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아주 천천히 자라주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요즘 부쩍 아이가 묻는다.
“아빠, 나 공주야?”
“나 예뻐?”
그럴 때마다 웃음이 난다.
예쁘다는 말을 듣고 싶어 하는 그 마음이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또 스스로를 ‘공주’라 부르며 세상을 바라보는 그 눈빛이 얼마나 반짝이는지.
놀이를 할 때도 이제 나름의 체계가 생겼다.
역할을 나누고, 규칙을 정한다.
그 모습을 보며 아주 오래전, 교육학을 공부하던 때가 떠올랐다.
발달 단계마다 세상이 달라지고,
그 안에서 아이는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간다고 배웠었지.
이제 그걸 눈앞에서 매일 보고 있다.
어제는 하원을 하는데, 아이가 말했다.
“아빠, 내가 우산 씌워줄게.”
그러더니 안아달라며 두 팔을 벌렸다.
나에겐 우산이 없었고, 그 말이 고마워서 아이를 안고 걸었다.
그 작은 팔이 내 어깨를 감싸며
“오늘은 친구랑 미끄럼틀 탔어. 집에 가면 엄마랑 그림 그릴 거야.”
쉴 틈 없이 하루를 이야기하던 아이의 목소리가
빗소리에 섞여 들려왔다.
육아를 처음 시작했을 때는 ‘언제 이렇게 클까’ 싶었는데,
요즘은 반대로 ‘제발 천천히 자라라’는 마음이 든다.
너무 빠르게 커버려서,
이렇게 손을 꼭 잡고 걸을 시간이 점점 줄어들까 봐.
“이 시기의 아이에게 세상의 전부는 부모다.”
요즘 이 말이 자꾸 마음에 남는다.
세상의 전부가 부모인 시기.
그 짧은 시간 속에서,
나는 매일 조금 더 따뜻해지고,
조금 더 아이에게 배우고 있다.
그래서 오늘도 아이의 손을 꼭 잡았다.
이 시간이 오래오래,
천천히 흘러가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