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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젤리콩 Oct 17. 2022

3. 다사다난한 삼 남매의 성장기 2


개동생 토토는 프로 탈출러였다.

 현관에 안전문이 없을 때, 토토는 종종 집 밖으로 탈출했다. 아주 잠깐 틈도 놓치지 않고 엄청 빨랐다. 우리 집은 4층인데 순식간에 내려가 버렸고, 우리는 급하게 뛰어나가 토토를 불렀다. 토토는 꼭 놀자는 듯이 저 멀리서 기다렸다. 우리가 잡으러 가지 않으면 자기가 먼저 다가왔다. 지금이다 싶어서 잡으러 가면 잡히지 않으려 열심히 도망 다녔다. 

 하나에 200원이던 동네 가게에서 팔던 소시지. 

 우린 항상 그걸 사서 토토를 유혹해 잡아서 집으로 데리고 갔다. 토토의 짧은 가출들은 셀 수도 없이 많았지만, 매번 멀리 도망가지는 못했다.


 사실 토토의 가출은 집으로 그치지 않았다.


 친할머니댁에서 사촌 동생들과 같이 놀다가 토토를 놓친 적이 있었다. 옛날 동네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던 할머니네 댁은 골목이 정말 많았다. 우리 넷은 토토를 찾아 한참을 돌아다녔지만, 결국 찾지 못했다. 한겨울이었고 추웠기 때문에 할머니 댁에 조금만 있다가 찾으러 가자고 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문에서 소리가 났다. 문을 열어보니 토토가 그 앞에서 문을 열어달라고 기다리고 있었다.

 사실 이걸 들은 어른들은 못 믿었다. 집 나간 애가 어떻게 찾아오냐고. 그런데 우리 넷은 억울했다. 똑똑하다고 자랑하는 건 아니지만, 정말 토토는 찾아왔었다. 어쩌면 토토가 태어난 곳이기도 하고 부모님과 많이 갔던 터라 할머니 댁을 기억하는 것 같다.     

 

 팔불출이지만, 내 동생은 똑똑하다고 자랑하고 싶다.     


 토토는 우리가 컸을 때도 항상 그 자리에 있었다.


 토토는 참 별명이 많았다. 단순히 이름 때문에 토마토라고 불리기도 했고, 베란다에 있는 양파를 마구 파헤쳐서 양파도둑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그뿐만 아니라 물을 엄청 싫어해서 목욕을 자주 시키지 않았는데, 뽀뽀할 때면 미역 냄새가 난다고 해서 미역이라고도 많이 불렀다. 이 외에도 별명은 엄청 많았다. 물론 우리 자매는 토마토라고 제일 많이 불렀다. 그냥 토마토가 잘 어울렸다. 입에도 잘 붙고 말이다.






 가족의 추억. 가족 여행.


 우리 외가는 여름만 되면 삼촌이 있는 곳으로 휴가를 떠났다. 물론 토토도 함께였다. 몇 번을 갔지만, 우리끼리만 있는 캠핑장을 제외하고는 한 번도 풀어준 적이 없었다. 그때는 지금처럼 애견 운동장이 없을 때였고, 프로 탈출러인 토토를 믿지 못한 이유도 있었다.


 그런데 딱 한 번, 마지막으로 갔던 여행에서 줄을 놔줬던 적이 있다. 우리 외가 식구들만 있는 주차장이었기에 안전한 곳이라 판단했었다. 당연히 도망갈 줄 알았던 토토는 의외로 우리를 졸졸 따라다니고 외가 식구들까지 따라다니며 도망가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예상외의 반응에 우리 가족은 신기해하면서도 기특해했다.


 토토에겐 우리 가족이 전부였던 것 같다. 마찬가지로 부모님한테도 아들은 하나고, 우리한테도 동생은 하나지만 말이다. 어쨌든, 앞서 말한 것처럼 우린 계곡으로 캠핑을 자주 갔다. 토토의 고정석은 제일 좋아하는 엄마 옆이었지만, 아빠가 바쁘게 움직일 때는 아빠를 졸졸 따라다녔다. 해가 뜨거워 돌이 다 익었음에도 계곡에서 하도 가족들만 졸졸 따라다니며 발바닥이 다 까졌던 적이 있다. 삼촌네에 들어간 우리는 토토의 발에 연고를 바르고 붕대를 칭칭 감아줬다. 꾀병 만렙인 토토는 또 아픈 척 소파에서 내려오질 않았다.     


 17년. 우리가 함께한 시간은 결코 짧지 않다.   

  

 당연한 거겠지. 내 인생의 절반 이상을 토토랑 함께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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