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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젤리콩 Oct 20. 2022

4. 토토가 선물해 준 마지막 시간


 솔직히 이 글을 쓰기까지 많이 망설이기도 하고 고민도 해 봤다. 이제야 좀 괜찮아지고 있는데 이 이야기를 꺼내는 게 맞을까? 난 괜찮을까? 펫로스가 더 심해지지는 않을까? 그런 걱정이 앞섰다.


 말하기에 앞서 이 글은 생각한 것보다 길지도 모른다.

 우리의 이별 기간을 담고 있으니 짧게 쓰고 싶어도 짧을 수가 없다.


 잊지 못할 그날, 19년 6월 24일 새벽.


 건강한 줄로만 알았던 토토가 처음 쓰러졌던 날이다.


 나이가 든 토토는 양쪽 눈이 거의 실명 상태라 잘 보이지 않았다. 움직임도 이전보다는 덜했다. 어쩌면 헤어질 날이 머지않았다는 걸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아니, 알면서도 외면했던 것 같다.

 우리 가족은 어느 시간이 됐든 토토가 돌아다니는 걸 확인했었는데 새벽이라 자고 있는 줄로만 알았다. 그날 나는 잠을 안 자고 웹툰을 보고 있었다. 아빠가 새벽에 출근하셔서 나가기 전 안방 불을 켰는데 토토가 구석에 쓰러져있었다.

 응가까지 지린 채 미동도 없는 토토를 보고 우리는 안절부절못했다. 다행히도 빠르게 검색해 보니 차로 20분도 안 되는 거리에 24시 병원이 있었다. 그 새벽에 24시 병원을 찾아 전화를 걸었고, 아빠가 출근하는 길에 병원 앞에서 내려줬다.


 토토는 도착하자마자 검사실로 향했다. 새벽이라 그런지 사람은 한두 명 빼고는 없었다. 우린 그저 결과를 기다리는 것밖에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토토 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이런저런 생각을 했다. 대부분 자책이었다. 전부 다 자고 나만 깨어있던 그 시간에 만약 토토가 안방에서 혼자 쓰러진 채 있다는 걸 알았다면... 웹툰을 보다가 토토를 한 번이라도 들여다봤으면... 그랬다면 어땠을까.

 검사 결과가 나오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의사가 토토 보호자를 부르고. 나와 쌍둥이는 급하게 안으로 들어갔다. 토토는 산소방에 있었고, 어떤 이유 때문인지 듣기 시작했다. 비장 문제, 목 디스크, 장 내 환경 안 좋음, 간수치 안 좋음, 신장 수치 상승 등등 알아들을 수는 없지만 나는 들리는 대로 전부 녹음하고 노트에 적었다. 들으면서도 결과가 좋지 않다는 건 확실히 알 수 있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것 같았다. 나이가 들었으니 어디든 안 좋을 수 있지, 생각하면서도 아니길 바랐는데 의사에게 확인사살을 듣는 기분이었다.

 17살. 토토 나이를 들은 사람들은 오래 살았다고 하지만, 토토를 혼자 병원에 두고 나온 우리 자매는 출근시간이라 사람이 많음에도 엉엉 울면서 집으로 향했다. 사실 난 결제할 때 눈물이 터져서 쌍둥이에게 모든 걸 맡긴 채 밖에 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 무슨 생각을 했는지, 어떤 정신이었는지 모르겠다. 그저 토토가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걸어서는 1시간쯤 되는 거리를 울면서 걸었다. 물론 울면서 부모님께도 결과를 알리려 전화를 했다.


 퇴원은 당일 오후에 가능했다. 토토가 퇴원한 후로는 주기적으로 병원을 오갔다. 갈 때마다 매번 피검사며 초음파까지 검사를 해야 했다. 듣는 말은 어디가 안 좋아졌다. 어디가 좋아졌지만, 이번엔 다른 쪽이 좋지 않다. 담당 선생님이 친절하시긴 했지만 가족들 입장에선 그다지 긍정적일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대로 토토를 보낼 수 없다고 생각한 우리 자매는 돈을 버는 족족 다 토토에게 썼다. 옥상에서 물놀이를 할 수 있도록 풀장이며 튜브까지 사서 물놀이도 즐겼고, 토토랑 산책도 자주 하고, 옥상에 바람 쐬러 엄마랑 토토랑 우리 자매가 많이 올라갔다. 사진도 전보다 더 많이 남기려고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사진보다는 영상을 더 많이, 더 길게 찍어놓을걸 하고 후회한다.

 멈춰진 사진과 움직이는 영상을 본다는 것, 그 차이는 토토를 보내고 나서 크게 깨달았다.


 엄마와 우리 자매가 혹여나 토토가 잘못될까 싶어 3교대로 돌아가며 잘 때도 토토는 점점 쇠약해져 몸무게가 많이 빠졌다. 털도 자라지를 않아 나중에는 등이 휑할 정도였다. 잘 먹을 때는 6키로까지 나가서 돼토토라고 놀렸던 적도 있었는데.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을 예상이라도 한 듯 그때가 너무 그리웠다.


 어릴 때부터 우린 항상 시간을 많이 보냈지만, 6월 24일 이후로 두 달만큼은 토토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냈다.


 우리 가족은 그렇게 말한다.

 아마 토토가 우리에게, 그리고 자신에게 헤어질 준비를 하라고 시간을 준 것일 거라고. 너무 갑작스러운 이별이 되지 않도록 준비할 시간을 준 거라고 말이다.


 그리고 8월. 그토록 오지 않기를 바라던 날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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