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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피 노트 May 12. 2024

나는 둘둘둘!

인스턴트 커피와 현대 한국 커피의 문화(8)



● 나는 둘둘둘

OO씨 나는 둘둘둘
OO시 나는 셋셋셋!


이렇게 숫자를 부르는 대화는 80~90년대 직장생활을 해본 사람들에게 익숙한 대화로
아마 읽자마자 무엇인가 떠올랐을 것이다.
이 숫자의 대화는 무엇을 의미할까?

바로 이 대화의 의미는 커피-프림-설탕의 비율로 커피믹스를 만드는 비율을 말한것이다.

이 비율 문화는 80년대 '맥심' 커피가 탄생하며 커피가 본격적으로 보급화되자 전파된 문화로
97년 국내에서 외환위기를 겪기전까지 국내 인스턴트 커피하면 빼놓을 수 없는 문화였다.

그런데 조금 의아할 수도 있다.

시중에 이미 커피믹스가 판매되고 있었는데도 그 비율을 직접 조절한다고?
​그렇다. 비율 문화는 시중에 맥심 모카골드/오리지널등의 커피믹스가 판매되고 있던 시기에도​
소비자들이 커피/프림/원두가 각각 담겨있는 제품을 구매할정도로 성행한 문화였다.

커피믹스가 있는데 굳이라는 생각이 들 수 있지만 커피에 길들여져 마시는것에 진심이 되어버린 한국인들에게는 중요한 문화였던것이다.

당시 우리가 얼마나 커피의 비율에 진심이었는지 알 수 있는 사례가 있는데
바로 커피를 전문적으로 타주는 커피 전문 사원이다.
커피하면 바리스타가 떠올랐을 수 있지만 바리스타와는 전혀 다른 직업이다.
바리스타는 전문 카페에 상주하며 원두커피 및 기타 음료를 만들지만
커피 전문 사원은 커피 믹스를 전문적으로 타주는 주된 업무와 함께
담배 심부름.재털이 갈기 등이 주된 업무인 직업이었다.

그만큼 우리는 커피에 진심이었으며, 특히 비율에는 더욱 진심이었던것이다.

그런데 1997년 국내 외환위기를 맞이한 이후로
비율 문화는 사그라들며, 모카골드와 같은 맥심의 커피믹스는 더더욱 인기를 끌게된다.
국내 경기가 급격하게 어려워진 탓에 엘리베이터걸과 같은 직업들과 함께 직업이 사라지며,

 이상 커피를 전문적으로 타줄 인력이 사라졌기에 스스로 커피를 타먹을 수 밖에 없었다.
게다가 때마침 정수기의 보급도 해당 시기에 이루어지며 물을 끓여야한다는

귀찮음도 없어졌기에 대중들은 더욱 맥심의 커피믹스를 찾게되었다.


● 빼앗긴 다방의 비법

다방 커피하면 커피/설탕/프림의 황금 비율을 자랑하는 커피믹스를 떠올릴 수 있다.

오죽 맛있으면 이 비율을 집에서 흉내내보았지만 그 맛을 따라하지 못해 다방을 찾아오는 손님이 다수를 이룰 정도였다.

한마디로 손님을 불러오는 다방의 비법이라는것이다.

런데 맥심의 모카골드가 출시되면서부터 다방 커피는 더 이상 비법이 아니게 되었다.
맥심 모카골드의 커피믹스가 더욱 황금 비율로 여겨져 더이상 다방을 가지 않아도

맛있는 커피믹스를 맛볼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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