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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나몬 롤 May 20. 2024

얘를 신고합니다

브런치를 못쓰게 방해합니다

최근 가장 잘 가지고 노는 낚싯대 - 우리 집 1호


집에서 무언가를 하려고 하면 하루 종일 졸졸 따라다니면서 "우앵" 소리를 낸다. 바라는 것이 있다는 행동이다. 요구 사항은 자기와 함께 옥상 산책을 하자고 조르는 것이 대부분이다. 옥상 산책은 보통 하루에 세 번 나가고 있고 갈 때마다 충분히 함께 있어주고 내려오는데도 내려와서 발을 닦고 간식을 먹기 무섭게 다시 나가자고 졸라댄다.


강아지에게 개통령이 있다면, 고양이는 누구를 만나야 할까.


브런치를 발행해야 하는 나름의 약속과 책임을 지키기 위해 영혼을 끌어모아 노트북 앞에 앉아 보지만 고양이는 참지 않는다. 조르르 달려와 다시 "우앵" 한다. 쳐다보지 않으니 그 자리에서 한 십 분은 계속 울어댄다. 소리가 크지 않아 다행이지만 어리가 어질 한 것은 피할 수 없다.


어쩜 이리 예쁜지 - 우리 집 2호


그에 비해 동생인 2호는 너무도 얌전하다. 우리 집 2호는 생후 2주쯤 어미와 떨어져 나에게 왔지만 거의 대부분의 행동들은 언니인 1호의 행동을 모방하고 익히면서 성묘가 되었다. 피지컬은 언니를 압도하지만, 성격은 매우 조심스럽고 얌전한 겁쟁이 아가씨다.


우리 2호는 내가 브런치를 쓸 때도 엄마의 글 솜씨가 여간 모자라지 않다는 것을 미리 알고 있는 건지 글을 다듬고, 맞춤법 검사를 다 마칠 때까지 기다려주는 기특한 구석이 있다. 머리를 쓸어 주고, 엉덩이를 톡톡톡 하고 여러번 두드려 주면 기분 좋아한다. 특히, 이모를 좋아해서 이모가 퇴근하고 오면 '궁디팡팡' 해달라고 엉덩이를 높이 올리고 내가 들어 본 적 없는 골골송을 불러준다. 그것도 아주 큰 골골송으로.


이 글을 쓰는 와중에도 두 번의 옥상 산책을 했고, 그럼에도 성이 차지 않는 1호는 줄기차게 나를 졸라댔지만, 계속 묵살당했고 나는 내 정신건강과 귀 고막을 지키기 위해 1호를 욕실에 한 번 유배 보냈다. 약 십분 간 유배에서 돌아온 1호는 "힝" 소리를 내더니 자기가 좋아하는 가방장 한 켠으로 올라가 버렸다.


 오늘 이 글이 내가 쓰다 만 세 번째 글이 아니길 바랄 뿐이다. 내일은 도서관이나 카페에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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