜 이미지로 남아서 좋을 것이 하나도 없다.


+ 스타트업은 정식 입사에 앞서 회사와 지원자의 핏이 잘 맞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과정을 거치기도 한다. 한 명 한 명의 영향력이 큰 작은 규모인 만큼 아무리 똑똑한 사람이라도 색깔이 다르면 뽑지 않겠다는 노력인 것 같다.



멋진 뒷모습을 남기고 떠나자. [출처 - Unsplash]






이제 이직 준비가 모두 끝났다.

앞으로는 더 좋은 조건에서 행복하게 일할 일만 남은 것처럼 보인다.
밝은 희망에 가려져 이직 후의 어려움운 잘 보이지 않는다.

다음에는 그 어려움에 대한 경험들을 말해보려 한다.
생각보다 경력직은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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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직기 0] 프로 이직러의 시선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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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직기 3-1] 이직 준비의 첫 단계

[이직기 3-2] 이직을 위한 준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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