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를 새로 만나면 말하기 부끄러운 과거가 있다.
어쩌면 현재 진행형일지도 모른다.
과거의 나를 알던 사람을 만나도 부끄러운 과거가 있다.
이래저래 부끄럽고 싫은 건 마찬가지다.
그 시절 그것들을 스트레스를 푸는 과정이라 말했다.
지금 그것을 회피라고 말한다.
그 시절 그것들을 하고 싶은 거니까 좋은 것이라 말했다.
지금은 그것을 자해라 말한다.
때때로 지인들이 묻는다. 지금도 담배 펴?
지금은 피지 않는다. 끊었다.
독하다고 말한다. 담배 끊은 사람과는 상종하지 말라는 말을 하며 웃는다. 칭찬이라고 하기엔 나의 과거를 비난하는 말에 더 가깝게 느껴진다.
술을 마시는 동안 기분이 좋아진다.
담배를 피우면 기분이 몽롱해진다.
알딸딸해지며 동공이 확장되고 기분이 고조된다.
그러다 기억은 사라지고 또 다른 내가 나를 움직인다.
사람들은 또 다른 나를 좋아하기도 싫어하기도 한다.
왜냐하면 재밌거든. 고삐가 풀려 과감해지니까.
손대면 터질 것 같은 전혀 다른 알 수 없는 사람이 된다.
테이블에 올라가 춤을 추기도, 바를 잡고 춤추기도 한다.
전속력으로 달려보기도 하고 욕을 하며 화내기도 한다.
맨 정신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을 한다.
근데 나는 기억이 안 나. 남들은 다 재밌었는데 나는 기억이 없어 재미가 없다. 웃긴 일이다.
어쩌면 그게 실체일 수도 있다.
현실에서 가면을 쓰고 다니는 거지. 아니면 베놈이다!
술을 마신 다음 날이면 그건 내가 아니었다고 말한다.
아! 그놈은 내가 아니라 베놈이었다.
그렇게 죄책감을 지워버린다.
왜? 그건 내가 아니었으니까!
영화 속 베놈은 나쁜 사람만 죽이는 때론 히어로이자 빌런이다. 그런데 현실 속 나의 베놈은 나를 죽인다. 그리고 술자리의 히어로이자 빌런이 된다.
술과 담배는 힘든 나에게 히어로였다.
술을 마시고 담배를 피우면 나도 잊고 고통도 잊고 현실에서 도피할 수 있었다.
매일매일 취하며 즐겁다고 망각했다. 계속 취해있으니까 힘들지 않거든, 힘들면 또 취하면 되거든.
베놈은 그렇게 내 뇌를 갉아먹었다. 베놈이 나오는 횟수가 잦아질수록 내가 사라져 갔다. 취해있지 않을 때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이젠 술을 마시지 않아도 베놈이 나를 장악하는 거다.
심각했다. 무서웠다.
힘들어서 나름 잘해보려고 한 건데 그건 나를 위한 일이 아니었다. 결국, 힘들게 하는 원인과 요인은 해결되지 않았기에 상황은 악화만 되어갔다. 기억은 나지 않고 숨은 쉬어지지 않았다. 그렇게 몸도 망가져갔다. 문제를 똑바로 보려고 하지 않았기에 나는 베놈 뒤에 계속 숨어 들어갔다. 그것을 알지 못했다.
그래서 술과 담배는 회피이자 자해이다.
더 이상 회피하지 않겠다. 스스로를 악화시키는 자해는 그만둘 것이다. 누군가에게 끊기 힘든 것들이 한순간에 포기가 되었다. 나를 포기하지 않기 위해 그것들을 끊어내야만 했다. 사랑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술은 해결 방안이 아니라고 말했었다. 너의 문제를 술과 담배 뒤에 숨지 말라고 했었다. 들리지 않았고 듣고 싶지 않았다. 어리석었다. 이 사실을 깨닫기까지 엄청난 돈과 시간이 낭비되었다.
사실 쉽지만은 않다.
끊어낸 것이 아니라 베놈이 나오지 않게 참고
베놈, 너를 누르고 있다.
이제 베놈이 나올 일은 없을 거다.
베놈, 즐거웠지만 이제 갈 길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