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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젤리콩 Dec 13. 2022

13. 보냈지만, 보낼 수 없었다


토토가 보고 싶을 때는 쌍둥이에게 넌지시 말을 던진다.

"오늘은 토토랑 대화 안 해?"

난 애니멀커뮤니케이션을 배우지 않아서 토토랑 대화할 수 없다. 그래서 토토 얘기가 궁금하면 쌍둥이한테 묻고는 한다. 이럴 줄 알았으면 내가 배우는 건데 싶다가도 나라면 쌍둥이만큼 토토랑 대화를 잘하지 못했을 것 같아서 쌍둥이가 배운 게 더 낫다고 생각한다.

난 무조건적으로 쌍둥이의 능력을 믿지만, 쌍둥이는 처음에 토토랑 대화를 시도했을 때 긴가민가하면서 이게 잘 되는 건지 헷갈렸다고 한다. 같이 산 세월이 있으니 자기가 마음대로 생각하고 대화했다고 느끼는 게 아닐까? 하고 말이다.


그런 생각을 바꾼 계기가 있었다. 동물들과 대화가 가능하다는 걸 주위 사람들이 알았을 때, 사촌 언니들이 키우는 개와 고양이랑 대화를 하기도 하고, 그 사촌 언니들의 친구들이 이미 떠나보낸 아이와 대화를 부탁하면서 점차 확실히 깨달았다. 대화가 되고 있는 거라고. 착각이 아니라고.

동물들은 사람이 말해주지 않은 것도 TMI처럼 남발하고는 한다. 상대방이 말해주지 않은 것도 동물들은 쌍둥이에게 조잘조잘 떠들었다. 다들 신기해하니 쌍둥이도 대화가 된다는 걸 믿을 수밖에 없었다. 물론 옆에서 보는 난 더 신기하고 재밌게 느껴졌다.

다시 토토 얘기로 돌아가서. 대화하고 싶다고 해서 언제든지 대화가 다 가능한 건 아니다. 쌍둥이의 컨디션도 따라줘야 하고, 토토가 협조적으로 나와야 한다.

- 무지개다리 건너에 있는 토토도 나름 바쁘더라. -

중요한 일이 있을 때(예를 들어 애들 입양하기 전) 우리 자매는 하나뿐인 동생 토토에게 의견을 묻고는 했다. 하고 싶은 건 해야 하고 제멋대로인 누나들을 아는 토토는 어차피 마음대로 할 거면서 뭐하러 묻냐고 퉁명스럽게 말하지만, 그래도 토토의 의견을 들어야 마음이 편하다. 그게 좋은 말이든 나쁜 말이든.

몸은 멀리 떨어져 있지만, 우린 아직 토토를 보낼 준비가 안 됐나 보다. 매번 토토를 찾는 걸 보면.

토토는 혼자 떨어져도 씩씩하게 친구들도 만들면서 잘 지내고 할 일도 많아서 바쁘지만 말이다.


"젤리, 카노, 설탕이 이름도 좋은데, 엄마가 지어준 토토 이름이 제일 좋아."
- 설탕이 오면 집에 올 거야?
"지금은 좀 바쁘고 나중에 한번 들릴게."
- 네가 뭐가 바쁘냐?
"그런 게 있어. 누나 왜 왔는데?"
- 너도 가족이니까 설탕이 오는 거 말하려고 왔지.
"의왼데? 어차피 난 다 알고 있으니까 말 안 해도 돼."
- 다 알기는 무슨. 숫자도 100까지만 아는 멍청이가.
"100까지 아는 게 얼마나 대단한 건 줄 알아? 누나들이 더 알려줬으면 내가 누나들보다 더 좋은 대학 갔을 걸."
- 그림도 못 그리면서 무슨.
"난 발바닥만 찍어도 예술이야. 나한테 못해주고 해주고 싶었던 거 애들한테 골고루 나눠서 해줘. 내가 제일 똑똑해서 젤리, 카노, 설탕이는 100까지는 알 수 없겠지만."
/ 22.10.26 누나들이랑 자기는 동급이라는 토토 대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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