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eet, my sweet home

이것을 성공이라 말할 수 있을까

by 작연


“언니, 우리 서른이 되면 이런 카페 앞에 차 한 대씩 세워두고 날씨 좋은 날, 차 한잔하고 있을까? 그러지 않을까? 그때 되면 그렇게 여유롭게 있을 거야. 그지?”

스물둘, 더위가 슬슬 가실 때쯤인 늦여름 어느 날 웃으며 말했다. 친한 언니와 산책하는 길. 코랄빛 구름으로 물든 하늘은 아름다웠고 밤바람은 기분 좋게 살랑거렸다. 테라스가 있는 여유로운 동네 카페의 음악소리가 마음을 몽글거리게 만들었다.

“모두가 일하는 시간에 카페 앞에 멋있게 주차를 하고 차 마시자. 테라스에 앉아서 이렇게 선선한 바람을 느끼는 거야. 어때? 정말 너무 좋다.”
그 시절 삼십이라는 숫자는 가깝지만, 멀게도 느껴졌다.
서른이 되면 마치 드라마나 영화 속 커리어 우먼처럼 모든 게 다 이루어져 있을 것 같았다. 그런 숫자였다.



스물다섯, 취직을 하고 첫 회의를 하러 본점을 가는 차 안에서 지점장님은 돈을 벌면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부푼 마음으로 나는 “집을 갖고 싶어요! 내 집을 살 거예요.”라고 말했다. “집? 집은 결혼하면 남자한테 준비해달라고 해야지. 그런 남자를 만나. 왜 집을 사려고 해~.” 더 이상 답하지 않았다. 답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혼자 속으로 코웃음을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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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부터 당연하게 집을 사고 싶었다.
‘나만의 공간. 내 집을 갖자.’

마음이 어느 순간부터 일렁이고 자리 잡았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하지만 내 집은 꼭 그 누구도 아닌 내 힘으로 사겠다고 다짐했다.

학생이 되어 처음 독립을 하기 전까지 집은 벗어나고 싶었던 곳이었다. 열아홉 끝자락 어떻게든 집에서 벗어나려 도망치듯 서울로 갔다.
그렇게 간 서울은 어린 나에게 설레면서 낯설었다.
어렵게 월세로 구한 집은 철없이 한강이 보일 거라 상상하던 집이 아니었다.
오래된 주택에 자리 잡은 단칸방 하나. 혼자 있는 그 공간이 너무나 편안했지만 외로움이 미치듯이 사무쳤고, 그런 감정들을 온전히 느껴야만 하는 공간이었다.

언니와 함께 사는 친구와 술을 마셨다. 새벽이 다가왔고 강남에서 왕십리까지 할증이 붙은 택시를 타기엔 너무 먼 거리였다. 그래서 첫차가 오는 시간까지 잠시 친구 집에 머물기로 했다.


거실로 들어선 순간.
입을 다물고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전면 유리로 강남 야경이 보이는 상상하던 집이었다.

그 새벽, 야경의 불빛들은 유리창에 반사되어 너무나도 빛났고 아름다웠다. 친구는 언니에게 들키면 안 된다고, 큰일 난다고 하며 나에게 옷 방을 내어주었다. 옷 방이었지만 내 단칸방보다 큰 방이었다. 그곳에 몸을 웅크리고 누워 생각에 잠겼다.

‘서른이 되면 나도 이런 집을 갖자.’
마음이 몽글거렸고 단칸방으로 가는 길은 너무 멀었다.



서른, 도장을 찍었다. 언제든 쉴 수 있는 집이 생겼고 어디든 갈 수 있는 차가 있다. 온전한 나의 것. 어릴 적 말하던 ‘서른 즈음에’를 만들어냈다. 그 시절, 그러면 그것이 성공이라 생각한 그런 때가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없었다. 바쁜 일상에서 나에겐 함께하자던 친한 언니도 없어졌고 여유가 없었다.
마음의 여유도, 시간적 여유도,
그냥 무엇이든지 조급해져만 갔다.
알 수 없는 조급함은 모든 것을 잡아 삼켰다.
집은 아무도 방해하지 않는 공간이다.
그 속에서 편안함을 느낀다.
이상하다. 이루고 나니 허무했다.
어른이 되어 여유롭던 상상 속의 서른은 없었다.
그저 이루지 못한 것들에 대한 알 수 없는 조급함이 스스로를 괴롭히고 방해할 뿐이었다.
안정감을 느끼지만 그렇게 그 안에 스스로를 가두었다.
이것을 성공이라 말할 수 있을까.

따뜻한 집. 푹신한 침대. 그 위에 눈을 감는다.
몽글거렸던 마음이 녹아내렸다.
달콤함이 녹아내리는 나의 집. Sweet, my sweet ho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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