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황장애와 식이장애
신체적 질병에도 합병증이 수반되는 경우들이 있듯이, 우울증에도 따라붙는 질병들이 있다.
발병 선후관계를 따지기 어려운 경우는 있으나, 보통 우울증은 단독으로 발병하기 보다는 다른 질병들을 수반한다.
우울증과 같이 발병하는 질병 중 하나인 공황장애는 발병 선후관계를 따지기 힘든 질환 중에 하나로 알려져있다. 흔히 아는 숨 쉬기 힘든 증상과 눈 앞이 까매지는 등의 증상을 공황발작이라고 하는데, 이 공황발작이 지속적으로 발생할 때 공황장애라고 명명하는 것이다. 공황장애가 지속되면 이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해 우울증이 발병하기도 하고, 우울증으로 인하여 공황장애가 생기기도 한다.
필자는 우울증으로 인해 공황장애가 발병한 경우였는데, 가장 심할 때는 지하철, 백화점 등 사람이 밀집된 공공장소 방문이 힘든 수준이었고, 이로 인해 학교 출석조차 어려운 상황까지 발생하곤 했었다.
다년간 다닌 병원 주치의와 상담사의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공황장애는 심리적 불안과 스트레스로 인해 발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교통사고 후 후유증과 같이 본인이 힘들어하는 장소에서 트라우마처럼 발생한다고 한다. 공황발작으로 죽지 않는다는 사실을 명확하게 인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황발작이 오면 죽을 것 같은 두려움에 휩싸이며, 이명 혹은 앞이 안 보이는 현상과 과호흡 등이 흔하게 발생하고는 한다.
필자는 주로 과호흡과 가슴 통증, 손발에 힘이 빠지는 증상등을 경험하였는데, 이 때의 불안감과 두려움은 일상생활을 좀먹어 안온한 생활을 방해하고는 한다.
필자가 겪은 공황발작에 대해 감정적이고 직접적인 묘사를 해보자면, 일시적으로 가슴부터 목까지 꽉 막혀 숨이 안 쉬어지는 기분이다.
눈 앞이 까매지고 귀에서 삐 소리가 들리며 세상이 빙빙 도는 것 같기도, 가슴에 찢어질 듯한 통증이 느껴지며 물 속에 있는 것처럼 숨이 잘 쉬어지지 않는다.
이성적으로는 공황발작으로 인해죽지 않는다는 것을 알지만 그 이성이 끼어들 틈이 없을 정도로 급박한 공포에 휩싸인다.
때로는 자려고 누웠는데 손발에 힘이 쭉 빠지며 신체가 내 통제하에 있지 않는 느낌을 받기도 하고, 사람이 많은 곳에서 질식하는 기분이 들곤 한다.
공황발작의 강도에 따라 증상이 다르게 나타나고는 하지만 강도와 별개로 여전히 발작 당시의 공포감은 7년이 지나도록 익숙해지지 않는 무엇인 것이다.
만약 주변에 공황장애를 앓고 있는 사람이 있거나 본인이 공황장애를 앓고 있다면, 그동안 터득한 방법들에 대해 조금이나마 공유하고자 하니 도움이 되면 좋겠다.
공황발작이 왔을 때 우선적으로 도움이 되는 것은 나에게 트리거가 되는 장소를 벗어나는 것이다. 지하철에서 공황발작이 온다면 우선적으로 지하철을 벗어나서 심리적으로 안정되는 장소 혹은 사람이 적고 탁 트인 장소에 가는 것이 필자에게는 도움이 되었던 방법이며, 차차 다시 그 장소에 가야한다면 내가 믿고 신뢰할 수 있는 사람과 함께 장소를 짧게 방문하는 등 단계적으로 해당 장소에 대한 무의식적 공포를 극복해 나가는 것이 좋다. 다만, 이 공포를 극복하려는 노력은 전적으로 본인의 의지에 따라야하며, 타인이 강요로 인한 것은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공황발작이 왔을 때 눈을 감고 눈동자가 시계추를 따라 움직인다고 생각하며 숫자를 천천히 세는 것 역시 병원에서 가르쳐주는 방법 중 하나이다. 이 뿐만 아니라 평상시 명상을 하고 복식호흡법을 연습하는 것 역시 도움이 될 수 있다.
필자 역시 아직까지 완전히 극복하지는 못 하였으나 복식호흡과 장소를 벗어나는 방법 등으로 차차 공황발작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방법을 터득해 나가는 중이다.
병원에서 주치의에게 들었던 말 중에 공황장애와 관련하여 다른 사람들에게도 들려주고 싶은 말이 있다.
"교통사고를 당하면 사람이 무의식적으로 트라우마가 생겨 자동차를 피하게 돼요. 이 트라우마 반응은 내가 자동차로 인해 크게 다쳤으니 이 자동차를 피해 날 지키려는 몸의 방어기제에요. 공황장애 역시 내가 두려워하는 것에서 나 자신을 지키려고 하는 동일한 방어기제라고 생각하면 돼요."
공황발작이 왔을 때 죽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정도에 따라서는 죽을 것 같은 공포에 휩싸이기도 한다.
마음먹기 나름이라는 상투적인 말을 하려는 것이 아니라, 내 몸이 나를 지키기 위해 펼치는 방어기제이기며 약에 의존하는 것은 결국 본인을 좀먹는 행위이기에 약에 의존하지 않고 서서히 나아지는 방법들을 시도해보라고 이야기해보고 싶은 것이다.
물론 필자도 약 없이는 외출하지 못했던 시기가 꽤나 길게 있었다. 지인이 공황장애로 고생한다면 우선적으로는 병원 진료를 권하겠지만, 병원 진료 후에는 의사 역시 비슷한 이야기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정도는 이겨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본인에게 맞는 방법을 찾으면 조금 더 쉽게 피해갈 수 있을 것이라고 이야기해주고 싶다.
공황장애만 문제가 되랴, 불행하게도 식이장애 역시 우울증의 단짝친구 중 하나이다. 폭식증과 같은 식이장애는 보통 심리적인 문제로 인해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필자는 폭식증으로 인해 한동안 먹고 토하기, 과식하기 등으로 몸무게가 15키로씩 쪘다 빠졌다하며 3년간 30KG가 늘어나는 등 몸무게로도 상당히 고생했던 사람 중 하나이다.
스트레스 받거나 우울하면 고탄수의 음식을 끊임없이 먹었고, 정신이 좀 돌아오면 토하기를 반복하며 역류성 식도염도 함께 생겨 몸과 마음의 질병을 동시에 얻었었다.
다양한 이유로 생기는 식이장애는 필자의 경우처럼 소화기관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수 있으며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하기에 본인이나 주변인이 식이장애를 앓고 있다면 바로 상담과 병원 치료를 병행할 것을 권한다.
여기에 한마디 덧붙이자면, 식이장애 역시 마음의 병이지 의지박약이 절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의지박약이라는 생각은 강박적인 사고를 심화시키고, 본인을 더 힘들게 만들 뿐이라는 점을 꼭 이야기해주고 싶다.
필자의 식이장애는 강박으로 인한 것이었는데, 유전된다고도 알려진 강박은 특정 상황혹은 경험으로부터 심화된다. 필자는 강박에 더해 약으로 인한 식욕증가로 조절이 어려웠던 경우였으며, 여기서 필자의 식이장애의 원인이었던 강박에 대해 좀 더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강박의 종류에는 여러가지가 있는데, 흔히 결벽증으로도 알려진 청소 강박, 본인만의 순서가 중요한 순서강박 등..강박의 종류는 셀 수 없는 것으로 알려진다.
필자의 강박은 기본적으로 성취와 연관되어 있었다.
성적이 한창 중요하던 입시생 시절, 문제집을 풀다가 문제를 틀리면 울면서 문제집을 박박 찢고는 했었다. 1등이 아닌 것을 용납하기 힘든 것에서 더 나아가 1등이 아니면 부끄러워하기까지 했던 시절에는 강박적으로 우승에 집착했었다.
틀릴까봐 무서워 매번 손을 덜덜 떨며 답안지를 마킹하고, 시험 전후로는 항상 신경성 위염과 편두통을 기본으로 온갖 병을 달고 살았었다.
고등학교를 우여곡절끝에 졸업하고 알바를 시작한 이후로는 통장잔고에 집착해 강박적으로 돈을 모았고, 그 이후에도 시간을 헛되이 보내는 것이 너무나도 싫어 미친듯한 스케줄을 소화하고는 했었다.
당시에 불면증 역시 심했기에 어떻게든 잠을 자고 조금이나마 성취감을 느끼고 싶어 일주일에 알바 네개, 하루 평균 16시간정도 일했었다. 번아웃이 와서 머리를 쓰는 것이 힘들면 몸을 혹사시켜서라도 눈에 보이는 성과를 내고 싶었고, 그 덕택에 단 3년동안 알바경력이 순수시간으로 따졌을 때 경력 10년이 나오는 기함을 토했었다.
이 시기에 돈은 많이 모았고, 무기력은 어느정도 치유되긴 했으나 이때의 내가 건강했냐고 돌이켜 생각해보면 전혀 그렇지 않았다.
생활습관은 박살난지 오래였고, 통장 잔고가 일정액 이하로 떨어지면 불안해서 일을 더 늘렸다. 이때 돈이 급하게 필요한 것도 아니었으나 당시 내 눈에 보이는 결과물은 돈 하나였기에 숫자에 집착했고, 몸을 혹사시켜서라도 성과가 눈에 보이기를 원했었다.
결과물은 좋지 않았을지라도, 조그마한 성취가 당시 내가 살아가는 이유였기에 후회는 없을뿐더러 그때의 나를 칭찬해주고 싶다. 열심히 살았다고, 그만하면 된거라고.
사람마다 우울증의 발병원인도 다르고, 증상도 전부 다르다. 명확한 원인과 수치가 존재하지 않는 질병이기에 더욱 판단하기 어렵고, 타인의 아픔과 비교하며 더욱 힘들어지기도 한다. 필자가 본인의 가장 약한 부분이라고 생각하는 우울증에 관하여 가감없이 이야기하는 이유는, 이 글을 읽는 사람이 이 사실 하나를 알아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이다.
사람의 힘듦은 비교할 수 없으며, 타인의 판단과는 별개로 본인이 힘들다고 느끼면 힘든 것이다.
필자는 순간순간 나아지기도, 악화되기도 하였으나 인생의 1/3의 기간에 달하는 시간동안 우울증과 함께하고 있다. 이 기간동안 본인을 가장 괴롭혔던 생각 중 하나는 '난 왜 이정도도 버티지 못하지?내가 나약한 탓이야'라는 자책이었다.
당신이 자책하지 않기를, 마음의 임계점에 다다랐을때는 주저없이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고 병원의 도움을 받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