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옷장 속에 남은 시간

아이의 옷을 정리하며 마주한 시간의 속도

어제는 아기 옷 정리를 했다.
여름옷을 정리하고, 겨울옷을 꺼내놓았다. 곧 또 추워질 테니까.


그런데 옷을 개다 보니 손이 자꾸 멈췄다.
이 옷은 한여름에 입고 놀이터에 갔던 옷,
이 옷은 아이가 처음 혼자 밥을 먹겠다고 고집부리던 날의 옷.


옷 한 벌 한 벌이 단순한 ‘옷’이 아니라,
그때의 계절, 냄새, 아이의 웃음까지 고스란히 담고 있었다.


내 옷을 정리할 때는 그렇지 않았다.
입을지 말지, 버릴지 말지, 그저 선택의 문제였다.
그런데 아이의 옷은 아니었다.


작아진 옷들을 정리하면서
‘아, 이렇게 또 한 계절이 지나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새 작은 손은 조금 더 커졌고,
바지 길이는 조금 더 짧아졌다.


그렇게 아이는 자라가고,
나는 그 성장의 흔적을 옷장 속에 차곡차곡 접어 넣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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