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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나몬 롤 May 21. 2024

늦은 오후 산책

적당한 산책은 숙면에 도움이 됩니다

 확실히 늦은 오후에 1시간 정도 산책을 하는 것은 숙면에 도움이 되었다

산책 시간을 갖지 않던 며칠 전만 해도 잠결에 자주 꿈을 꾸었고, 밤 12시쯤 잠자리에 들면 새벽 3시, 5시 두 번은 깨서 물을 한 모금 마시거나 화장실을 다녀온 후 다시 침대로 들어갔다. 들락날락하는 동안 내 오른쪽 옆구리에 자기 몸을 밀착시켜 자고 있던 2호는 나를 조용히 기다려 주지만, 간헐적인 뒤척임에 불편을 느끼는 1호는 동생의 방으로 가서 잠을 잤다. 


내 수면의 질이 좀 더 좋아져 밤새 뒤척임이 줄면, 1호와 2호도 이전처럼 내 곁에서 함께 잘 수 있었을 텐데 그렇지 못한 나 때문에 고양이 둘이 이 방 저 방을 다니며 밤을 보내는 것 같아 마음이 쓰였다.



약속이 있는 날을 제외하면 거의 집에만 콕 박혀 있는 생활을 하고 있기 때문에 오후 6시쯤 되면 절로 머리가 먹먹해짐을 느낀다. 한 페이지에 십여 분 이상 머물러 있는 책, 열어 놓은 노트북은 뒤로 하고, 밀대에 물걸레 청소포를 끼워 대충 닦아 놓은 다음 모자와 선글라스, 물병, 에어팟을 챙겨 신발장에서 걷기용 운동화를 찾아 신고 집을 나온다. 


 주로 오후에서 저녁으로 넘어가는 시간대에 산책을 시작한다. 그날의 컨디션에 따라 만보를 채울 때도 있고 못 미칠 때도 있지만, 만보를 걷는 것이 목표는 아니다. 바른 자세를 유지하면서 자연스럽게 걸을 수 있는 속도로 걷는다. 나도 모르게 걸음이 빨라지면 속도를 조금 늦추기도 하지만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웃음이 새어 나오는 것은, 나는 걸음도 느려서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쉽게 따라 잡히고 추월당한다. 이십 분쯤 걸으면 앉고 싶을 때가 있는데, 그럴 때는 그냥 벤치에 앉아 십분 정도 쉬다가 물도 마시고 걷는 사람들을 보거나 개울에 내려앉은 새들을 바라본다.  


다시 일어나 또 이삽십분 정도를 걸으면 늘 같은 장소인데도 늘 다른 사람들, 새로운 풍경들로 눈이 채워진다. 반려동물용 유모차에 실려 빼꼼히 마주 오는 사람들을 쳐다보는 강아지들도 자주 보이고, 조깅하는 젊은 남자들, 빨리 걷는 여자들, 부부가 손을 잡고 걷는 사람들, 허공에 대고 말을 하는 듯 핸즈프리로 전화하며 걷는 사람들까지 생각보다 다채롭다. 물론, 볼륨을 크게 켜고 스포츠 경기나 유튜브를 틀면서 걸어 다니는 사람들도 가끔 만난다. 


처음에는 오로지 걷기 위한 목적으로 선선한 밤공기를 마시며 걷기 시작했는데, 걷다 보니 7, 8 천보를 거뜬히 채우는 날도 많았고 무엇보다 아주 조금이나마 신체활동을 하는 것이 좋았다. 육체노동과 운동은 다른 성질의 것이라고 생각한다. 육체노동의 일부 운동의 효과를 내는 경우도 있지만, 대개 반복적으로 한 두 가지 동작을 지속적으로 반복하게 되어 결국엔 '운동'의 기능을 상실하게 된다.


내 경우 얼마 전까지 일했던 도서관의 노동 강도는 셌지만, 결코 건강해진다는 느낌보다 몸이 삭는다는 느낌에 더 가까웠다. 도리어 손목과 무릎 관절에 부담을 주는 반복적인 동작으로 인해 지금은 회복이 되었지만 한동안은 한쪽 무릎을 구부리기 어려워 생활에 적지 않은 불편을 겪었다. 올바른 운동과 재활을 병행하며 근육에 도움이 되는 신체 활동이 필요하다고 절실히 느끼는 즈음이다.


걸으면서 주로 하는 생각은 요즘 나는 무엇에 대해 생각하는지, 걱정하는지 내 고민의 본질은 무엇인지 들여다본다. 하루에도 수십 번 여러 가지 것들에 흔들리는 나를 보면서 내가 원하고자 하는 삶에 대해 다시 한번 마음을 다지게 된다. 그러다가도 쉽게 방향을 잃고 다시 방황하겠지만, 방황이 찾아오면 그때마다 걷고 걸으면서 진정 내가 살아내고자 하는 삶의 방향에 대해 다시 생각할 것이고, 불필요한 욕심들 덜어내려고 노력할 것이다.


해가 길어진 요즘은 점점 산책 시작 시간이 뒤로 미루어지고 있다. 

늦은 저녁의 산책은 무엇보다 '불면의 밤'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좋은 대안이 되어준다. 하루 한 시간 정도를 걷다 쉬다 하다 보면 곯아떨어지지는 않더라도 걷지 않는 날 보다 비교적 양질의 수면시간을 가질 수 있다. 한밤중에 깨는 빈도도 줄고, 꿈을 꾸다 이불을 뒤척이는 일도, 해결되지 않는 고민을 새벽까지 뜬눈으로 지새우는 시간도 줄어들 것이다. 


걱정, 불안, 두려움... 이 완벽한 불면의 트라이앵글을 좀 더 작은 크기로 줄이는 방법은 '잘 자는 것'이다. 산책이 되던, 다른 운동이 되던 잠이 승리하는 그날까지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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