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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젤리콩 Dec 09. 2022

11. 막내딸 설탕이

20년에 젤리, 21년에 카노. 우리 집에는 강아지 두 마리가 산다. 22년이 되어서도 젤리는 여전히 미친놈이었고, 카노는 점잖았다. 그러던 중 겨울철에는 보호소가 너무 추워서 겨울 동안 임보가 필요하다는 걸 알았다. 처음에는 임보를 계획했다. 카노에게 적응한 젤리도 질투심이 줄었기에 단기 임모를 찾고 있었다. 동시에 젤리랑 놀 수 있는 나잇 대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차가 없다. 면허는 있지만 장롱면허 10년 차가 됐고, 보호소는 대부분 멀었다. 우리 가족은 운전에 관한 건 항상 아빠에게 맡기게 됐다. 아빠도 일을 하기 때문에 아무 때나 어디로 데려다 달라고 말할 수 없었다.

먼 보호소보다는 가까운 곳을 찾았다. 며칠을 찾으면서 가족들과 대화도 많이 했다. 부모님의 걱정은 임보를 하면 과연 보낼 수 있겠냐는 거였다. 우리 자매는 가능하다고 했다. 막연한 자신감이 있었다. 오히려 부모님이 걱정이었다. 안 그런 척해도 정이 많다는 걸 30년 동안 보고 자랐으니까. 우린 많은 대화를 나눴다. 정말 아침저녁 할 것 없이 대화했다. 화를 낸 적도 있고, 감정이 상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물이 얼어버릴 듯한 추위에 한 마리가 겨울만이라도 따뜻하게 우리 집에서 지낸다면 그만큼 좋은 일도 없을 거란 생각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 결심은 어느새 임보가 아닌 입양으로 생각이 바뀌어 있었다.

결국 우리 가족은 22년 10월. 셋째 설탕이를 입양했다. 설탕이는 보호소에서 태어난 여자아이였다. 6월 생이라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설탕이는 남자 애들인 젤리랑 카노와는 달리 조용하고 순했다. 물론 집으로 오는 차에서만. 집에 와서는 말괄량이도 이런 말괄량이가 없다. 벽지를 뜯는 건 기본에 방바닥에 깔린 매트도 다 뜯어댄다. 문과 문틀을 뜯어대고 쓰레기통을 뒤지던 토토 삼촌과 많이 비슷해서 우리는 설탕이를 보면서 토토 얘기를 하고, 토토랑 닮았다고 좋아한다. 엄마는 귀찮아하면서도 그런 설탕이를 따라다니면서 케어한다.
- 토토한테 네 막내 조카는 너랑 참 비슷해서 사고 치고 다닌다니까 오히려 엄마가 설탕이 때문에 많이 움직이는 게 좋다고 했다. -

그래도 좋은 건, 드디어 젤리랑 놀아줄 동생이 생겼다는 거다. 설탕이는 젤리 못지않은 미친 친화력과 애교, 그리고 미친 체력을 가진 아이다. 젤리처럼 신이 나면 방을 우다다하면서 달리고, 자는 젤리에게 붙으면서 놀자고 난리 친다. 귀찮을 만도 한데 젤리는 또 좋다고 으르렁거리면서 설탕이랑 논다. 카노는 그런 동생들을 구경하는 재미에 빠졌다.

"이모님, 쟤 좀 말려봐. 귀찮아 죽겠어. 우리 집에 미친놈만 들어올 수 있다고 했더니 제일 미친놈이 들어왔어."
"설탕이는 미친놈이야, 미친놈. 지치지 않는 새로운 미친놈이 등장했어. 저거 봐, 저거. 하는 짓이 또라이야."
"쟤 이상해. 뭐, 우리 집에 저렇게 맞는 애도 없지. 미친놈은 환영이지만 힘들어."
/ 22.11.17 이모가 말 걸기도 전에 급하게 이모님한테 먼저 말하는 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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