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지만 울림이 있던 다도 시간
전통차를 올해들어 좋아하게 된 나로서, 다도 시간이 기다려지기도 했지만, 새로울 것은 없을테니 기대는 하지 않았다.
그런데 예상하지 못했던 감정을 느낀 시간이었다. 예상보다, “좋은” 시간이었다고 하기에는 그때의 감정이 참 복잡하고 미묘했던터라 뭐라고 기록을 해야할지, 표현을 해야할지 모르겠다.
다도실은 나 혼자 사십분 정도, 차에 대한 설명을 듣고 준비된 차을 이용하며 즐길 수 있는 곳이었다.
다돌에 들어선 순간부터, 나올때까지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해가 저물어 가는 시간에 높은 빌딩이 없는 곳에서 그 모습을 바라보는 일은 참 드문 것 같다.
눈물이 날 것 같았는데, 눈물이 나오지 않았다. 차라리 울고 싶었는데 답답하기도 했던 것 같다.
왜 울고 싶었을까? 참 여러가지 이상한 생각들을 한 것 같다. 이렇게 아름다운 순간들을 나는 그 동안 놓치고 살아왔다는 것, 앞으로도 그렇게 살 것만 같다는 것, 이 아름다운 것들은 나와는 거리가 먼 것들이라는 것. 그헌 생각이 내 마음에 스쳐 지나간 것 같다. 그리고, 그 아름다운 것들과 초라하고 지치고 상처 받아 어딘가 너덜거리는 내가 너무나 대비되는 것 같아 슬펐다. 그 공간이 어색했고, 이질감이 느껴졌고, 편안하지 않았다.
차는 청차였고, 참 향긋했다. 전부터 청차가 좋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알고 보니, 다도실이 여러개가 있는데 내가 간 다도실 풍경이 참 좋았던 것 같다. 다음날의 다도 시간에는 조금 더 가벼운 마음으로, 그 시간을 즐길 수 있길 기대해 본다.
아마 다도 시간 직전까지 스스로를 괴롭히는 생각, 여행을 잘해야겠다는 강박과 욕심, 잘 못해낼 것 같다는 불안과 좌절감에 지쳐, 의기소침해진 채로 다도시간을 가지게 되었던 것 같다.
다음 시간에는 조금 더 긍정적인 생각으로 나를 채우고, 온전히 풍경과 맛과 향을 즐기는 시간이 되길 기대해 본다. 아니, 온전히는 아니지만, 조금은 더 가뿐한 마음으로 그곳을 즐길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