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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젤리콩 Nov 14. 2022

7. 잊을 수 없는 내 동생

일상생활을 할 수 없어 펫로스를 극복해 보려고 많이 노력해 봤다. 하지만 극복은 쉽지 않고 이별의 기억과 아픔은 떨쳐내려 할수록 더 깊게 다가왔다. 17년이나 같은 집에 살았기 때문에 어딜 보든 생각나는 기억들까지. 그냥 사는 것 자체가 힘들고 숨 쉬는 것조차 답답했다. 공부는 열심히 하면 성적이 올라가고, 글은 쓰면 쓸수록 필력이 좋아진다지만, 펫로스는 노력하면 노력할수록 오히려 더 깊은 슬픔을 주었다.

우리 자매는 토토를 기억하기 위해 온갖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이미 보낸 아이들을 추억하기 위해 만든다는 양모펠트 인형을 알았고,  그때부터 미친 듯이 토토가 살아있을 때 크기 그대로 만들기도 했다. 뭣도 모른 채 멍하니 앉아 양모를 바늘로 찔렀다.

그것도 모자라서 유명하다는 애니멀 커뮤니케이터에게 의뢰해서 사후 교감까지 했다. 돈이 꽤 드는 일이었기에 여러 번 하기엔 무리가 있었고, 애니멀 커뮤니케이션을 직접 배워 사후 교감, 그러니까 무지개다리 너머에 있는 토토와 직접 대화도 했다.

- 엄마 힘들게 하지 마. 누나들 일은 누나들이 알아서 해. 난 엄마가 제일 좋아. 아빠 옆에서 많이 잤는데. 보고 싶다.

토토가 자주 하던 말이다. 쌍둥이가 배웠는데 토토와 대화한 이야기를 해 줄 때마다 우리는 좋은 한편, 또 한 번 토토가 곁에 없음을 실감했다.

애니멀 커뮤니케이션


애니멀 커뮤니케이션에 대해 모르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 지금도 아이들과 대화한다고 하면 미친 것처럼 보는 사람도, 헛소리를 한다고 하는 사람도 있으니 이 점을 짚고 넘어가겠다.
예전에 동물농장에 나온 하이디를 본 적이 있을 거다. 없으면 봐야 이해할 수 있을 거다. 말, 강아지, 고양이, 원숭이까지. 하이디는 모든 동물과 대화가 가능했다. 사람이 말하지 않은 아픔까지 읽고 동물의 말을 전달해주던 그녀.
나도 어릴 때 봤었는데 꽤 충격적이었다. 동물과 대화를 한다니? 그게 가능한 거야? 처음엔 믿지 못했지만, 내 자매가 다른 동물과 대화하는 걸 보면 믿을 수밖에 없다. 가족들이 알려주지 않은 것까지 토토와의 대화를 통해 전부 알아차리니 말이다.
믿기지 않는 걸 믿으라고 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무작정 부정하는 이들에겐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보이지 않는 신도 믿는 세상인데 동물과 대화하는 건 뭐가 이상한 거냐고.

애니멀 커뮤니케이션에 대해선 할 말이 많지만, 이쯤에서 넘어가기로 하고.

토토와 사후 교감하는 게 익숙해질 때, 쌍둥이 자매는 양모펠트를 본격적으로 배우기 시작했다. 토토와 닮은 양모 액자를 만들고, 양모 토토를 만들고, 키링까지 만들었다. 우리는 그와 동시에 타투에 빠졌다. 물건이든 몸이든 미친 것처럼 토토의 흔적을 주위에 새기고 있었다.

토토를 그리워하는 가족과 우리를 위해서 많은 걸 했지만 펫로스는 쉽게 나아지지 않았다. 애초에 나아질 수 있는 건지 알 수조차 없었다. 특히 이제야 좀 잠잠하는가 싶으면 갑자기 눈물이 났다. 한때는 술만 찾기도 했었다. 이런 스스로가 너무 한심해 보이기도 하고, 정말 할 수만 있다면 토토를 따라가고 싶었다.
펫로스와 함께 찾아온 우울증이 심각해지고 있다는 신호였다.

우울함을 꽤 오래 앓았지만 병원에 간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정신과? 정신의학과? 그런 건 내가 갈 곳이 아니라는 생각이 강했다. 하지만 미쳐버릴 것 같은 온갖 감정들 때문에 병원을 찾았다. 티브이에서 보던 것처럼 이것저것 캐묻거나 그런 건 없었다. 펫로스에 대해 말했고, 짧은 상담 후에 우울증 약을 받아왔다. 약을 먹으면 조금씩 나아지는 것을 느낀다. 하지만 그게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잘 생활하는 것 같다가도 문득 토토 생각이 나고, 사진만 봐도 눈물이 나는 건 여전하다.

그래도 희망이 있는 건, 노력했던 결과인지 이제 토토와 대화한 이야기를 들으면 역시 남동생은 어쩔 수 없다며 투닥거리기도 하고, 가족들이 토토 이야기를 할 때도 웃을 수 있다는 거다.

항상 마음속으로 토토를 생각하고 있지만, 조금씩 괜찮아지고 있다.

토토는 항상 우리를 어디선가 보고 있으니까. 저 예쁜 무지개다리 너머에서 예쁘고 좋은 것들을 보면서 친구들을 사귀느라 바쁘고, 가끔 우리가 보고 싶어질 때면 집으로 찾아오기도 하니까.

나중에 토토를 만난다면 꼭 말해주고 싶다.

좁은 세상에서만 살던 내가 토토 덕분에 세상을 더 넓게 볼 수 있고, 많은 걸 배울 수 있어서 고맙다고. 우리 가족이 되어줘서 고맙다고. 할 수만 있다면 다음에도 가족이 되어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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