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아직은 포기까진 못하겠다
예전 한국 나이로 서른이 되기 두달 전쯤부터, 나는 불안이 극도로 올라왔다. 서른 둘에는 결혼을 하고 싶다고 막연히 생각해 왔는데, 서른이 되어가고 있고, 남자친구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2023년 여름부터 2024년 가을까지, 인연 찾기에 집착했다. 소개팅 앱으로 사람 만나는 일에 거의 중독이 된 것처럼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을 바쁘게 만났다. 그 과정에서 상처도 크게 받았고, 자존감이 바닥까지 떨어진 날이 많았다.
1년 반 동안 하나의 소개팅 앱을 통해 만나서 함께 차를 마시거나 밥을 먹은 이성이 100명은 될 것으로 추측한다. 셀 수도 없다.
그렇게 노력하다가 ‘포기’를 마음 먹게된 일이 하나 있다. 작년 이맘때쯤의 일때문이다. 공황이 찾아왔다.
시작은 역시 소개팅 앱에서 만난 한 남자때문이었다.
외모도 내 스타일이고, 직업이나 집안도 안정적이어서 이런 사람이면 연인으로든, 먼 훗날 결혼 상대로든 조건적으로는 나쁘지 않겠다고 생각이 든 사람이 나타났다. 소개팅 앱에서 나에개 먼저 호감을 보냈고, 그렇게 만나게 되었다.
사실 만나기 전에는, 큰 관심이 없었다. 부모님이 의사고, 집안 형편도 좋아 보이는데, 내 느낌에는 도피 유학으로 미국에서 그럭 저럭 나쁘지 않은 대학을 나와 그후 한국에서 서울대 대학원으로 학벌 업그레이드에 성공하고, 꽤 좋은 직장에서 일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아이러니하게도 이성을 볼 때 학부를 본다. 이 부분은 나중에 따로 깊게 얘기를 해보고 싶다.
일단, 그 남자는 부모님의 상대적 경제적, 정신적 지지를 받고도, 그것에 비해 노력을 적게 들이고, 편하게만 살아온 것 같았다. 나는 내가 치열하게 살았기 때문에, 그렇게 살아본 적이 없는 사람에게는 매력을 못 느낀다.
만나기 전에는 그래서 크게 관심이 없었다.
그리고 소개팅 앱으로 번호를 교환하고, 연락을 시작할 때, 대뜸 연락해서 이름도 안 밝히고, 할말만 하는 게 싫었다. 이름을 밝히는 건 기본적인 예의라고 생각한다. 특히 소개팅 앱이라는 다소 불안정한 환경에서 만날 땐 신원을 조금이라도 더 확실히 하는 게 더더욱 중요하고.
그래서 고민하다 만났다. 그리고 반전이었다.
성격이 일단 좋아 보였다. 그리고 생각보다 외적으로 훨씬 멋졌다. 지적인 외모에 키 크고, 운동을 미친 듯이 해서 적당리 다부져 보였다.
그런 그가, 처음 본 날 나에게 “운명”을 지금 만난 것 같다고 했다. 오바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외모에 대한 칭찬 폭격에, 호감을 적극적으로 표시하는 그의 태도에, 순간 너무 혹했다.
기대하고 싶어져 버렸다.
‘이렇게 괜찮은 사람이, 나를 이렇게 예뻐해주네?’
‘잘될 것 같다. 어쩌면 저 사람 말대로 정말 우리가 인연일지도 몰라.’
나는 그때 이미 일년 이상 인연 찾는 데 온 힘을 다 쓰고, 죄절을 크게 여러번 겪은 산태였다. 그래서 인연을 찾는 게 너무나 어렵다는 걸 알았고, 또 반대로. 그럼에도 인연을 어떻게든,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간절했다.
그렇다면 이 사람을 놓치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머리를 뒤엎었다.
그런 찰나에, 그 남자의 태도가 바뀌었다. 카톡으로 대회하면 늘 사랑꾼처럼 행동하던 그가 나에 대한 관심과 표현을 줄였다.
공황이 그때 시작되었다. 내가 뭔가 잘못해서 그 사람을 놓치고 있는 것 같아 자책스럽고, 무서웠다.
정말 소중한 기회릉 내가 놓친 것 같아서.
지금이야 이렇게 말하지만, 상당히 심각했다. 카톡 한마디, 카톡 시간 텀 하나에 심장이 두든 거리고, 일상에 집중이 어려웠다.
병원에 찾아가니, 의사 선생님은 “공황 발작”을 겪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당연히 그 사람과는 잘 안되었다. 태도가 변하더니 잠수를 탔다.
그후, 나는 연애나 결혼에 대해 마음을 바꿔 먹었다.
“사람 인연은 노력한다고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니 너무 노력하지 말고, 너무 절박하게 찾지 말자.“
인연이라는 게, 노력하지 않아도 갑자기 찾아오는 때도 있다. 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찾을 수 없을 때도 있다.
상대가 사람이니까. 노력으로 어떻게든 해보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되는 것 같았다. 그래서 포기해야 겠다고 마음 먹었다.
이렇게 상처 받고 괴로워 하는 나에게 엄마 아빠의 말이 참 힘이 됐다.
“결혼 못하면 어때? 혼자서도 즐겁게 살아!
그리고 엄마 아빠랑 같이 잘 살면 되지.“
맞다. 맞는 말이다.
짝이 있든 없든, 즐겁게 살 수 있고, 또 그래야 한다.
그래서 그 이후에 마음을 많이 내려 놓았다. 이전보다는.
하지만, 그래도 쉽지 않다. 그 이후에도 비슷한 경험을 한차례 더 겪었다. 공황이 또 찾아왔다.
마음을 내려 놓아도, 다시 기회가 잠깐 보이면 너무나 기대하고 싶은 마음이 들어 버려서, 주도권도 잃고, 조급해지곤 했다.
그러다 유월 정도부터는 이직에 집중하느라 연애에 대한 관심이 거의 없어졌었다. 그리고 이직 준비가 거의 마무리 되어 가는 지금 시점이 오니, 다시 또 결혼과 연애에 대한 스스로의 강박에 불이 붙으려고 한다.
자중하자.
나 혼자도 괜찮아!
다만 아직 포기는 하지 않믄 것으로 하자.