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꺼인듯 내꺼아닌 내꺼 같은 너
인스턴트 커피와 현대 한국 커피의 문화(9)
● 맥심 커피믹스 누구꺼야!?
외국인들이 등장하여 한국의 문화를 체험하는 TV 프로그램을 보다 보면
삼겹살, 김치찌개, 다양한 한국의 음식과 함께 종종 등장하는 음료가 있다. 바로 맥심 모카골드의 커피믹스다.
이 커피믹스를 맛본 이탈리아, 미국, 독일 등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들은 한입 모아
이렇게 맛있는 커피는 처음 먹어본다라며 커피믹스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설탕, 프림이 들어갔으니 그럴 만도 하다.
그런데 한 가지 궁금증이 생긴다.
국내에서 몇십 년째 1위를 달리고 있는 한국을 대표하는 커피인데 왜 수출을 안 하고 있는 것일까?
특유의 달달한 맛으로 모두의 맛을 사로잡은 커피로 충분히 해외 시장에서도
경쟁력이 있을 것 같은데라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이에 대한 결론부터 말하자면 수출을 안 하는 것이 아니라 못하고 있는 것이다.
수출을 못하는 이유는 바로 '맥심' 브랜드의 탄생에 있다.
앞선 챕터 '국내 최초 인스턴트커피의 탄생'에서 살짝 언급한 바 있는데
동서식품은 모회사 '동서'와 미국 식품기업 제너럴푸즈 각각 50대 50의 지분을 나눠 설립된 합작회사다.
(현재는 제너럴푸즈에서 빠져나온 몬델리즈와 나눠갖고 있음)
당시 계약에 내용에는 '동서식품은 거의 모든 커피 제품에 제너럴푸즈가 보유한 커피 브랜드 맥심과 맥스웰하우스(Maxwell House)를 사용한다'라는 내용이 있는데 해당 내용 때문에
해외로 수출을 하고 싶어도 국내에서 독단적으로 결정할 수 없어 수출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또한 해당 계약 내용의 문제 말고도 다른 문제도 있는데 바로 '맥심' 브랜드의 상표권 문제도 있다.
오래전부터 사용하여 국내 브랜드처럼 느껴지지만 사실 '맥심' 브랜드의 경우
미국의 크래프트푸즈사에게 매년 브랜드 로열티를 지불하며 사용하고 있는 중이다.
한마디로 '맥심'은 동서식품의 브랜드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렇듯 회사지분과 브랜드 로열티 등의 문제로 인해 맥심 모카골드는 해외로 수출을 진행하고 있지 못한
상황이다. 대신 남양유업, 이디야, 뉴믹스커피등 다양한 곳에서 커피믹스를 해외로 수출하며
세계 곳곳에 한국의 커피 문화를 퍼뜨리고 있어, 한국 전체의 커피문화라는 측면에서 봤을때는
그리 나쁘지만은 않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오랜시간 국내를 대표하는 브랜드인만큼 필자는 다소 아쉬운 생각이든다.
만약 동서식품의 맥심 시리즈가 해외 이곳저곳 수출되었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말이다.
맥심 시리즈가 해외로 수출이 가능했다면 스타벅스와 같은 커피 브랜드가 해외로 뻗어 나아가
세계적으로 커피문화에 한 획을 긋지 않았을까 하는 약간의 아쉬운 생각 말이다.
● 동서 식품과 함께 성장한 국내 커피 문화
이렇게 우리는 커피믹스에대해 거의 모든것을 알아보며,
동서식품과 함께 성장한 국내 인스턴트 커피의 여러 문화 현상을 살펴보았다.
앞선 내용을 대략적으로 정리해보자면 문화적인 측면에서는 한국 고유의 커피 문화 생성, 자판기 문화의 일등공신, 커피의 대중화와 보급화,커피 소비 공간의 확장 등이 주요 내용이었으며,
커피 형태의 변화는 파우치 형태의 커피믹스,유리병 형태의 커피, 마지막으로는
국민 커피로 자리잡은 노란 스틱의 맥심 커피믹스까지 수 많은 변화가 있었다.
물론 우리가 살펴본 시기에 국내 커피 문화의 발전에 기여를한것은 동서식품 이외에도
다른 기업들도 있지만 필자가 동서식품에 주목한것은 동서식품이 독보적인 한국의 커피 문화를 생성하고
주도하며 국내 커피 문화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기 때문에 집중적으로 다뤘다고 말할 수 있다.
좀 더 풀어서 말하자면 이제껏 살펴본 국내 인스턴트 커피 문화는 동서식품으로만 이루어져있었다고 봐도 무방하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는 2000년대 중반 이후 국내 인스턴트 커피 문화의 큰 변화가 일어난 시기로 넘어가보며
어떠한 변화가 일어났는지 그리고 해당 시기와 관련된 인스턴트커피는 정말 싸구려일까? 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나아가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