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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은영 Aug 29. 2024

틈, 인간다움에 대하여

사람에 대해서, 그리고 사람다움에 대해서 자주 생각하게 된다. 왜 이런 생각이 드는지는 알 수 없다.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레 찾아온 숙고의 결과일 수도 있고, 매일같이 쏟아지는 사회 뉴스 때문일지도 모른다. 아니면 점점 우리 일상에 깊숙이 파고드는 AI의 영향일 수도 있다. 분명한 것은 이런 고민들이 인간다움이라는 주제에 대해 나를 더 깊이 성찰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우리네 엄마들은 종종 딸들에게 이렇게 말하곤 했다. "엄마처럼 살지 말고, 꼭 네 일을 가지고 살아라." 엄마들은 의존적인 삶이 아닌, 스스로의 두 다리로 땅을 딛고 독립적이고 당당하게 살아가라는 메시지를 주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독립성은 때로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 너무 독립적이 되면, "네가 아니어도 나 혼자서도 할 수 있어"라는 태도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런 태도는 비단 부부 사이에서뿐만 아니라, 모든 인간관계에 적용될 수 있다. 누군가와 관계를 맺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그 관계를 통해 서로의 틈을 메워가며 인간다움을 느끼고 나누는 과정에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자신이 얼마나 구질구질할 수 있는지, 그 내면의 어두운 부분을 숨기기 위해 끊임없이 애를 쓴다. 우리가 굳이 드러내고 싶지 않은 것들, 이를테면 아픈 가정사, 떠올리기조차 싫은 트라우마, 재정적인 문제, 또는 자신이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을 갈망하거나 원치 않게 가지고 있는 것들이다. 우리는 이런 것들을 철저히 감추려 노력한다. 마치 세상의 시선이 우리의 빈틈을 비추기라도 할까 봐 두려운 것이다.


어쩌면 이러한 감추는 행위 자체가 인간다움의 한 부분일지도 모른다. 감추고 숨기려는 마음은 우리 안의 연약함을 드러내는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동시에, 진정한 인간다움은 그런 연약함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그 속에서 서로를 이해하고 공감하는 데 있지 않을까 싶다. 우리의 틈을 인정할 때, 다른 사람들도 자신들의 틈을 드러낼 수 있게 된다. 그렇게 우리는 서로를 도우며, 서로에게 의지하며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사실, 인간답게 산다는 것은 완벽함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우리의 불완전함을 솔직히 드러내고, 그 불완전함 속에서 서로를 이해하고 공감하는 것이다. 그러기에 우리는 힘들 때 힘들다고 말하고, 문제가 있을 때 문제가 있다고 털어놓을 용기가 필요하다. 그 용기가 우리의 틈을 드러낼 수 있게 하고, 그 틈을 통해 타인과 연결될 수 있게 만든다. 내가 먼저 그렇게 해야, 타인도 그렇게 할 수 있다.


그래야 우리가 상부상조하며 인간답게, 사람답게 완벽하지 않은 채로 살아갈 수 있다. 어쩌면 우리가 두려워하는 것은 틈 그 자체가 아니라, 그 틈을 통해 더 깊이 서로를 이해하게 되는 순간들일지도 모른다. 인간다움이란 그런 순간들의 연속이다. 불완전함 속에서 더 나은 인간이 되어가는 과정이 바로 인간다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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