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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젤리콩 Dec 08. 2022

10. 둘째지만 첫째 아들 카노


두 마리를 키울 생각은 없었다. 지금까지 토토 하나만 키웠었고, 젤리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둘째라니. 가족들은 둘을 감당할 수 있겠어? 하는 말부터 시작했다. 맞다. 둘째 입양 계획은 내가 먼저 시작했다.

토토랑 젤리로 한창 인스타를 하고 있을 때였다. 난 우리나라에는 시에서 운영하는 보호소뿐만 아니라 사설 보호소도 많다는 걸 처음 알았다. 이것저것 알아보기 시작했고. 안락사는 없지만 후원금이 없으면 운영이 힘들 만큼 어려운 보호소가 대부분이라는 걸 알았다. 젤리는 시에서 운영하는 보호소에서 데리고 와서 몰랐던 사실들이었다.

젤리 입양 전에 토토랑 닮아서 데리고 오고 싶었지만, 7살이 넘는 나이 때문에 포기했어야 한 강아지가 한 마리 있었다. 가족들은 많아야 3~4살 정도 되는 아이를 원했다. 그건 나도 동의했다. 토토를 보낸 것만으로도 이렇게 힘든데, 만난 지 얼마 안 돼서 헤어져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 시작된 막연한 두려움이었다.

사실 지금 생각해 보면 왜 둘째를 데리고 올 생각을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난 두 마리를 키울 생각이 없었다. 해 본 적이 없다는 이유로 막연하게 겁을 먹었다. 당연히 감당이 안 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하던가? 그게 날 가리키는 말이라는 건 그때 처음 알았다.

왜냐하면 입양 공고를 보고 만 거다. 젤리처럼 해맑게 웃고 있는 까만 강아지 한 마리를. 펜션에서 구조된 강아지는 오랜 시간 동안 보호소 철창에 갇혀 있어야 했고, 원래 있던 곳이 안락사를 시행하는 보호소였기에 봉사자들이 운영하는 쉼터로 옮겨왔다고 했다. 영상이며 다른 사진은 없는지 계속 찾아봤다.

"말썽꾸러기 토토도 17년이나 같이 살았으니까 어쩌면 두 마리도 가능하지 않을까?"

그 작은 물음으로 시작한 나는 얘를 데리고 와야겠다고 생각했다. 둘째는 힘들 거라는 가족들을 설득하고 천안까지 가서 둘째지만 젤리보다 나이가 많은 카노를 데리고 왔다. 카노는 정말 만났을 때부터 깨발랄 그 자체였다. 쉼터에 있는 개들 중 작은 편에 속했던 카노는 내가 설명 들을 때 아빠가 그 근처만 뛰어줬음에도 엄청 좋아했다. 집으로 오기 위해 차에 탔을 때는 먼저 타겠다고 할 만큼 차를 좋아했다. 이런 애는 처음 봤다.

천안에서 집까지 1시간 이상. 젤리한테 형을, 카노한테 집과 가족을 만들어줄 생각에 들떴다. 하지만 내 생각은 카노가 집에 오면서 깨졌다.

카노는 오랫동안 밖에 있었던 만큼 사람에게 학대도 당한 건지 만지려고만 하면 입질을 했다. 정말 손만 끈질기게 따라와서 물었다. 추정 나이 5~7살. 입질이 심한 이유에 대해서 알기 위해 쌍둥이가 카노랑 대화를 해봤지만, 카노는 가족이 뭔지 모르는 상태였다. 사랑을 왜 줘야 하는지, 왜 예쁨을 받아야 하는지.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애 같았다.

둔감화를 위해 만지며 달래도 봤으나 무는 건 순식간이었다. 엄마는 무서워서 간식 줄 때만 스치듯 입을 만졌고, 아빠는 만지려다가 몇 번이나 물렸다. 그리고 같은 방에서 생활하는 우리 자매는 자다가도 물리고, 그냥 있다가도 물려서 손에는 상처가 아물 날이 없었다.

그리고 젤리. 같이 놀아줄 수 있는 형이나 누나가 있으면 좋겠다던 젤리는 막상 카노가 오니 질투심이 폭발했는지 매일매일 질투했다. 길에서 만나는 강아지나 고양이를 좋아하면서, 누나나 형이 필요하다더니. 질투하는 젤리한테 배신감이 들었다.

내가 생각한 화목하고 단란한 가족은 순식간에 물거품이 되었다.

"시간이 약이다."

어찌어찌 복작복작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입양한 지 일 년이 넘었을 때였다. 토토를 보내고 나서는 먹히지 않던 말이 카노에게는 먹혔다. 정말 시간이 약이다. 카노는 점차 가족에게 적응했고, 우리도 카노에게 적응해서 불필요한 접촉은 피했다. 카노도 심기가 불편하면 으르렁하는 소리와 함께 이를 드러내면서 심기가 불편하다는 걸 알려준다. 지금은 또 예쁨 받고 싶을 때 와서 만져달라고 애교까지 부린다.

우린 그렇게 적응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물론 미친놈처럼 우다다하고 인형 사냥을 좋아하는 젤리와 달리 카노는 참 점잖아서 젤리의 바람처럼 둘이 노는 일은 없었다.

"너무 조용하고 얌전해서 우리 집에서 잘 버틸 수 있을까?
우리 집은 미친놈들만 올 수 있는데... 엄마도, 이모도, 젤리도 미친놈이라서 미친놈만 올 수 있어. 근데 형은 어디가 미친놈일까?"
/ 21.09.24 카노가 미친놈이라는 걸 확인하기 위해 유심히 보던 젤리 대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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