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순이 같은 엄마는 되지 않겠다.

엄마도 전문직이다(10)

by 로라킴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가 인기다. 정말 잘 만들어진 드라마다. 자극적 요소 없이, 전 세대의 공감을 이끌어내면서도 잔잔하고 애틋하며 아름답다.


드라마를 보는 내내 우느라 애를 먹었다. 1막의 어린 애순이는 꼭 나와 같아 슬펐다. 공부도 일도, 있는 힘껏 열심히 살았지만 셋째를 낳고 하루아침에 집에 묶인 내 인생이 마치 애순이 같아서 울었다. 애순이가 딸 금명 이를 해녀 시키려 드는 시할머니에게 대들며 "우리 애는 나처럼 안 살려요. 식모살이 삼대를 물릴까! " 울부짖을 때, 언젠가 방바닥에 붙은 눌은 때를 걸레로 박박 닦다, '열심히 살아봤자, 결혼하면 여자 팔자 다 식모살이. 딸들은 절대 시집보내지 말아야지' 다짐했던 순간이 떠올라 코가 빨개지게 울었다.


2막, 3막 이어지며 중년이 된 애순이는 꼭 우리 엄마의 예전모습 같아 눈물이 났다. 내가 버리려 내놓은 신을 신고 이리저리 발을 돌리며 "아직 쓸 만한데 왜 버려. 내가 가져다 신어야지." 하는 엄마가 떠올라 슬펐다. 좋은 건 다 내어주고 본인은 아울렛서 지하상가서 발품 팔아 적당한 것들 사 입고 들면서도 '돈 때문 아니라 사치가 싫은 거' 라며 변명 같은 주장을 하던 엄마가 떠올라 울었다.


'전문직 엄마'가 되겠다며 브런치를 시작한 것도 사실은 이 모든 아픔을 극복하기 위한, 어쩌면 자기 암시일지 모르겠다고 고백한다. '피할 수 없을 바엔 즐기라'는 말처럼, 어차피 살아야 할 식모살이(?)라면, 프로로서 최선을 다해 내고 말겠다는 의지였을지도.


애순이 같은 엄마는 그러니까, 결코 되지 않겠다. 내 희생을 발판삼아 자식에게 내어주고 그것으로 기쁨과 행복을 느끼는 엄마는 되지 않을 것이다. 아이의 인생을 응원하는 것은 별개로 온전한 내 인생의 성취와 만족을 누리는 엄마가 되고 싶다. 딸들이 애순이를 보며 나를 떠올리지 않기를 바란다. '우리 엄마는 달라. 독립적이고 진취적이야' 생각하면 좋겠다. 딸들이 드라마를 보며, 아무것도 공감하지 못해서 눈물이 하나도 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4막이 나온 지 일주일이 다 되도록, 나는 차마 시작을 못하고 있다. 기사나 숏츠를 통해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대강 짐작되지만 그래서 더 시작을 못하겠다. 우리 아빠를 꼭 닮은 관식이가 세상을 떠나고, 엄마 같은 애순이가 요양소에 홀로 남는 건 차마 제정신으로 보지 못할 것 같다.


나는 애순이 같은 엄마는 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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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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