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젤리콩 Oct 11. 2022

2. 다사다난한 삼 남매의 성장기 1

말썽쟁이 토토랑 그 누나들


 초등학생이던 쌍둥이 자매와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가족이 된 토토.


 토토 얘기를 하자면 우리 세 남매의 이야기는 절대 빼놓을 수 없다. 17년을 함께 울고 웃었으니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우리가 어릴 때 부모님은 맞벌이를 하셔서 하교하고 오면 집에는 우리 셋뿐이었다. 집에 혼자 있던 토토는 우리가 오면 그제야 꼬리를 치며 반겨줬고, 집안은 우리 셋 세상이었다. 어떻게 보면 집 뿐만 아니라 밖도 우리 세상이었던 것 같다.

 한창 친구들이랑 놀기 좋아하던 우리 자매는 나가서 놀 때면 토토를 데리고 갔다. 친구들이 전부 토토를 귀여워해 줬지만, 짓궂은 아이들은 토토를 놀리거나 지나가던 길고양이를 가리키며 싸워보라고 부추겼다. 그때 만난 하악질하며 냥냥 펀치를 날리던 고양이 때문에 토토는 다 커서도 고양이를 좋아하지 않았다. 물론 다른 강아지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사회화가 덜 된 토토는 동물보단 사람을 더 좋아했다.

 토토에게 싸움을 부추겼던 그 못된 친구. 그 친구와 우리가 싸운 건 당연한 일이었다.

 내 동생을 내가 괴롭히는 건 괜찮아도 남이 괴롭히는 건 절대 두고 볼 수 없으니까. 토토는 우리가 지켜줘야 할 동생이었다.





 우리 세상이었던 <우리 집>


 집에서 우리끼리 노는 건 간단하면서도 재밌었다. 작은 토토가 너무 귀여워서 헨델과 그레텔처럼 간식으로 길을 만들어주기도 했고, 동요에 토토 이름을 넣어 불러주기도 했다. 또, 나무젓가락에 줄로 인형을 묶어 낚시 놀이를 즐기기도 했다. 피아노 의자에 앉아 낚시하듯 나무젓가락을 흔들면 토토가 타다닥 소리를 내며 달려와 인형을 물었다. 인형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이리 당기고 저리 당겼다. 아무것도 모를 때 그러고 놀았는데, 커서 알게 된 건 그게 터그놀이였다는 거다.

 이 낚시놀이 때문에 토토는 즐거웠겠지만 솔직한 누나로서 말하자면 이때 어린 토토의 성격이 나빠진 것 같다. 잡으려고 해도 잡히지 않던 인형을 잡으려고 애썼으니. 그럴 만도 했다.


 토토는 커가면서 감정에 솔직했고, 그래서 물리기도 많이 물렸다. 이 모든 건 그때 그 인형 놀이 영향이 가장 큰 것 같다는 게 우리 생각이다. 조금 다른 방법으로 놀아줬다면, 그냥 인형 던지기를 하고 놀았다면 토토는 성격이 조금은 착했을 것 같다. 물론 어디까지나 누나의 입장으로서 말하는 거다.


 그래도 물 때 세게 물지는 않았다. 우리가 '아!'하는 소리를 내면 토토는 금방 입을 뗐고, 그것 또한 하나의 놀이가 됐다. 2000년대 초반. 지금처럼 반려동물에 관해 알려진 게 잘 없던 시절이었지만 우리는 우리 나름 대로 잘 지낸 것 같다. 훈련이라는 목적으로 앉아, 엎드려, 기다려를 알려주기도 했으니 말이다. 우습게도 토토는 '앉아!'만 하면 엎드려와 기다려가 자동으로 이어졌다. 앉으라고만 했는데도 토토는 이미 기다리는 중이었던 적이 많았다.

 그런데 아무리 가르쳐도 절대 손은 주지 않더라. 어릴 때부터 너무 작고 귀여워서 오냐오냐하며 예뻐했다. 그 때문인지 몰라도 안는 걸 싫어했으니 손도 주기 싫었나 보다.




못 말리는 사고뭉치


 토토는 집이 커다란 곳이라도 되는 것처럼 모험을 떠나듯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사고를 쳤다.


 그 배경에는 칠칠치 못한 쌍둥이 누나들이 있었다. 우린 정리하는 걸 싫어했다. 옷을 벗으면 휙, 가방도 휙! 정리정돈을 잘 하지 않았다. 귀찮다는 게 그 이유였다. 그래서 토토에겐 우리의 물건이 장난감이었을지도 모른다. 보이는 것마다 다 물어뜯고 씹었으니 말이다.
 셋이서 서로 화도 내고 짜증도 내면서 싸운 게 한두 번이 아니다. 토토는 가리지 않고 다 장난감처럼 씹어대서 우리는 교과서와 책, 립밤과 옷들을 토토에게 빼앗겼다. 새로 산 아빠의 안경도 씹었고, 핸드폰 충전기는 몇 개를 해 먹었는지 셀 수 조차 없다.

 어렸던 우리는 몇 번이나 토토가 물어뜯은 옷을 입고 학교에 간 적도 있었다. 뒤늦게 발견해서 숨기기에 급급했고, 집으로 돌아와서는 토토에게 왜 그랬냐고 따졌다. 말대꾸라도 하듯 토토는 우릴 향해 짖었다. 우리에게 토토는 강아지가 아닌 그저 동생일 뿐이었다.

 한 번은 내 쌍둥이가 처음 산 옷을 입어볼 새도 없이 토토한테 뺏겼던 적이 있다. 잠깐 내려놓고 다른 걸 했을 뿐인데 그 잠깐 사이에 등판이 전부 물어뜯겨 입을 수가 없었다. 그거로도 모자랐는지 토토는 우리 방 문이며 문지방까지 다 씹어댔다.

 물론 그 흔적은 아직도 남아 추억이 됐지만, 그때는 씹은 토토도 혼나고 말리지 않은 우리도 혼났다.

 하지만 우리 자매는 여전히 정리정돈을 잘 하지 않는다. 토토가 중요한 걸 아무렇게나 두지 말라고 가르쳐줬음에도 우린 변하지 않았다.

 어쩌면 지금은 그때가 더 그리운 것도 같다.

이전 01화 1. 2002년 10월 우리의 첫 만남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