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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사과 Oct 01. 2023

1. 따끈따끈 내 강아지

추울 땐 강아지를 껴안자





겨울엔 많은 것이 추워진다. 버스 정류장도 추워지고, 보일러를 켜지 않은 집안도 추워지고, 사람들 표정도 추워진다. 그렇지만 또 많은 것이 따뜻해진다. 히터를 켠 버스 안, 아이스 음료를 주문해도 될 정도로 난방이 된 카페, 그날그날의 끼니, 그리고 강아지. 강아지가 말도 못 하게 따끈따끈해지는데, 강아지한테서는 또 고소한 냄새까지 나서 나의 보들보들 현미 색깔 강아지는 마치 잘 구운 빵이 된다. 따끈따끈 부드러운 우유식빵이 될 수도, 까만 코는 좀 짭짤하니 고소하고 짭짤한 소금빵이 될 수도.

강아지는 솔직하다. 너무너무 졸려 견딜 수 없다는 것처럼 누워서 폭주하는 나의 애정 갈구를 무시하다가도 밥 냄새가 나면 벌떡 일어나 빨리 달라며 온 집안을 달리고 빙글빙글 돈다. 외출하고 돌아오면 인사한 뒤 눈을 빛내며 앉아 간식을 주길 원하고, 친척들이나 친구들을 만나면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한테만 가서 애교를 떤다.

이렇게 많은 솔직한 귀여움 중에서도 진짜 웃긴 게 있는데, 바로 강아지도 계절을 탄다는 거다. 기본적으로 강아지는 뜨끈하다. 배가 아플 때 강아지를 안고 있거나 배 위에 올려놓고 있으면 핫팩처럼 느껴져 심신이 안정될 정도이다. 우리 강아지는 원체 사람 품을 좋아해서 잘 안겨주는 편이나, 잘 때는 덥고 불편한지 아무리 불러도 침대 위에 올라와 잠을 자는 법이 없는데 여름이 가고 찬바람이 살살 불기 시작할 때면 새벽에 침대 계단을 밟고 올라오곤 한다. 그리고 머리로 옆구리를 툭툭. 만져달라는 것이고 안아달라는 것이다. 손으로 팔을 긁기도 한다. 팔을 펼쳐 팔베개를 해달라며. 내 팔을 베개처럼 베거나 옆구리에 몸을 딱 붙이고 누운 강아지는 그리 오랜 시간을 머무르지는 않는다. 온기를 충전했다, 싶으면 훌쩍 떠난다. 톡톡톡톡, 2킬로그램 대의 강아지가 새벽에 딛는 발소리. 가까워지는 발소리는 나에게 기대감과 설렘을 주고, 멀어지는 발소리는 어쩐지 조금 서운함을 선물한다.

다른 집 강아지들은 사람이 울고 있으면 와서 안아주고 눈물을 핥아주곤 한다는데, 우리집 강아지는 일절 그런 것이 없다. 울면 우는구나, 하고 아는 체를 안 한다. 처음에는 이게 우리 개만의 위로 방식인 걸까, 감정에 요동치는 사람을 혼자 두는 것 말야. 혼자 정리하고 수습할 수 있게 하는 거지, 하고 생각했었는데 웬걸. 얼마 전 새벽에 혼자 침대에 누워 울고 있는데 톡톡톡톡 발소리가 가까워져 감동했었다. 그리고 침대로 올라온 강아지가 내 눈물을 보는 순간, 거의 급브레이크를 밟고는 다시 내려가더라. 우리 개는 그런 개다. 나의 강아지.

그렇게 냉정한 내 강아지가 잘 때 품으로 파고드는 계절이 바로 겨울이다. 몸에 털옷을 꽁꽁 둘렀으면서도, 두꺼운 옷을 입혀 나가도 덜덜 떨며 콧물을 퐁퐁 튀기는 계절 겨울. 쬐끄만 강아지의 발소리가 들리면 기대하고, 침대로 올라오면 자연스럽게 강아지가 들어올 자리를 만들어주고, 마침내 내 살에 따끈따끈 보들보들 고소한 털이 닿으면 비로소 안심하는 것이다. 역시 겨울은 좋은 것이구나,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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