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선재 업고 튀어라는 드라마가 인기라고 해서 재방송 몇 편을 챙겨 보았다. 드라마의 메인 줄거리는 여주인공이 타임머신을 이용해 15년 전으로 되돌아가 남주가(남자주인공) 죽지 않도록 운명을 바꾸기 위해 노력한다는 설정이다. 사랑하는 사람의 비극적인 운명을 바꾸기 위해 과거로 돌아간 여주의 노력은 눈물겹다. 과거의 선택이 미래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게 될지 알고 있는, 미래에서 온 사람은 절박할 수밖에 없다.
드라마를 보면서 나 역시 과거로 돌아가 내가 선택했던 크고 작은 잘못들을 되돌려 놓고만 싶다. 고등학생 시절로 가게 된다면, 무기력하고 학교 등교 하기를 싫어했던 나에게 좀 더 활력을 불어넣어 주고 싶다. 심드렁하고, 시니컬하고, 무기력하기만 했던 내 학창 시절의 철없던 나에게 등짝 한 대를 올려붙이고 지금 열심히 살아야 늙어서 해야 할 방황이 줄어들 것이라고 충고해주고 싶다. 꼭 공부가 아니더라도 내가 하고 싶어 하는 것을 공부하듯이 열심히 해보라고 강하게 이끌고 싶다. 무엇보다 내가 지원하고 싶어 하던 대학교에 원서를 꼭 넣어보게 하고 싶다.
대학생 시절로 되돌아간다면, 짧은 대학 생활을 삐딱하게 굴지 말고 영어 공부에 좀 더 매진하라고, 친구들에게 의지하려들지 말고 네 앞길 좀 신경 쓰라고, 특히나 OO기업의 아르바이트는 절대 지원하지 말라고 뜯어말릴 것이다. 그 회사에서 일을 하게 되면서 이른바 '어른들의 세계'에 덜컥 입장하게 되면서 온갖 갑질과, 불륜, 학교 서열 세우기, 가벼운 농담을 씌운 일상적인 성희롱 등 뉴스 사회면에서 다루는 소재들을 한 회사에서 두루 경험했다. 무엇보다 중간 관리자들의 일탈과 업무 태만은 놀라울 따름이었다. 그 위로 가면 어땠을지는 안 봐도 유튜브.
이십 대 후반으로 되돌아간다면,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주위 사람들의 말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묵묵하게 일하고 내 인생의 꿈과 목표를 손에서 놓지 말라는 말을 할 것이다. 용기를 가지고, 좀 더 대범하게 살도록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고 싶다. 그리고 엄마의 병실에서 엄마를 지키는 대신, 합격 전화가 온 회사로 가서 일을 하라고 엉덩이를 발로 차줄 것이다. 또한, 당시 끊어내지 못했던 대학 친구들과의 관계에 거리를 두어 불편한 친구들 그룹에서 스트레스를 받지 말고 서서히 연락 끊기를 해보라고 조언하겠다.
삼십대로 돌아간다면, 현재 다니고 있는 회사에서 이직을 준비하라고 말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급여의 많은 부분을 저축하라고 충고해 줄 것이고, 사내 평가나 인간관계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인생의 새로운 막을 위해 준비하라고 일러주고 싶다. 시간은 돈이고, 돈은 시간이라는 것을 절실히 깨닫고 있는 사십 대의 내가 과거로 돌아가 다른 선택을 하게 된다면 내 인생에 어떤 변화가 올지 나 역시 궁금하다.
지금은 납득할 수 없는 그때의 편협하고 어리석은 선택들은 나에게 부정적인 기억만 안겨준 것인지, 그 안에서도 그 나름의 교훈을 얻었는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그리고, 과거로 돌아가 드라마의 주인공처럼 내가 손을 놓친 한 사람. 그 사람의 손을 잡아주고 싶다.
*드리는 말씀
저는 내일 목요일을 끝으로 연재 중인 <한 뼘 일기>는 잠시 쉬어가려고 합니다.
곧 다시 연재를 할 계획이긴 하나 주 4일 연재는 개인적인 일과 맞물려 무리가 있다고 생각해 내린 결론입니다. 앞으로는 주 1회~2회 연재로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부족한 글이었지만, 읽어주신 분들, 구독자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