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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젤리콩 Dec 06. 2022

8. 절대 없을 줄 알았던 새로운 도전

토토를 떠나보내며 우리 가족은 다짐했다. 두 번 다시는 이런 이별 겪고 싶지 않으니 우리 집에 다른 반려동물은 없다고. 토토도 우리 가족에게 자기 말고 다른 동생, 다른 자식이 생기는 걸 원치 않았다.
- 큰누나와의 애니멀 커뮤니케이션에서 토토는 싫다는 의사를 밝혔었다. -

하지만 우리의 우울증과 펫로스는 날이 지날수록 심해졌고,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하루하루 무기력한 날을 보내고 있으니 삶의 의지조차 잃어가고 있었다. 정신과 약은 소용이 없었고, 수면제를 먹지 않으면 잠도 못 잘 정도였다.

그 무렵 나는 포인핸드를 보고 있었다. 다시 내 인생에 반려동물은 없다고 생각했는데. 나도 모르게 버려지거나 길을 잃은 아이들을 보고 있었고, 다른 강아지가 오면 이 우울한 삶이 나아지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갖고 있었다. 토토가 떠난 후 가족 간의 대화가 단절되니 더 간절했는지도 모른다.

무뚝뚝한 우리 가족은 함께 소통하고 대화할 수 있는 징검다리가 필요했다. 그리고 우리의 삶을, 내 삶을 되찾아줄 누군가가 필요했다.

처음엔 그냥 보기만 했다. 무작정 보기만 하고 끄고, 다시 어플을 켜서 보기를 반복했다. 그중엔 어제 봤는데 오늘 안락사되는 애들이 수없이 많았다.

버려졌다는 이유만으로 인간에 의해 죽어가는 아이들을 보니 그런 생각이 들었다.

'계속 이렇게 살 거면 내가 살아가는 동안에 다른 아이에게 새로운 삶을 줄 수 있지 않을까?'

물론 헤어질 걸 생각하고, 또 이렇게 아플 걸 생각하면 겁이 났다. 하지만 겁내고 아무것도 안 하기에는 죽어가는 아이들이 불쌍했다. 어쩌면 토토를 보내고 세상을 잃은 것 같던 나보다도 더 불쌍해 보였다. 사람이기에 할 수 있는 동정이었지만, 사람이기에 한 마리라도 더 살릴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살아도 산 것 같지 않은 것처럼 지내던 나랑 내 쌍둥이는 포인핸드를 보면서 입양을 결심했다. 부모님을 설득하는 것도, 떠나보낸 지 1년도 안 된 토토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하는 것도 힘들었다. 그러나 우리는 포기하지 않았다.

끝내 부모님을 설득했고, 토토는 '어차피 누나들 마음대로 할 거면서 뭘 물어봐?'라는 소리를 들은 후에 유기견을 입양하기로 했다.

하루에도 수많은 아이들이 길을 잃거나 버려진다. 포인핸드뿐만 아니라 다른 사이트를 봐도 이름이 아닌 공고번호가 붙은 버려진 아이들이 수두룩하다. 과연 누가 우리의 가족이 될 수 있을까. 입양을 결심하니 그냥 지나치듯 본 애들도 다시 눈길이 갔다.

사실 처음에는 토토 닮은 아이를 찾고 있었다. 신나서 토토 닮은 애를 보다가 아, 어쩌면 우린 가족이 필요한 게 아니라 토토가 필요한 게 아닐까? 하는 수많은 고민을 했었다.

많은 고민과 수많은 아이들 중 한 아이만 선택하는 것도 힘들었지만, 우리를 가장 힘들게 만드는 건 입양 실패였다.

8월 31일. 토토가 떠난 날 보호소에 들어간 아이가 있었다. 토토랑 정말 닮았었다. 아직 아기였던 아이를 보니 토토 어릴 때가 생각났다. 망설이지 않고 곧바로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들려오는 건 "보호소 내에 파보가 돌아 애가 죽을지도 모른다. 얘는 안 데리고 가는 게 낫다. 이런 애는 입양 보내지 않는다." 아이를 상품 취급하는 말투였다.

시설이 악명 높기로 소문난 시보호소였다. 우리가 데리고 오겠다는데도 안 보내겠다던 보호소. 전화를 걸고 며칠이 지난 후에 우리가 봤던 아이 사진에는 <안락사>라는 문구가 떠 있었다.

우리 가족은 그렇게 고대하던 입양에 실패했고, 나와 쌍둥이는 유기견에 대해 검색하기 시작했다. 보호소는 시보호소 한 곳이 아닌 여러 곳이었다. 마음만 앞섰던 우린 입양 실패를 겪고 토토가 우리에게 보내준 것 같던 아이를 데리고 오지도 못한 채 다른 아이를 찾기 시작했다.

새로운 도전, 입양 결심 후 토토는 대화할 때마다 자기가 무조건 우리 가족 막내라고 우겨서 부모님 밑에 못 넣고, 내 밑에 넣기로 했다. 난 그 당시에도 작가로 활동하고 있었기 때문에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서 케어하기 제일 쉽다는 이유에서다.

그리고 2020년 1월 14일.
겨울에 잘 어울리는 새하얗고 복슬복슬한 털이 매력적인 말티즈 젤리를 데리고 왔다.

그렇게 나는 엄마가 되었다. 개엄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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